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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9월 04일(金)
엄마 죽인 아버지… 15명 살해한 냉혈한 …‘피로 얼룩진 가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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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준 두번째 소설집 ‘우리는…’

소설가 정용준(34·사진)이 ‘가나’ 이후 4년 만에 내놓는 두 번째 소설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는 우리를 불편하고 불우한 가족사로 이끈다. 표제작을 시작으로 ‘474번’ ‘개들’ ‘안부’ ‘이국의 소년’ ‘내려’ 등 8편의 단편을 읽어 내려가노라면 벗어날 수 없는 피의 굴레와 마주한다. ‘나’란 존재에 대해 얘기할 때 가족은 분명 생략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생물학적 DNA의 대물림, 선택과 무관하게 맺어진 혈연의 관계는 ‘나’를 옥죈다.

그 극단으로 가보자. 소설 속 피로 맺어진 악연은 주로 살인과 폭력, 분노, 증오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474번’의 주인공은 현직 국회의원 5명을 포함해 15명을 무참히 살해한다. 원한이나 금전 관계 없이 단지 확실하게 사형당하기 위한 목적이다. 17세 때 러시아로 건너간 그는 살인청부업자로 길러졌다. 아무런 감정 없이 살해를 일삼는 자신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사형이라 생각했다. 그가 이런 냉혈한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가족이 있다. 아버지는 누군지 모르고, 누나이자 어머니인 여성도 그가 개미 개구리 병아리 박새 등을 거리낌 없이 죽이는 모습을 본 뒤 떠난다. 그는 여성이 떠나기 전날 아버지의 행방을 물은 적이 있다. “내 피와 심장 속에 도대체 무엇이 숨어 있을까. (중략) 그(어머니)는 알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왜… (내가) 뭔가를 계속 죽여야 하는지.”

표제작에서는 어머니를 죽인 아버지가 등장한다. 그는 이 일로 종신형을 선고받지만 24년이 흐른 뒤 가석방돼 병든 몸으로 아들을 찾아온다. 아내의 머리에 칼을 꽂은 살인자는 이제 “죽은 나무처럼 앙상한 몸피와 어두운 낯빛”을 지닌 노인이 돼 있다. 아들은 첫 만남에서 아버지에게 아무런 감정이 남아 있지 않음을 느꼈지만, 아버지는 계속 그의 주위를 맴돈다. 아버지는 고개를 숙인 채 “그저… 네가 한번 보고 싶었다”며 “그래도 우린… 혈육이 아니냐”고 입을 뗀다. 아들은 단호하게 “내 피는 당신의 피와 무관하다”고 말하지만 마음의 동요를 막을 수 없다.

이 저주 같은 피의 운명은 형태가 다양하다. ‘이국의 소년’의 아들은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아버지가 낳은 사생아의 유령이 붙어 자살을 시도하고, ‘내려’에서는 자신을 죽일 듯이 때렸던 아버지로 인해 내면에 응어리진 분노를 품은 아들이 커서도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한다. 꼭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입양 아버지의 폭력 속에 살던 소년은 결국 아버지의 배에 칼을 꽂기도 한다(‘개들’).

결국 소설은 ‘나’와 무관하게 형성된 책임, 연대적 운명을 상정한다. ‘나’는 고립과 고통 속에서 선택적 상황에 내몰린다. 하지만 그 어떤 선택도 만족스럽지 않다. 그저 살아야만 하거나 살아 내진다.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김나영은 해설에서 “그의 소설에는 해소할 수 없이 누적된 죄와 죄책감이 가득하고, 이야기는 그 ‘해소할 수 없음’과 같은 불편과 불능의 시간에 고여 있다”고 했다.

이번 소설집은 정 작가의 서사적 소설 작법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젊은 작가임에도 그는 가족이란 단순한 형태 안에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뽑아내는 힘을 보여준다. 단편이 장편을 읽는 듯한 밀도와 농도를 가진다. 그는 화려한 입담꾼이라기보다, 묵묵하고 신중하게 써내려가는 ‘작가’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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