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독트린’>美·中·日 협력 이끌 ‘외교력’에 달렸다

‘先북핵해결’ 美 설득하고
中의 근본 태도 변화 있어야
北의 강한 반발여부 변수

박근혜 대통령의 새로운 ‘통일외교론’은 아직은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여전히 중국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미국·일본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인데 구체적인 로드맵과 액션플랜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당사자인 북한을 제외한 통일론은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켜 추가 도발을 자극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일본의 공감대가 관건=박근혜 대통령이 “북핵 문제 등을 다 해결하는 궁극적이고 확실한 가장 빠른 방법은 평화통일”이라고 강조한 데 대해 무엇보다 미국, 일본이 공감하고 전폭 지지할지 여부가 변수다. 북핵 문제를 위해 우선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는 거꾸로 미국의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은 북핵 해결이 없이 통일의 당위성만 부각되는 것에 대해 내심 우려하는 눈치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정부 입장이 출구론에 맞춰졌다면 이번 박 대통령의 입장은 입구론으로 전환된 것인데, 미국은 언제될지 모르는 통일 추진을 위해 직면하는 북핵 해결을 미뤄둘 수 있다고 우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부원장은 “특히 자국 방어를 위해 핵을 보유하겠다는 북한의 주장을 합리화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협조도 속단 못해= 중국이 나름 진일보한 입장을 드러냈지만, 자주적인 남북통일이라는 북한의 입장에 공감했던 근본적인 태도가 변화해 외교정책을 바꿀 수 있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호열(북한학) 고려대 교수는 이날 “한반도 통일에 방관적인 입장이었던 중국이 이제 적극적인 역할에 대해 탐색하는 단계에 왔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실질적인 정책 변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 교수는 “임기가 이제 절반밖에 남지 않은 이번 정부 내에 획기적인 변화나 통일에 대한 급진전을 만들어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도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또 주변국과 북핵을 논의하는 건 당연한 것이지만, 모두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것 이상의 논의가 없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정책 공개로 스스로 발목 잡나= 또 실질적인 외교 성과가 나오기 전에 통일외교 기조를 공개한 자체가 시작도 전에 스스로 한계를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 전 수석은 “내실 있는 통일 논의에서 제일 큰 걸림돌은 우리 정부의 비밀 유지 능력에 대한 중국 측의 불신”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천 전 수석은 “중국은 이 같은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통일외교 발언과 같은 외교정책의 공개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통일외교를 시작하는데, 북한이 외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도 통일외교의 추진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장선 상에서 북한의 반발 가능성도 변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 정권은 박근혜정부의 외교를 통한 압박 등 대북정책을 비난해 왔는데, 이번 통일외교론도 흡수통일 방법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면서 “또 남북이 여전히 적대적인 상황에서 주변국이 통일에 대한 지지를 하는 데 얼마나 공감할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