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한·중, 北에 9·19성명 압박해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남성욱 / 고려대 교수·북한학,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톈안먼(天安門)의 화려한 잔치는 막을 내렸다. 중국은 3조 원을 투자해 대국 군사굴기를 과시했다. 한·중 정상은 ‘밀월 관계’ 그 자체였다. 꿀처럼 행복한 신혼이니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상태다. 국가 수반이 아닌 최룡해 비서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달랑 사진 한 장 찍고 평양으로 돌아갔다. 박 대통령은 귀국 기내에서 시 주석과 한반도 통일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한반도 문제가 순풍에 돛을 단 것일까? 이제 냉엄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순항을 예단하기에는 이르다.

화급한 현안은 북핵(北核) 문제 해결이다. 중기적으로는 한반도에 하나의 한국, 즉 통일이다. 중국은 전승절 외교를 통해 동북아의 맹주로 우뚝 올라섰다. 한국의 참석으로 미·일을 효과적으로 견제했다. 명분과 실리를 두루 챙겼다. 찰떡궁합을 과시한 한·중 양국은 동북아의 새로운 외교 축이 됐다. 중국은 톈안먼 망루에서 박 대통령에게 최상의 의전을 제시했다. 의전에서 심신지려(心信之旅)의 배려를 한 중국이 대칭적으로 한국의 관심 사항에 행동으로 응답해야 한다. 최초의 행보는 북핵 해결이어야 한다.

이란 핵 문제는 주변국들의 노력에 의한 다자협상으로 타결됐다. 6자회담은 이란 핵 협상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이란 핵 협상 타결의 두 가지 키워드는 상호 신뢰와 주변국의 의지였다. 마침 6자회담 참가국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열병식 망루 위에서 시 주석과 귓속말로 친분을 과시했다.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북핵 문제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전승절 행사 이후의 북핵 해법을 제시해 본다.

우선, 한국이 6자회담의 조기 개최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다자회담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10월 박 대통령의 방미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북핵 해결은 박 대통령의 방중을 워싱턴에 이해시키는 절묘한 사안이다. 북핵은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이분법적 논리를 초월할 수 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이라는 분리 접근 방식은 우리에게는 실용적이지만, 상대국에는 모호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 북핵은 미·중 양국을 설득할 수 있는 포괄적 주제다. 특히, 미국은 6자회담 특사인 시드니 사일러가 사퇴한 후 공석이다. 오바마의 임기 후반기에 북핵 해결에 소극적인 형국이다. 그의 임기 내에 북핵 해결 노력이 재개되지 않는다면 한·미 양국의 차기 지도자에게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2년 이상 공전하게 된다. 4차 핵실험을 앞둔 북핵은 시간이 없다. 한국이 이번 가을 회담 재개에 촉매자 역할을 개시해야 한다.

다음으로, 한국이 과거 6자회담의 합의와 이행에 대해 검토하고 실현 가능한 안을 도출해야 한다. 과거 대북 일변도였던 베이징의 지도자가 북핵에 관해 부분적으로 중립을 취하는 상황은 문제 해결의 호기를 상징한다. 2005년 9·19 공동성명은 기본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국제원자력기구(IAEA)로 복귀한다는 약속이다. 또한, 한반도 평화협정, 단계적 비핵화, 북·미 간의 신뢰 구축 등 핵심 골조는 여전히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도발을 자제시키는 데 한·중 핫라인을 가동해야 한다. 북한의 4차 핵실험 기도는 워싱턴의 무관심을 한층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결코 간단하지 않은 과제들이다. 서울은 지금 지혜와 도전, 용기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