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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리뷰 톡 게재 일자 : 2015년 09월 08일(火)
뭉근히 끓인 팥처럼 따뜻하고 깊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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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앙 : 단팥 인생 이야기’

일본 전통 단팥빵 ‘도라야키’에는 사랑과 정성을 담아 뭉근히 끓인 맛있는 팥소가 담겨있다. 영화 ‘앙 : 단팥 인생 이야기’(사진)는 도라야키 팥소같이 서로 보듬으며 인생의 맛을 더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영화 전반부는 조용한 동네 구석에 자리 잡은 도라야키 가게의 풍경을 보여주는 데 할애한다. 가게 주인 센타로(나가세 마사토시·永瀨正敏)는 어두운 표정으로 연신 담배를 피워댄다. 손님이라고는 가게를 점령한 채 도라야키 한 개씩 시켜놓고 수다를 떠는 여중생들이 전부다. 센타로는 매일 이 가게에 들르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소녀 와카나(우치다 가라·內田伽羅)에게 모양이 비뚤어진 도라야키를 나눠준다. 그러던 어느 날 이 가게에 도쿠에(기키 기린·樹木希林) 할머니가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찾아온다. 센타로는 도쿠에 할머니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그가 만들었다는 팥소를 먹어본 후 그 맛과 향에 반해 그를 고용한다. 도쿠에 할머니의 팥소로 만든 도라야키는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센타로의 얼굴도 밝아지기 시작한다.

이렇듯 잔잔하게 전개되던 영화는 도쿠에 할머니가 한센병 환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묵직하게 흘러간다. 한순간의 실수로 감옥살이를 했던 센타로와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도 밝게 살아가는 와카나는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채 고통스럽게 살아온 도쿠에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용기와 희망을 얻는다.

영화에서 자세하게 보여주는 팥소 만드는 과정은 사람들의 삶과 닮아있다. 대충 만들면 제대로 맛이 나지 않지만, 밤새 불려 색을 빼고 한 번 삶은 후 체에 걸러 찬물로 헹군 다음 팥이 설탕과 친해질 시간을 주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정성껏 만들어낸 팥소는 떫지도 않고 깊은 맛이 우러난다.

세 사람은 팥소를 만드는 과정처럼 은근히 다가가 조심스럽게 서로의 아픈 상처를 치유해준다.

도쿠에 역을 맡은 일본 국민 여배우 기키 기린은 70이 넘은 나이에도 안정적인 연기로 영화의 중심을 잡아준다. 도쿠에 할머니가 센타로와 와카나에게 전하는 밝은 미소와 잔잔한 대사들이 객석까지 이어져 관객에게도 큰 울림을 전한다. 와카나를 연기한 우치다 가라는 기키 기린의 실제 손녀다. 기키 기린은 이 영화가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다고 한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일본 여성 감독 가와세 나오미(河瀨直美)가 연출한 이 영화는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1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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