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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9월 08일(火)
“역사는 한풀이 아닌 현재를 바라보는 창”
“군국주의 1920년대 지금 日 상황과 비슷”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사진 =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  사진 = 신창섭 기자 bluesky@munhwa.com
한일수교 50년…한국인이 쓰고 일본인이 연출 연극 ‘태풍기담’

한·일 수교 50주년, 한국인이 쓰고 일본인이 연출한 연극이 한·일 양국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역사의 질곡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는 한·일 두 젊은 연극인이 공동 작업한 ‘태풍기담(颱風奇譚)’이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원작으로 한 이 연극은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의 성기웅(41)이 각색을 맡았고, 성 연출과 이미 2013년에 함께 만든 ‘카모메’로 외국인 최초로 동아연극상을 수상한 도쿄 데쓰락의 다다 준노스케(多田淳之介·39)가 연출을 맡았다. 안산문화재단과 서울문화재단이 공동 개최하는 제22회 ‘베세토페스티벌’ 초청작품으로 오는 10월 16일 안산에서 첫선을 보인 후, 일본 현지 공연에 이어 같은 달 24일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른다. 두 사람을 최근 대학로에서 만났다.

각색 성기웅

―‘깃븐우리절믄날’ ‘소설가 구보씨의 1일’ 등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다. 이번에는 1920년대다. 특별히 그 시기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일제강점기는 이른바 근대라고 부르는 것이 (자의든 타의든) 시작된 때다. 현재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의 근원이 그 당시에 형성됐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고 자란 1970~1980년대의 전체주의적인 문화도 1930년대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고…. 그래서 흥미가 생기는데, 딱히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무대 위에 (한·일 관계에서 주로 과거사로 치환되는) 역사를 올린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연극은 예전 시대를 복고하거나 재연시키기엔 적절하지 않은 장르다. 그런 건 영상 매체가 훨씬 잘 다룬다. 현재의 문제와 연결시킨다는 측면에서 연극이 역사를 다루는 의미가 있다.”

―원작이 된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는 화해와 용서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태풍기담’도 한·일 관계에 있어 화해를 지향하는 내용인가.

“한·일 관계에는 함부로 화해와 용서를 말하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 다행히 ‘템페스트’엔 판타지적 요소가 많다. 역사를 치밀하게 복고하는 작품이 아니다. ‘태풍기담’ 역시 자유로운 상상력을 빌려 써내려갔다. 다만 결론이 가장 민감해서 아직도 고치기를 반복하고 있다.”

―한·일 두 연극인이 함께 만든 연극이니 한·일 관계의 미래를 제시하는 건가.

“무대에 역사를 올린다고 해서, (한국 입장에서) 지배당한 것들에 대한 한풀이 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기고 진다거나 하는 그런 역사 인식엔 한계가 있다. 그런 것에서 벗어나 당시 제국주의나 식민주의가 작용했던 원리나 논리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추적해 보고 싶었다. 한 가지 얼굴의 일제강점기가 아니라, 한국을 식민지로 몰고 간 (일본 내) 담론들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미 알고 있는 걸 재생산하는 건 의미가 없다.”

―다다 준노스케 연출과의 (작가-연출로서) 협업이 두 번째다. 작업을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것 같다.

“다다 연출은 일본에서 사회적인 발언도 하고, 실험적인 연극을 지향한다. 기본적인 성향이 비슷한데, 공동 작업을 통해 둘 다 예술작품의 사회적 책임을 더욱 고민하게 됐다.”


연출 다다 준노스케

―한국인들에게 1920년대는 일제강점기로 뚜렷이 기억된다. 일본인에게 그 시기는 어떤 느낌인가.

“사실 일본인들에게는 뚜렷한 어떤 이미지가 없다. 학교에서도 잘 가르치지 않는 시기이고. 그저 일본의 군국주의가 시작되고 전쟁을 준비했던 시대라는 것 정도다. 연출가로서, 또 개인적으로는 한·일 관계나 역사에 관심이 많다. 1920년대 군국주의화한 일본은 지금 현재 분위기와도 비슷한 측면이 있고….”

―‘태풍기담’은 한·일 양국에서 공연한다. 1920년대에 대한 이미지가 상반된 한국과 일본 관객이 같은 공연을 본다는 게 흥미롭다.

“2013년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를 각색한 ‘카모메’ 역시 성기웅 작가와 공동 작업했는데, 한·일 양국에서 모두 반응이 좋았다. 1930년대와 2010년대를 리얼리즘을 통해 연결시키려고 시도했다. 한국 관객 중엔 객관적으로 다뤄지는 역사가 ‘불편하다’고 한 사람도 있는데, 일본 관객들은 일제강점기를 다룬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역사를 ‘처음 알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태풍기담’은 ‘카모메’와는 약간 다른 분위기다. 역사를 소재로 하지만 리얼리즘보다 판타지에 가깝다. 원작 마지막에 ‘프로스페로’는 마법도 꿈도 포기한다. 관객들은 (한·일 양국이) 어떤 ‘꿈’을 꾸어야 할지 고민하게 될 거다.”

―그렇다면 그 꿈은 혹시 평화로운 한·일 관계, 미래지향적인 역사를 의미하는 건가.

“아직 4막(마지막 장)이 완성되지 않아 확신할 수 없다. (웃음) 그런데, 우린 늘 미래지향적인 연극을 만들려고 해왔다. 이번에도 그렇지 않을까. 중요한 건 그 ‘미래’가 1920년대 ‘그들’이 본 미래라는 거다. 우린 과연 그때 꿈꾸었던 미래에 살고 있는지…. 그런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한국 연극인과의 교류나 공동 제작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뭔가.

“2008년 아시아연출가워크숍에서 처음 성기웅 연출을 만났다. 한국 배우들이랑 일하는게 아주 즐거웠다. 단순한 한·일 교류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일이다. 특히 동아시아를 무대로 지배와 피지배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다는 건 우리(한·일)만 할 수 있는 거란 생각이 든다. 연극사적으로도, 세계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일이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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