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영화관람료 8000원’ 절반은 극장 몫… 분배구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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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100억 영화 ‘국제시장’
발전기금 3%·부가세 10%에
제작비·배급사 몫까지 떼면
제작사 순수익 50억 언저리

극장 사업 병행 CJ·롯데엔터
‘황금알 낳는 공룡’으로 불려

극장-투자·제작사 수익 잡음
투자사 “콘텐츠 투자 바람직”
극장측 “멀티플렉스 덕 성장”

“저희가 1000억 원 번 줄 알아요.” 지난해 말 개봉된 영화 ‘국제시장’ 제작사의 엄살 섞인 하소연이다. 전국 관객 1425만 명을 모으고, 총 매출액만 1100억 원이 넘었으니 주변에서 “돈 많이 벌었겠다”며 부러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제작사가 가져가는 몫은 생각보다 훨씬 적다. 쪼개고 나누는 과정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제시장’의 제작사는 얼마쯤 손에 쥐었을까. 이를 추적해 가는 과정은 “내가 낸 영화 관람료 8000원이 어디로 갔을까?”라는 관객의 궁금증에 대한 대답을 찾는 과정과 일치한다.

‘국제시장’의 총 매출 1109억 원 중 가장 먼저 제하는 것은 영화발전기금(3%)과 부가가치세(10%)다. 영화발전기금은 영화진흥위원회로 흘러가는 돈이다.(오른쪽 기사 참조) 이를 뺀 965억 원 중 절반은 극장의 몫이다. 유통 플랫폼을 갖춘 업체가 ‘황금알을 낳는 공룡’이라 불리는 이유이자 투자배급사와 극장체인을 동시에 갖고 있는 CJ와 롯데엔터테인먼트로 돈이 몰린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결국 영화 제작에 직접 관여한 투자배급사와 제작사가 손에 쥐게 되는 매출은 483억 원. 여기서 총 제작비 180억 원을 뗀 후, 배급사인 CJ E&M의 배급 수수료 10%까지 제한 255억 원이 순이익이다. 순이익 배분 비율은 투자배급사와 제작사 간 계약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통상 6:4로 봤을 때 ‘국제시장’의 제작사인 JK필름은 102억 원 정도를 확보한다.

하지만 102억 원 역시 온전히 주머니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주연 배우들에게 계약서대로 러닝 개런티를 지급해야 하고, ‘국제시장’의 경우 윤제균 감독이 영화 제작 단계부터 공언했던 ‘전 스태프 보너스 지급’ 공약을 지켰다. 게다가 세금까지 내고 나면 순수하게 통장에 찍히는 수익은 50억 원 언저리라 할 수 있다.

결국 관객이 내는 8000원은 영화진흥위원회, 극장, 투자배급사, 제작사, 배우, 그리고 국세청에 골고루 배분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잡음이 큰 부분은 극장과 투자배급사·제작사 간 수익 불균형이다. 직접 ‘영화를 만드는 이’들과 ‘영화를 걸어주는 이’들이 비슷한 권리를 갖는 것에 대한 불만은 영화계가 가진 고질적·본질적인 문제다. 극장체인을 갖춘 CJ와 롯데의 수직계열화 때문에 극장과 배급사 간 수익 배분율(부율)이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지난 2013년 6월 CJ CGV가 서울 지역의 한국영화 상영부율을 55:45(배급사:극장)로 적용한다는 조정안을 발표한 데 이어 롯데도 그해 9월 1일부터 서울 지역 직영관을 대상으로 같은 부율을 적용했다. 흥행작의 총 매출이 1000억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0.5%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영화 관람료가 투자배급사와 제작사로 가는지, 극장으로 흘러 들어가는지 여부는 결국 똑같은 입장료를 지불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양질의 영화를 보기 원하는 관객이라면 관람료가 어떻게 충무로 내에서 순환되는지 알 필요가 있다.

투자배급사와 제작사는 관람료가 콘텐츠 제작에 투영되는 선순환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극장체인의 생각은 다르다. 1998년 멀티플렉스가 처음 등장한 이후 영화 산업이 급속도로 팽창했고 관객 수가 급증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발전이 산업을 견인했고, 관객을 끌어들일 수준의 멀티플렉스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극장 측의 반박이다.

조성진 CJ CGV 홍보부장은 “영화 상영 시설 관리부터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한 직원 확충 및 교육까지 유지 비용이 엄청나다. 최상의 화질을 위해 스크린도 7년 만에 교체하며 모든 시설을 수시로 리뉴얼한다”며 “상승한 관객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극장의 노력이 영화 산업 발전에 적잖이 기여했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