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생화학전 대비훈련 9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실시된 한·미 생물방어연습에서 미군 환자를 미군 용산기지에서 수방사 병원으로 이송하는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이 연습은 2011년부터 매년 실시됐으나 훈련 장면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박근혜 대통령이 한·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통일론을 제시하면서 교착 상태에 놓인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박근혜독트린’으로 실체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정공법은 ‘북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는 문구로 요약된다. 통일 과정에서 외교적 노력 끝에 나온 결과로서의 북핵 해결이냐,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통일이 결과로 나타나는가에 대한 고민 끝에 나온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이는 그동안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금단의 영역에 위치해 있던 한반도 통일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공개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역대 정부의 외교기조와는 차별성을 갖고 있다.
6자회담 복귀에 ‘귀닫은 北’
도발-대화 반복하며 核개발
中도 北核능력 고도화 경계심
독트린 기본축은 한미동맹
한중관계 새로운 단계 도약
동북아新질서 구축 北核해결
금단영역 통일논의 공론화
北核-통일과정 유기적 연계
역대정권 외교기조와 차별화
북핵 문제와 통일과정의 유기적 연계라는 측면에서 특히 그렇다. 갈수록 고도화되는 북한 핵무기에 대해 우려감을 갖고 있는 미국도 박근혜 대통령의 주변국과의 외교적 협력을 토대로 하는 남북통일 담론을 협조적 자세를 견지한 가운데 미래 안착지점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들은 박 대통령의 ‘중국 인민의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식 참석을 계기로 표출된 동북아 외교지형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향후 전개 방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한반도 통일론, 대화 문 닫은 북한에 대한 고강도 압박 = 정부 관계자는 8일 “북한은 현재 한국, 미국, 일본 등의 6자회담 재개조건을 마련하자는 각종 대화 제안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박근혜독트린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김정은 정권은 핵 개발 프로그램 포기를 전제로 하는 6자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일관된 행보로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로 6자회담은 2008년 12월 이후 장기 공전 상태를 빚어 왔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접점을 찾아야 하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상황을 방치하다가는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 완성 및 보유 핵무기 증대라는 한반도 안보의 절대 고비를 맞을 수밖에 없다. 독트린의 기본 축을 형성하는 ‘통일=북핵 해결’이라는 접근방법은 오랜 경험칙에 따른 북한 불신론에서 비롯된다. 북한이 6자회담에서 핵 폐기 방법을 논의하는 무대 뒤로 비밀리에 핵 개발을 계속해왔기 때문에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경험이다.
박 대통령이 4일 귀국행 전용기 내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핵 문제의 가장 빠른 해법은 한반도 통일”이라고 강조한 데에는 도발→대화→보상→재도발을 반복하면서 핵 개발 프로그램을 고수하는 불신론이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동시에 김정은 정권을 향해 6자회담 재개의 테이블로 나오지 않으면, 한국은 중국, 미국과의 한-미-중 삼각공조 체제를 토대로 한반도 통일의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고강도 압박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박근혜독트린은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역발상이자 ‘승부수’ 성격이 짙다. 박 대통령은 북한에 레버리지를 갖고 있는 유일한 국가인 중국에 북한의 핵 능력 증강은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득하고 있다.
◇중국, 전략적 협력 동반자 이상의 관계 형성 = 최근 중국 내부에서는 과거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우방 관계였던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하고 있다. 중국의 대북 인식 변화는 2일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회담 직후 청와대 고위 인사는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귀중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2일 오찬에서 북핵 문제와 한반도 통일에 대해 ‘내밀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오찬장에는 양측 인사들이 배석했지만 나란히 옆에 앉은 두 정상은 둘만 따로 많은 얘기를 주고받았다. 당시 오찬장 주변에서는 박 대통령이 북핵 해결을 위해 시 주석에게 △현재의 느슨한 압박 상황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고 △북한은 핵 개발 프로그램 완성 전에는 앞으로 6자회담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것이며 △북한의 핵능력 증강은 동북아 위협 요인으로 중국의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북핵 3불(不)’ 논리를 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한·중 정상이 공동보도문에 “의미 있는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문구를 넣은 것도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서 시 주석과 강도 높은 대북 압박과 제재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시 주석도 내부 회의에서 ‘국익 측면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봐야 하며 과거에 얽매이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샤오허 중국 런민(人民)대 교수는 7일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가 주최한 국제안보학술회의 발표문에서 “시진핑 시대 중국은 북한 핵 문제에 관한 제3국의 견해에 대해서도 보다 수용적인 태도를 갖게 됐다”며 “이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과의 정책 조율이 상대적으로 수월해졌다”고 평가한 바 있다.
◇박근혜독트린의 기축은 한·미 동맹 =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한·미 동맹을 기본 골간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고한 한·미 동맹의 유지는 한·중 관계 강화를 끌어낼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박근혜독트린은 한·미 동맹 강화와 한·중 협력을 두 축으로 하는 동북아 신질서를 통해 한반도 통일 논의 공개화로 북한 핵 문제에 대처하는 ‘신(新)외교’ 전략의 성격을 갖는다. 오는 10월 1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예정된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은 이를 확인하고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제교 기자 jk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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