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2.1.19 수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9월 11일(金)
남들도 모두 不安하다 그러니… 安堵(안도)하라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스콧 스토셀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현대인의 동반자’불안에 대한 르포르타주


최근 만난 가장 흥미로운 책 중 하나다. 책이 재미있다고 할 때 기준은 여럿이다. 소설이라면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열쇠지만, 논픽션은 얼마나 관심 있는 주제인가가 첫째다. 불안이야말로 우리의 자화상이다. 행복한 사람은 없어도 불안한 사람은 차고 넘치니까. ‘애틀랜틱’의 에디터인 스콧 스토셀은 미국 저널리스트들 특유의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입담으로 불안을 파헤친다. ‘불안에 대한 문화와 지식의 역사’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하지만 저널리스트는 과학자도 의사도 심리학자도 아니다. 비전문가가 불안의 수수께끼를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사, 문학, 철학, 종교, 대중문화, 최신 학술연구에서 불안에 대한 자료들을 최대한 긁어모은다. 여기에 자신의 불안 경험들을 합친다. 이렇게 하여 불안의 지성사이자 스콧이 겪은 불안 이야기가 섞인 르포르타주가 탄생했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불행하게도 나는 중요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순간이란 결혼식 날의 공포를 말한다. 이로부터 어린 시절의 구토증이나 분리불안부터 비행기 염려증까지 자신이 얼마나 심각한 불안장애를 지녔는지를 끝없이 고백한다. 자, 그렇다면 생각해 보라. 이런 사람이 책을 쓰는 과정은 얼마나 지난했을지. 책을 쓰기까지 8년간 3000건의 문헌 조사를 했다고 한다. 그 고통의 역사는 49페이지에 달하는 각주와 문헌조사를 통해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저자가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괴롭힌 덕에 독자는 ‘불안’에 관한 의미 있는 정의를 숱하게 만날 수 있다. 예를 들면 하워드 리틀은 “오직 사람만이 먼 미래의 일을 계획할 수 있고 성취를 되돌아보며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오직 사람만이 행복해할 수 있다. 오직 사람만이 걱정하고 불안해할 수 있다”라고 불안을 정의한다.

또 교과서에 나올 법한 인물들의 불안 증세도 숱하게 만날 수 있다. 1621년 옥스퍼드 학자 로버트 버튼은 ‘우울의 해부’라는 대작을 썼는데, 실체는 자신의 우울증에 대한 한탄의 기록이었다. 그 밖에도 찰스 다윈, 지그문트 프로이트, 윌리엄 제임스 역시 불안증이 연구의 동력이었다. 오죽하면 프로이트는 “내가 가장 몰두하는 주요 환자는 나 자신일세”라고 했겠는가. 책을 읽다 보면 불안 증세가 있어야 역사에 남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3부와 4부였다. 우리나라에 심리 관련 책들이 쏟아진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대부분은 프로이트가 시작한 정신분석학적 입장을 견지한다. 그러나 병원을 찾았을 때 우리 손에 쥐어지는 건 항정신성 약들이다. 이 간극에 대해 속 시원하게 이야기를 들려준 건 스콧이 처음이었다. 예컨대 공황장애는 1979년 이전에는 없었던 병이다. ‘이미프라민’이라는 약을 복용하자 발작 증세가 사라진 환자들을 통해 ‘공황장애’라는 질병이 인식됐다.

정신약리학자들은 “불안장애는 당뇨병과 똑같은 질환이며,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을 복용하는 것처럼 불안증 환자도 약을 먹으면 된다”고 간단하게 말한다. 하지만 지난 30년 동안 정신과 약을 복용해 지금도 핏줄에 약 기운이 흐르는 저자가 내린 결론은 조금 다르다.

약이 효과가 있는 건 사실이며, 불안의 고통에서 구원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약마다 환자마다 반응이 크게 달라 확신은 금물이다. 게다가 일부 약은 금단현상이 심하다. 이처럼 각종 정신과 약의 역사와 효과 그리고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가 자못 드라마틱하다.

이어서 스콧은 불안의 근원을 찾기 위해 어린 시절의 기억까지 더듬는다. 거기에는 부모님이 자신을 버릴지도 모른다는 분리불안으로 괴로워하는 어린 스콧이 있었다. 문제는 각별히 조심해서 양육한 스콧의 딸 역시 이런 불안 증세를 보인다는 것. 이리하여 불안 증세가 심했던 외증조부의 개인사를 추적하고, 애착이론을 확립한 존 볼비와 이와 관련된 최신 연구 결과들까지 조목조목 살피며 불안과 유전의 관계를 알아본다. 이 와중에 독자는 각종 육아서에서 언급하는 분리불안, 애착, 안전기지 등에 관한 지식을 풍부하게 얻을 수 있다.

400쪽이 넘는 책을 읽고 났는데 손에 잡히는 해결책이 없다는 사실이 좀 허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불안의 해소가 아니라 적당히 불안해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 요긴하다. 불안은 인류가 만들어낸, 살아남기 위한 진화적 결과물이어서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불안감을 느끼면 좋은 성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물론 적당히 불안해야 한다.

오히려 책의 최대 효능은 자기비하, 열등감, 부끄러움,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비참한 미래를 상상하기 등으로 불행해 하는 사람이 나만은 아니라는 안도감을 주는 데 있다. 스콧은 자신의 책이 출간되기 전에 출판계가 망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잠 못 이룬다고 고백한다.

이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나의 불안은 스콧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며, 나는 지극히 정상이다 하는 안도감을 주는 것, 이 책이 주는 자기 효능감이다. 스콧에게는 불행이지만, 독자에게는 흥미롭다.

한미화·출판평론가


- 문화부 SNS 플랫폼 관련 링크



[ 많이 본 기사 ]
▶ [단독] ‘이재명 무죄 검토 보고서’ 대법, 내부망에 안 올렸..
▶ 김새롬 “전 남친에 헤어지자 했더니 흉기로 배를…”
▶ 여중생 유인 ‘왕게임’ 후 집단성폭행 “그들은 계획이 있었..
▶ 장영하 ‘김혜경 웃음소리’ 공개 vs 與 “김건희 제2 이멜다..
▶ ‘굿바이 이재명’ 장영하, ‘160분 통화’ 이재명 욕설 녹취 공..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LG엔솔 청약에 114조원 역대 최다..
‘워라밸’ 보다 ‘워라블’… 일과 삶, 잘..
한번 충전으로 800㎞ 달리는 전기車…..
김재원, ‘욕설 파일’ 이재명에 “아무리..
윤석열-홍준표, 오늘 비공개 만찬…野..
topnew_title
topnews_photo 권순일 前대법관이 무죄 주장 全재판연구관 토론 관례 생략 내부 “지나치게 소수가 결정” 대법 “등록·토론은 합의사항”더불어민주당 대선..
ㄴ ‘李무죄’ 판결과정 관례생략할 사정 있었나…내부서도 “비정상”..
ㄴ “대장동 초과이익환수 세차례 제안”…유족, 故 김문기 자필 호소..
장영하 ‘김혜경 웃음소리’ 공개 vs 與 “김건희 제2 이멜..
김새롬 “전 남친에 헤어지자 했더니 흉기로 배를…”
윤석열 36.1% 이재명 34.9% 안철수 13.5%…尹 재역전
line
special news ‘원더우먼’ 김건희…팬카페 회원수 2만5000명 돌..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팬카페 회원수가 2만5000명을 돌파했다.네..

line
법원, 열린공감TV 김건희 통화 방영 허용…일부만 금지
여중생 유인 ‘왕게임’ 후 집단성폭행 “그들은 계획이 있..
김만배, 권순일 등 6명 거론하며 “50억이 몇개냐”
photo_news
신화 앤디, 깜짝 결혼 발표…예비 신부는 9살 ..
photo_news
“영탁 母子 갑질에 대리점 폐업”…예천양조, 사..
line

illust
190살 최장수 거북의 관심사는? 자주 종종 ‘짝짓기’
[W]
illust
권력형 성범죄 침묵하고 남성 역차별 논란으로 ‘존폐론’ 자초
topnew_title
number LG엔솔 청약에 114조원 역대 최다 ‘뭉칫돈’…균..
‘워라밸’ 보다 ‘워라블’… 일과 삶, 잘 섞여야 행복
한번 충전으로 800㎞ 달리는 전기車… ‘꿈의 배터..
김재원, ‘욕설 파일’ 이재명에 “아무리 그래도 형..
hot_photo
장성규 “차라리 개로 살겠다” 왜..
hot_photo
‘상습도박’ 슈, 4년만에 사과 “식..
hot_photo
박신혜, 최태준과 결혼 앞두고 근..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1년 1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