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힐러리, ‘대세론 부활’ 반등이냐… ‘피로증 확산’ 침몰이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美대선 위기의 힐러리 클린턴

2016년 미국 대선의 민주당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침몰’이냐, ‘회생’이냐 갈림길에 섰다. 지난 8일 공개된 전국 여론조사에서 한 달 만에 지지율이 10%포인트나 빠진 42%를 기록하면서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 등 경쟁주자에 추격당할 여지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언론들도 클린턴 전 장관의 ‘독주 체제’가 흔들리면서 대세론 붕괴의 전조인지, 아니면 일시적 하락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출발점은 클린턴 전 장관이 국무장관 재직 당시 사설 이메일 서버를 사용하면서 기밀을 유출했다는 의혹이다. 2013년 3월 처음 제기된 의혹이 지금 ‘클린턴 대세론’을 뒤흔드는 ‘태풍의 눈’이 됐다. 실제로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중앙정보국(CIA)은 클린턴 전 장관의 개인 이메일 2통에 북핵 프로그램 관련 내용을 포함한 기밀이 담겼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9일 이메일 의혹으로 클린턴 전 장관이 2008년 상원의원 당시 이라크 침공에 찬성하는 표를 던졌다가 민주당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한 경험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뢰성’ 하락이 지지율 추락 원인 = 이메일 의혹과 이라크 침공 찬성 논란의 공통점은 클린턴 전 장관이 정치적으로 구석에 몰린 뒤에서야 뒤늦게 사과를 했다는 점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라크 침공에 “실수로” 찬성했다고 끝까지 주장하다가 지난해 발간한 회고록 ‘힘든 선택들(Hard Choices)’에서 “잘못했다”고 시인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데 있다. 이메일 의혹도 마찬가지로, 클린턴 전 장관은 8일 “미안하다(I’m sorry)”고 사과하기 전까지 줄곧 “합법적이었다”는 입장이었다. “정치적 마녀 사냥”이라고 주장했다가 여론에 밀리자 사설 이메일 서버를 국무부에 제출했고, 그나마도 일부 삭제된 상태였다.

결과는 지지율 급락이었다. 최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의 월례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해 ‘비우호적’이라는 응답 비율이 51%로 치솟았다. 7월보다 11%포인트나 급등한 응답률이다. 8월 말 공개된 퀴니팩 대학 여론조사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과 함께 연상되는 단어로는 ‘거짓말쟁이’, ‘부정직’, ‘신뢰할 수 없다’ 등이 상위 1~3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클린턴 전 장관의 강점인 ‘경륜’, ‘똑똑하다’는 뒤로 밀렸다. 법무부는 10일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해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 연방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개인 이메일 계정을 소유할 법적 권리가 있으며, 그가 이메일 메시지를 다룬 방식도 법 위반이 아니라고 밝혔다고 워싱턴타임스가 보도했다. 법무부가 클린턴 전장관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면죄부를 준 셈인데 이러한 정부 입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이메일 스캔들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 대세론 침몰이냐, 기사회생이냐 = 클린턴 캠프 역시 위기를 직감하고 있다. 딱딱한 법률가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위해 유머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오는 10일 방영되는 NBC 방송의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 출연한 이유다.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오는 17일 처음으로 긴급 투입된다. 또 클린턴 전 장관은 이란 핵 합의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면서도 “이란의 합의를 위반하면 군사적 조치도 취하겠다”면서 유대계 지지층을 잡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클린턴 전 장관이 한번 꺾인 추세를 되돌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민주당 거액 기부자들은 이미 잠재적 후보인 조 바이든 부통령 쪽을 기웃거리고 있다. 이메일 의혹을 물고 늘어지는 공화당 공세도 만만치 않다. 언론재벌인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은 최근 클린턴 전 장관의 유력한 라이벌이 될 가능성이 높은 바이든 부통령에 대해 “이미 출마하기로 한 것 같으며, 바이든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WP 칼럼니스트인 캐슬린 파커는 이날 “신뢰는 얼마나 따뜻하고 똑똑한지 여부와는 전혀 상관이 없으며, 선거 승리의 결정적 요소로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반면 같은 신문의 정치 전문기자 댄 발즈는 “클린턴 전 장관의 사과는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힘든 여름을 지나면 지지율이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결국 클린턴 전 장관이 ‘피로증’을 어떻게 극복하고,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질문 2개가 지금 나오고 있다”면서 “하나는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정말 이길 것인가이며, 다른 하나는 클린턴 전 장관이 진짜 질 것인가이다”라고 전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