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s Story >“日대표팀 제의 거절… 태극마크 달고 日선수들 꺾고 싶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한국 유도의 희망으로 자리 잡은 안창림이 14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인터뷰 도중 가슴에 달린 태극마크를 보여주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재일교포 출신 유도 국가대표 안창림 선수

한국 유도 남자 73㎏급엔 2004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원희(34·한국마사회), 2008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왕기춘(27·양주시청) 등 강자가 많았다. 그러나 이원희가 은퇴하고 왕기춘이 체급을 올리면서 73㎏급엔 ‘공백’이 생겼는데 안창림(21·용인대)이 등장했다. 안창림은 재일교포 3세이면서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일본의 귀화 제의를 거절했기에 더욱 큰 관심을 받았다.

안창림은 지난해 3월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그리고 불과 1년도 안 돼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고 66㎏급의 안바울(21·용인대), 90㎏급의 곽동한(23·하이원), 100㎏급의 조구함(23·수원시청)과 함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대표팀의 희망으로 자리 잡았다.

안창림은 지난 8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지난 2일 귀국한 뒤엔 ‘포상휴가’를 명받아 가족이 있는 일본 교토(京都)로 가 열흘간의 꿀맛 같은 휴가를 보냈다. 몸이 살짝 불어 있는 안창림을 14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났다.

◇가라테 사범이자 접골원장의 아들, 오랜만의 가족 온천여행

―유도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초등학교 1년 때부터다. 접골원을 운영하는 아버지께서 가라테(唐手) 사범이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운동을 했고, 가라테와 유도를 같이 배웠다. 초교 2년 때 학교 대표로 교토시 유도대회에 나가 3위에 입상했다. 그때부터 마음속으로는 유도를 선택한 것 같다. 유도가 가라테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아버지가 가라테를 너무 엄격하게 가르치셔서 어린 마음에 가라테가 싫었던 것 같다. 초교 6년부터는 유도에 전념했다.”

―한국 국가대표가 됐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아버지는 인체 조직과 각종 무술에 조예가 깊으시다. 격투기를 하게 된 건 아버지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한국 국가대표가 돼 활동하는 걸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신다. 물론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주부인 어머니께선 ‘항상 열심히 하고 다치지 말라’고 격려해 주신다. 장남이면서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게 죄송할 따름이다.”

―이번 휴가는 어떻게 보냈나.

“대표팀에 들어오고 나서 열흘이나 휴가 기간을 ‘보장’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중 1년인 남동생이 있는데 농구를 하고 있다. 나는 170㎝이지만 동생은 벌써 키가 176㎝다. 동생은 키가 큰 편인 어머니를 닮은 것 같다. 교토 인근의 온천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체중 조절을 잊어버리고 원 없이 먹었다. 초밥을 좋아해 특히 많이 먹었다. 평소 체중이 77㎏ 정도인데 지금은 79㎏으로 늘어났다. 이제 다시 체중을 관리해야 한다. 좀 더 긴 휴가가 주어진다면 이탈리아 등지를 다녀오고 싶다. 국제비엔날레 등에서 전시관의 미술품을 관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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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건 한국인이기 때문

―한국으로 오게 된 계기는.

“나는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러나 귀화를 하지 않은 재일교포 3세로선 제약이 많았다. 유도를 계속하고 싶은데 대회에 출전도 할 수 없었다. 쓰쿠바(筑波)대 2년 때 전일본학생선수권대회에서 1위를 하자 일본 유도 대표팀에서 귀화를 제의해 왔다.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국적을 바꿀 수는 없었다. 난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꼭 태극마크를 달고 일본 선수들을 이기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으로 왔다. 지난해 2월에 용인대로 편입했고 국가대표 선발전에 도전했다. 지난해 3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3위로 입상하면서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비록 2진이었지만 정말 날아갈 듯 기뻤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수 있는 1진 대표가 된 건 지난해 6월 선발전을 통해서다. 이후 7월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우승했고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태릉선수촌에서의 생활을 소개한다면.

“태릉선수촌은 편안한 곳이다. 특히 선수촌 식당에서 나오는 밥은 정말 맛있다. 다양한 음식이 나와 식욕을 자극한다. 오늘은 스테이크와 훈제 닭, 짬뽕이 메뉴였다. 이제부터 체중을 관리해야 하기에 많이 먹을 수 없는 게 아쉬웠다. 주말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잠시 영화 보러 외출했다가 선수촌에 들어와 잔다. 최인혁(21·용인대) 선수와 함께 방을 나눠 쓰고 있는데 내게는 선수촌 숙소 1층 135호가 곧 집이다. 일본에서도 한국어를 줄곧 써 왔고, 지난해 2월 한국에 와 동료들과 어울리면서 한국어를 더 익혔다. 책을 보면서 공부도 했다. 지금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여자친구는.

“아직은 없고 사귈 여유도 없다. 그러나 이상형을 말한다면 내조를 잘하는 여자다.”

―자신이 생각하는 장단점은.

“기술이 강하고 정확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게 나의 장점 같다. 자신감도 높아지고 있다. 주특기는 업어치기다. 그러나 내 비법을 너무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다. 이해해 달라. 내 기술을 상대에게 노출할 수 없으니. 다만 업어치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상대에 따라 파고 들어가는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건 얘기할 수 있다.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에선 5경기 중 4경기를 업어치기 한판으로 이겼는데 키가 큰 상대는 서서 업어치고, 키가 작은 상대는 낮게 던지는 방법으로 제압했다. 반면 순발력이 부족한 게 약점이다. 그래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루 2시간씩 하고 있다. 팀 훈련이 없는 날이나 개인훈련을 하는 날에는 30분에서 1시간씩 러닝을 한다.”

◇목표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

―이제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각오는.

“물론 금메달이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이후는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 뭔가 목표를 세우면 그것만 생각하고 그다음은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으로선 내년 올림픽이 최고이자 최후의 목적지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처럼만 훈련한다면 우승할 자신이 있다.”

―일본의 오노 쇼헤이(23)를 꺾어야 하는데.

“세계선수권에서 입상했지만 아쉽다. 아깝게 금메달을 놓쳤기에…. 하지만 나 자신이 나아지고 있다는 걸 입증했기에 아쉬움을 덜 수 있다. 오노 쇼헤이와는 준결승에서 만났다. 초반에 절반을 먼저 빼앗기는 바람에 이끌려간 게 패인인 것 같다.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오노는 일본에서 가장 촉망받는 선수다. 기술과 힘이 대단하다. 독일 그랑프리대회와 도쿄(東京)그랜드슬램대회, 그리고 세계선수권까지 모두 내가 졌다.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다. 하지만 이제는 거의 따라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그를 넘어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어쨌든 태극마크를 달고 나서 동메달을 획득했고 귀한 경험을 쌓았다.”

―일본 유도와 한국 유도의 차이점은.

“일본은 기술을, 한국은 체력을 중시한다. 둘 다 장단점이 있다. 둘을 잘 조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난 일본에서 유도를 배웠고, 한국에서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에 일본과 한국 유도의 장점을 모두 갖출 수 있다. 서정복(61) 대표팀 총감독, 송대남(36) 코치의 지도에 따라 많은 걸 깨우치고 있다. 특히 송 코치께선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조언을 해주신다. 자세 하나하나까지 다시 가르쳐 주셨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인터뷰 = 김인구 차장(체육부)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