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당신이 아빠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SBS 예능 ‘아빠를 부탁해’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습니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송될 때만 해도 50대 아빠들과 장성한 딸들의 소통 과정에 대한 호평이 쏟아져 정규 편성으로 이어졌죠. 하지만 요즘 ‘아빠를 부탁해’를 둘러싼 잡음이 잦습니다. 아빠와 함께 출연하는 딸들이 대부분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이거나, 연예인이 되길 희망해 아빠의 후광을 입은 ‘딸들을 부탁해’가 아니냐는 원색적인 비난도 있죠.

맞는 말입니다. 초등학생들이 장래희망란에 ‘연예인’이라 적고, 유명 대학 연극영화과 입시 경쟁률이 ‘수백 대 일’인 상황에서 정식으로 데뷔하지 않은 이들이 아빠가 유명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TV에 얼굴을 비치고 인기를 얻는 것이 결코 공정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스타가 되려 발버둥 치고 생활고를 겪다가 스스로 세상을 등진 무명 연예인들의 소식도 끊이지 않고 있으니 ‘연예인 세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올 만도 합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볼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평소 친분이 있는 한 연예인이 제게 물었죠. “당신 딸이라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지금은 갓 돌을 지난 아기지만 십수 년이 지난 후 “아빠, 나 연예인 되고 싶어”라고 조르면 어떻게 반응할 거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습니다. “친한 매니저 통해서 오디션은 보게 해줄 것 같아요. 그리고 냉정히 평가해서 허튼 마음 먹지 않도록 따끔하게 충고해 달라고 할 겁니다.”(나름 괜찮은 답변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에 머쓱해졌습니다. “그 오디션 아무나 못 보는 거 아시죠? 자기 순서 기다리며 대기표 뽑고 있는 ‘예비 연습생’만 수천 명입니다.” 결국 저 역시 ‘빽’을 활용하려 한 거죠. 벌어진 일은 아니지만 괜히 좀 쑥스러워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하는 이들은 연예인이기 전에 아빠입니다. 딸을 위하는 마음이 얼마나 애틋한지는 방송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죠.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딸이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할 때 아빠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빠 덕 볼 생각 말고 스스로 해!”라고 선을 그으며 ‘개념 있는 연예인’이라고 대중의 박수를 받는 게 최선일까요?

어찌 보면 연예계만큼 냉정한 곳도 없습니다. 부자 아빠 덕에 앨범을 내고, 투자를 조건으로 걸그룹의 멤버로 합류하기도 하죠. 유명 PD나 작가의 혈육이라 배역을 따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성공을 보장하진 않죠. 대중의 눈은 냉정하니까요. 후광이 꺼진 후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면 쉽게 잊힙니다.

자녀와 함께 TV에 나오는 연예인 부모, 질책에 앞서 ‘특혜’보다 ‘가족애’ 정도로 바라보는 여유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