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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9월 18일(金)
병목현상 왜?… 모든 사람이 똑같이 운전하지 않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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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동아시아 제공
세상물정의 물리학 / 김범준 지음 / 동아시아

복잡하게 얽혀있는 일상의 문제들을 과학과 통계학적 철학과 방법론으로 명쾌하게 풀어내는 책이다. 사회학적인 관점에서나 독해될 법한 문제는 물론이고 사소한 대중의 기호나 유행까지도 과학의 영역으로 능숙하게 끌고 들어가 패턴과 통계 등을 풀어내 해독하는 저자의 시도가 흥미롭다. 이런 과정에서 독자는 복잡하거나 우연한 문제들을 질서정연하게 해석하거나 해결해내는 방식을 경험하게 된다.

저자의 이야기는 세상물정의 다양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예컨대 이런 것들. 왜 명절에 교통체증이 극심해지는 것일까. 차가 많아서? 그건 과학적인 답변이 아니다. 물리학자의 ‘과학적인 대답’을 보자. 저자는 차가 많아지면서 교통 흐름이 느려지는 이유는 ‘모든 사람이 똑같이 운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저마다 운전의 출발 반응시간이 다르고, 적정속도까지 끌어올리는 방식도 다르다. 아무리 차가 많다고 해도 다들 똑같은 속도로 움직인다면 차량정체가 빚어지지 않는데, 균일하던 흐름에 작은 차이가 발생하면 교통흐름에 교란이 생기고, 그게 뒤차로 증폭되면서 정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명절의 극심한 도로정체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는 서울에서 천안까지의 차선의 넓이와 차량간격, 평균속도 등을 분석해 시속 100㎞로 달릴 경우 24시간 동안 소화할 수 있는 차량이 9만6000대라는 답을 얻는다. 이 숫자를 설명절 전날 경부 고속도로를 통과하는 차량 숫자 10만4600대와 비교하면 고작 10%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10%의 차이가 극심한 정체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명절 교통체증의 해결책은 ‘고속도로의 차량진입을 딱 10% 줄이는 것’이란 게 저자의 대답이다.

저자의 관심사는 놀랄 만큼 다양하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전파의 속도와 감염 차단의 통계학적·확률적 방법론에서부터 긍정적인 평판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간 허니버터칩의 성공비결, 한국 여성이름의 유행 변천의 법칙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세상물정’의 전방위를 종횡무진 한다. 이런 관심사는 과학적인 통계와 패턴, 그래프와 관계망으로 해독돼서 뚜렷한 인과관계로 드러난다. 저자가 꺼내놓는 이야기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해했을 법한 것들이어서 유쾌하고 흥미로우며, 결론은 명쾌하다. 간혹 등장하는 통계학이나 물리학의 낯선 개념이나 용어들이 등장함에도 흥미롭게 책장을 넘기게 하는 글솜씨도 나무랄 데 없다. 이 책의 가치와 미덕은 세상물정에 대한 과학적인 해독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인문학적 상상과 발상을 과학을 통해 풀어내는 통섭의 과정을 통해서 과학적 사고와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목격하고 또, 배울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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