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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9월 18일(金)
日本人이여… 몰랐다고 무책임해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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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 노래. 가토 슈이치 자서전 / 가토 슈이치 지음, 이목 옮김 / 글항아리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하는 국민은, 스스로 훨씬 자유롭다고 믿었을 때 훨씬 더 자유롭지 못했다. 유대인 강제수용소의 존재를 몰랐던 수많은 독일 국민처럼, 군사 목표에 한정된 폭격으로 말미암아 폐허로 변해버린 베트남 마을들의 실정을 까맣게 몰랐던 미국 국민처럼.”

난징(南京)대학살이 일어났을 때, 대다수 일본 국민은 그 사실을 알 수 있는 자유가 없었다. 그러나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비판적 지식인 가토 슈이치(加藤周一)는 “황군이 동양의 영원한 평화와 선린우호를 위해 어린아이와 부녀자를 포함한 중국 인민 수만 명을 학살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그 학살에 대한 무책임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전에 아마도 분명히 ‘자유의 포기’가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진실은 이처럼 가혹하다. 영혼을 횡단하는 흉터를 새기고, 마음의 복면을 찢어 민낯을 드러낸다. 진리의 잔인함에 사람들이 상처받을 것을 한없이 연민하면서도 이를 분명한 목소리로 말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시대의 양심이라 한다면, 일본에서는 가토 슈이치가 확실히 그 이름에 부합하다.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쓰루미 ?스케(鶴見俊輔) 등과 함께 평화헌법 9조를 수호하는 ‘9조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는 등 그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만연한 집단주의적 폭력에 맞서는 지성의 힘을 세계에 파종하려고 죽을 때까지 애썼다.

‘양의 노래’는 도쿄(東京)의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난 ‘도련님’의 자서전이다. 극도로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 사물의 본질을 파고드는 예리한 통찰력, 우매한 신념의 시대에 맞서 세운 정신적 성곽의 높이까지 두루 갖춘 지적 회고록의 걸작에 해당한다. ‘양의 노래’라는 제목은 가토 슈이치가 태어난 해인 1919년이 양띠 해라는 사실로부터 유래했다. 그러나 이 양은 목동이 이끄는 대로 풀을 뜯고 우리를 얻는 유순한 양이 결코 아니다. 다른 양들이 모두 자려고 우리에 들어간 후에도 홀로 들판에 남아 밤하늘에 떠오르는 별을 응시하는 길 잃은 양에 가깝다. 아무 곳에도 소속되지 않으려는 ‘외부자 의식’과 한마디 말과 한순간 동작으로 세계 전체와 맞서는 ‘순간의 미학’은 그러한 양으로서 살아가는 가토의 삶을 떠받친 두 기둥이다.

“철교 위에서 이미 나는 도쿄를 완전히 벗어났지만, 기차는 아직 시골에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한 가지 일상성과의 이별은 결정적이었고, 또 한 가지 일상성과의 접촉은 아직 시작되지 않는다. 울려 퍼지는 기적 소리는 (중략) 모든 일상성에서 해방 감각을 일깨웠다.”

‘외부자 의식’은 어린 시절 아라카와 철교를 지나 아버지 고향으로 찾아가는 길에서 처음부터 ‘해방감’으로 기록된다. 그는 “모든 사회로부터 절연된 일순간의 나 자신”을 불안이 아니라 해방으로 기억하고, 그를 어떤 형태의 집단으로부터도 끝없이 분리시킨다. 요컨대 그는 무소속이다. 모든 곳에서 항상 집단과 따로 떨어져 “다른 세계에” 속해 있다.

“나는 집단 내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을 배웠지만, 집단에 대한 헌신은 결코 배우지 못했다. 나는 헌신의 거부를 정당화하는 데 헌신하고 있었다.”

이러한 ‘외부자 의식’을 강화하는 힘이 바로 “사람들과 다른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풍경에서 다른 의미를 읽어내는” 미적 체험, 즉 ‘순간의 미학’으로부터 온다. 어린 시절부터 지적, 예술적 교양이 넘치는 환경에서 자란 이 예민한 청년은 때때로 찾아드는 숨 막힐 듯한 순간의 아름다움으로 시대의 공허를 압도한다. 패전으로 인해 불타오를 도쿄 거리를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미리 감각하면서 그 미려함에 전율하면서 자신을 인식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도쿄가 폭격으로 불탄 뒤의 황량한 폐허로 변해버린 환상을 겹쳐 본 적이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모든 것이 생각지 못할 아름다움으로 빛났다. (중략) 산시로 연못 부근의 고요한 양지, 화학 교실의 붉은 연와 벽면에 비친 석양, 해 저문 병원의 어두운 복도, 그곳을 오가는 간호사의 흰 가운, 혼고 거리의 책방과 카페 백십자 창에 켜지기 시작한 저녁 불빛 (중략) 나는 전쟁이 대일본제국의 정체를 폭로했다고 생각했지만 전쟁이 폭로한 것은 어쩌면 나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체험은 아름다운 것이라고는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세계에서 예술에 대한 치열한 갈망을 불러일으키고, 가토를 세계의 폭력에 맞서는 미의 옹호자로 거듭나게 한다. 수많은 젊은이를 전쟁터로 몰아내 죽이고, 고왔던 도쿄 거리를 잿더미로 만든 군국주의의 광기를 그는 ‘몰락’이라고 부르고, 그 몰락을 직접적으로 가져온 일본적 ‘후진성’에 대한 냉철한 이해를 자신의 지적 사명으로 삼는다.

‘양의 몰락’은 이러한 사명을 수행하면서 집단적 광기가 횡행한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 했고, 그 세계가 또다시 출현하지 않도록 애썼던 한 지적 거인의 여정을 묵직한 감동과 함께 보여준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름다운 세계를 몰락시킬 후진성이 이 시대에도 진행 중은 아닌지 우리한테 꾸준히 성찰할 것을 요청한다. 일단 끔찍한 일이 벌어진 후에는 몰랐다는 것은 변명조차 되지 못하니까 말이다.

장은수 순천향대 미디어콘텐츠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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