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최대 야쿠자의 분열…“유혈사태 오나” 떨고있는 日경찰

타지역 출신 ‘총두목’ 시노다 겐이치
정통성 논란에 산하단체 절연·파문
쫓겨난 이들 새로운 조직 다시 꾸려

일본 야쿠자(폭력조직)의 대명사 ‘야마구치구미(山口組)’가 2개의 세력으로 분열돼 일본 치안 당국이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분열된 2개의 세력 간에 유혈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일본 경시청(경찰청)은 수백 명의 경찰 간부들을 불러모아 대책 회의를 열기도 했으며, 이에 따라 경찰은 각종 혐의를 이유로 조직 주요 간부들에 대해 수사, 압수수색, 체포를 반복하고 있다. 조직 총두목의 정통성을 문제 삼아 일부 세력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이권 다툼이 얽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8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경시청은 지난 11일 약 200여 명의 간부를 집합시켜 폭력조직에 대한 경계 강화 및 철저한 정보수집을 지시하는 긴급폭력단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야마시타 후미(山下史雄) 경시청 부총감(차장)이 직접 주재할 정도의 대규모 회의가 개최된 것은 바로 일본 최대의 야쿠자 집단인 야마구치구미가 최근 2개로 분열, 대형 유혈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야마구치구미의 조직 분열은 8월 말부터 표면화됐다. 야마구치구미 총본부가 13개 산하 단체에 대해 절연(絶緣) 또는 파문(破門) 처분을 내리면서 총본부로부터 쫓겨난 이들 단체가 ‘고베야마구치구미(神戶山口組)’라는 새로운 조직을 결성하기에 이른 것이다.

조직 분열의 배경에는 총두목의 정통성 문제와 이권 문제 등이 얽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야마구치구미의 총두목은 쓰카사 시노부(司忍)라는 가명으로 알려진 시노다 겐이치(篠田建市·73)라는 인물. 그러나 야마구치구미의 총두목이 전통적으로 오사카(大阪) 등을 중심으로 한 간사이(關西) 지역에 기반을 둔 주요 산하 단체에서 배출되는 것과 달리, 시노다 총두목은 나고야(名古屋) 지역의 고도카이(弘道會) 출신이며 최근 조직의 총본부를 나고야로 이전한다는 방침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간사이 지역 산하 조직들은 총두목의 출신지와 총본부 이전 문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아사히(朝日)신문은 “(경찰의) 폭력단 근절 대책이 확대돼 조직이 자금을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현실도 분열의 배경이 됐다”고 전했다.

일본 치안 당국은 총본부로부터 축출되다시피한 세력들이 뭉친 고베야마구치구미가 기존 조직에 대한 복수를 목표로 한 항쟁이나 유혈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야마구치구미에서는 지난 1984∼1989년 사이 ‘야마이치(山一)항쟁’이라는 분열 및 유혈사태가 벌어져 조직원과 경찰, 시민 등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실제로 야마구치구미와 분열 세력 간의 대립은 가시화하고 있다. 게다가 다른 야쿠자 조직들과의 연대 항쟁도 점쳐지고 있다.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15일 일본 내 세 번째 야쿠자 세력인 도쿄(東京)의 ‘이나가와카이(稻川會)’ 간부들이 야마구치구미의 총본부를 방문했다. 반면 5일 열린 고베야마구치구미의 정례회합에는 일본 2위 야쿠자 세력인 ‘수미요시카이(住吉會)’ 간부들이 참석했다. 경찰 측은 이들 조직이 각각 우호 관계를 확인하거나, 새로운 조직 설립의 입회인 자격으로 양측 세력들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본 경찰은 유혈 사태 방지를 위해 우선 신흥 세력인 고베야마구치구미 측을 제압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15일 고베야마구치구미의 중역이 두목으로 있는 효고(兵庫)현의 교유카이(俠友會)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또 경찰은 앞서 9일과 11일 분열 세력의 중심 조직인 야마켄구미(山建組)의 사무실을 총격사건, 사기사건 주도 등의 혐의로 각각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고베야마구치구미 측과 접촉한 수미요시카이의 간부 3명은 3년 전 야마구치구미 측 관계자에게 총을 쐈다는 혐의로 15일 체포되기도 했다.

유혈 사태를 막겠다는 것은 야마구치구미 측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노다 총두목은 조직의 분열이 표면화한 1일 조직 간부들이 소집된 정례회의와 조직 내부에 배포한 문건을 통해 “(이탈한 조직의) 젊은 조직원들의 잘못은 탓하지 않겠다”며 “관용의 마음으로 대화에 임하고 싶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