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없는 일터 현장>꽃꽂이부터 배달까지…‘품질로 승부’ 매출 급성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충남 천안시 성정동 천안시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장애인 직원들이 천안·아산 등지의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 납품할 꽃을 손질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1~ 3급 중증 지적장애 직원
기업 꽃장식 납품·조경 등
‘1주일에 한다발’ 사업특화
주기적 플로리스트 교육도

충남 천안시 시설관리공단
장애인생산품 구매에 앞장
구매율 점점 늘려 7% 목표
“기업물건과 견줘 손색없어”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 편견 중 하나는 장애인이 생산한 물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하지만 이는 장애인 생산품을 제대로 사용해 보지 않은 비장애인들의 선입견이라는 것이 장애인 생산품을 사용해 본 사람들의 평가다. 오히려 일반 기업체 못지않은 제품의 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의 경쟁력이 높다며 장애인 생산품을 추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의 협조를 얻어 우수한 생산품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장애인 일자리 현장을 찾았다.

“장애인이 생산한 재화라고 해서 품질이 뒤처질 것이란 생각은 편견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난 15일 김동규 충남 천안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장애인 생산품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천안시시설관리공단은 장애인 생산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공공기관이다. 현행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 구매 특별법에 명시된 공공기관의 중증장애인생산품 구매목표비율은 총 구매액의 1% 수준이지만, 공단의 장애인 생산품 구매율은 지난달 기준 5.68%에 달했다. 공단이 거래하는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은 한마음장애인복지회, 보령시·서산시 장애인보호작업장 등 20여 곳이다. 구매한 품목도 화장지나 프린터 토너·인쇄물 등 사무용품부터 LED 시설, CCTV 등 다양하다.

공단이 이처럼 중증장애인 생산품 구매에 적극적인 이유는 중증장애인 생산시설의 제품이 일반 기업 생산품과 비교해 품질 면에서 손색이 없다는 내부 평가 때문이다. 공단의 구매담당 관계자는 “2013년까지만 해도 중증장애인생산품 구매율이 0.6%로 법정 구매비율에도 못 미쳤는데, 구매를 서서히 늘리면서 중증장애인 생산제품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공단은 올해 1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체결한 ‘중증장애인의 생산품 우선 구매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계기로 장애인 생산품 구매율을 7%까지 늘리기로 했다. 김 이사장은 “우리가 중증장애인이 만든 제품을 애용하는 이유는 그만큼 제품의 질이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단에 이어 방문한 장애인의 생산현장에서는 이 같은 질적 향상의 원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충남 천안시 성정동에 자리한 천안시장애인보호작업장은 중증장애인을 고용해 질 좋은 화훼 서비스로 주목받는 시설이다. 이곳은 전국적인 체인망 구축을 기반으로 한 꽃배달 서비스는 물론 공공기관이나 기업 행사에 사용되는 꽃장식 납품, 조경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천안시장애인보호작업장의 가장 큰 수입원이자 강점을 보이는 주력 사업은 ‘원 테이블 원 플라워(One table one flower)’ 서비스. 일주일에 한 번씩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 생화가 담긴 꽃병을 제공하는 특화 사업이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꽃시장이나 서초구 양재동 화훼공판장 등지에서 구매한 생화를 꽃꽂이하는 일부터 고객에게 배달하는 일까지 모든 작업은 1∼3급의 중증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직원들이 수행한다. 한 달에 1만 원이면 일주일 동안 생화를 감상할 수 있어 기업 고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날도 천안시장애인보호작업장에는 9명의 장애인 직원들이 충남 천안·아산 등지의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 납품할 리시안셔스 등 꽃을 손질하느라 분주했다. 꽃을 다듬던 한 직원은 “리시안셔스의 꽃말은 ‘변치 않는 사랑’”이라며 “꽃을 받아보는 사람에게 사랑을 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직원들은 주기적으로 플로리스트 박영주(51) 팀장으로부터 화훼 교육을 받으며 전문 플로리스트의 꿈을 키우고 있다. 2년째 근무 중인 강현주(여·33·지적장애 3급) 씨는 “이곳에 처음 왔을 때에는 배달 일부터 하게 됐는데, 꽃을 받고 화사한 웃음을 짓는 고객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심명석 천안시장애인보호작업장 사업단장은 “거래처에도 단순한 사회공헌 차원이 아닌 품질과 서비스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 =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