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해외의 ‘불효자방지법’… 獨·佛 등 민법으로 제재

재산을 증여받은 자녀가 부모를 봉양하지 않을 경우 이를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민법 개정안 등 이른바 ‘불효자방지법’은 유럽에서도 우리보다 앞서 시행하고 있고, 재산을 물려받은 뒤 부모를 함부로 대하는 패륜 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반면 명확한 기준이 없고, 부모 자식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법률로 재단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럽에서 일찌감치 이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 불효자방지법 도입을 찬성하는 주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독일 민법 530조는 ‘증여자 또는 그의 근친에 대해 중대한 배은 행위를 저질러 비난을 받을 경우 증여를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 민법 제953조 역시 ‘증여를 받은 자가 학대·모욕 범죄를 저지르거나 부양을 거절하는 경우 증여 철회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 오스트리아는 민법 948조에 ‘신체, 명예, 자유 또는 재산에 대한 가해 등 중대한 망은 행위에 대해 증여 철회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의 현행 민법은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한 부모는 자식이 패륜 행위를 한다 해도 재산을 되찾을 길이 없고, 부양료 지급 청구소송 등만 제기할 수 있어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민법 전공인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개정안은 ‘학대와 그밖의 부당한 대우’ 등을 사유에 포함했는데 ‘학대’의 기준 자체도 모호한 측면이 있지만 ‘그밖의 부당한 대우’가 지나치게 광범위해 어떤 행위들을 포함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개정된 민법을 근거로 부모와 자식 간 소송이 증가할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서울 서초동에서 상속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한 변호사는 “개정안대로 하면 자식이 증여받기를 포기할 경우 부모를 부양할 의무에서 자유로워져 개정안 취지와는 달리 자식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산하 민법개정위원회에서 지난 2013년 불효자방지법 내용을 포함한 민법 개정 시안을 마련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정부 입법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것도 이 같은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모든 사람이 관련된 기본법이고, 오랫동안 실시해 왔기 때문에 개정을 위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