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불효자 방지법’ 자식 상대로 소송 급증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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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사용했더라도 반환해야… 재산서 파생한 이익도 돌려줘야

중대한 생계 곤란 겪을 때는 부분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어

친고죄·反의사불벌죄도 未적용… 존속 폭행 경우 합의해도 기소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에서 노인의 빈곤과 학대는 이미 사회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지난 2013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8.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2.4%)의 4배나 되고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9.1명으로, OECD 평균(12.0명)을 배 이상 웃도는 압도적 1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 학대는 5772건(중복집계)으로 정서적 학대 2169건(37.6%), 신체적 학대 1426건(24.7%), 방임 983건(17%), 경제적 학대 521건(9%) 등의 순이다. 학대행위를 한 사람은 아들이 1504명(38.8%), 딸이 476명(12.3%)으로 자녀가 절반이 넘었다. 이 같은 노인 복지 및 빈곤 문제 해결의 방안으로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이른바 ‘불효자방지법’을 발의했다.

불효자방지법은 재산을 증여받은 자녀가 부모를 봉양하지 않을 경우 이를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민법 개정안과 자녀가 부모를 폭행하는 존속폭행의 경우 친고죄와 반(反)의사불벌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으로 구성돼 있다. 이름 때문에 불효하면 처벌받는 법이 아니냐는 오해도 나오지만 사실과 거리가 멀다.

법안을 발의한 민 의원은 “현재의 민법과 형법은 사실상 ‘배은망덕 조장법’ ‘존속폭행 조장법’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민법 개정안은 부모가 증여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사유에 ‘학대 그밖에 현저하게 부당한 대우를 한 때’를 추가했다. 현재는 범죄행위와 부양의무 위반에 한정돼 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경우에는 증여 재산뿐 아니라 이익분에 대해서도 반환의무가 생기고, 증여받은 돈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전액 돌려줘야 한다.

만약 10억 원을 증여받은 자녀가 5억 원을 이미 사용했더라도 10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 증여를 취소할 수 있는 기간은 현재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렸다. 부모가 중대한 생계 곤란을 겪는 경우에는 자녀의 생계를 위협하지 않는 범위에서 부분적으로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다. 생계 곤란 사유로 증여를 취소할 수 있는 기간은 증여가 이뤄진 때로부터 5년 이내 또는 증여 해제 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다.

이번 민법 개정안은 2009∼2013년 법무부가 민법학자 40여 명으로 운영한 민법개정위원회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했다. 정부와 학계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는 뜻이다. 민 의원은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의 경우에도 배은망덕한 행위를 할 경우 증여 해제권을 실효적으로 인정하고, 증여를 취소할 수 있는 기간을 1년으로 하고 있으며, 자녀가 쓴 재산에 대해서도 증여 취소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형법 개정안은 206조 3항을 개정해 존속폭행 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규정을 삭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성폭력 범죄의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가 ‘성폭력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 폐지된 사례를 참조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부모가 고소하지 않거나 고소 뒤 합의서를 제출하더라도 존속폭행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모두 가능해진다.

개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우선 부모·자식 간 소송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민 의원은 “개정안이 부모의 증여 해제권을 신설하는 것이 아니고 부모의 증여 해제권을 확대하고 실질적으로 보장하자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존속폭행 친고죄 폐지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부모·자식 관계의 특성상 피해 노인이 자녀를 전과자로 만드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범죄를 더 음성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민 의원은 “현재는 고소를 취소하는 경우가 많아 수사기관이 수사에 착수하지 않는 경향이 많다”며 “우리 법원은 가족 간 사건에 대해서는 화해와 중재를 기본으로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중재할 이유조차 없다”고 말했다. 노인들에 대한 폭행을 예방하고, 사건이 발생한 경우 노인들의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