健保재정 누적흑자 16兆 넘었는데 보장률은 62% 뿐 … 해마다 줄어

OECD 78%보다 크게 낮아
가계 의료비 부담 점점 증가

건강보험 재정의 누적 흑자가 16조 원을 넘었지만, 국민에게 돌아가는 건강보험 혜택은 해마다 줄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문화일보 9월 2일자 6면 ‘긴급 진단 -위기의 의약시스템’ 참조)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건보 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2013년)’에 따르면, 건보 보장률은 2009년 65.0%에서 2010년 63.6%, 2011년 63.0%, 2012년 62.5%, 2013년 62.0%로 해마다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우리나라의 건보 보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보장률 78%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건보 보장률은 전체 진료비 중에서 건보가 부담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보장률이 높을수록 국민에게 돌아가는 건보 혜택이 많다. 반대로 보장률이 낮을수록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진료의 비율 등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복지부의 조사 결과에서도 환자의 비급여 본인 부담률은 2009년 13.7%, 2010년 15.8%, 2011년 17.0%, 2012년 17.2%, 2013년 18.0%로 해마다 높아져 가계의 의료비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건보 재정의 누적 흑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민들이 받는 건보 혜택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건보 재정은 2011년 1조6000억 원 흑자로 돌아선 이후 누적 적립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누적 흑자 규모는 2012년 4조6000억 원, 2013년 8조2000억 원, 지난해 12조8000억 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7월 말 현재 누적 흑자는 16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올해 말까지 18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복지부는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는 건보 재정이 풍족한데도 건보의 보장수준이 후퇴한 것은 정부가 건보 보장강화 방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탓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국민 건강보다는 건보 재정을 절감하는 데 치우쳐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관이 영리추구를 위해 돈이 되는 비급여 항목을 계속해서 개발해 건보 적용을 피해가는 것도 건보 보장수준을 떨어뜨리는 한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