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새 금융서비스 ‘P2P 대출’… 급전 수요자-소액투자자 개인간 온라인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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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 A(여) 씨는 현재 사진관을 운영하며 연 소득 8000만 원을 벌고 있다. 사진관 인테리어 및 장비구매 비용이 필요했던 그는 은행이 아닌 P2P(Peer-to-Peer·개인 대 개인) 대출 업체 ‘8퍼센트’를 통해 사업자금을 모았다. 대출 심사 및 채권 공시를 맡은 8퍼센트는 A 씨의 대출연체 이력이 전혀 없다는 점을 주목, 지난 21일 총대출 1500만 원, 연 8.58% 금리에 원리금 균등 상환 방식으로 A 씨의 대출을 진행했다. 공고가 난 지 하루도 안 돼 서른한 명의 개인 투자자가 A 씨에게 대출을 하겠다고 나섰다. A 씨는 24개월간 매월 68만 원을 상환하고 투자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이자수익을 돌려받을 전망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매주 월·수·금요일 오후 1시 새로운 대출 상품을 공개하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8퍼센트와 같은 P2P 대출업체가 새로운 형태의 금융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는 금융과 정보기술(IT)의 결합, 즉 핀테크(IT 금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P2P 대출이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이들을 구제하는 핀테크 서비스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원래 P2P 서비스는 개인들의 컴퓨터끼리 직접 연결하고 검색해 참여자들이 음악파일이나 문서·동영상 파일 등을 공유하던 것을 뜻했다. 그런데 금융이 P2P 개념을 대출에 적용하면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대출을 원하는 사람에게 합리적인 이자율로 돈을 빌려주는 서비스로 ‘P2P 대출’을 등장시킨 것이다.

P2P 대출은 기존 금융권의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이 아닌 소셜미디어상의 빅데이터와 다양한 거래 정보 등을 분석해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제도권 금융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한 저신용자들도 고금리 대부업체보다 더 낮은 금리에 돈을 빌릴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중금리인 6∼14% 구간은 위험(리스크)이 너무 커서 은행과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로 불린다. P2P 대출 기업들은 이 중금리 시장 수요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은행권의 연 6% 신용대출을 받기는 어렵고, 저축은행의 연 15% 이상의 고금리 대출은 받기 꺼려지는 수요자들을 모으는 것이다.

개인 소액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저금리 시대 은행 예·적금 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P2P 대출 업체는 투자자와 대출자 간 중개인 역할을 통해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 P2P대출이 핀테크 붐을 타고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P2P 대출업계는 8퍼센트 외에도 5∼6개 업체가 경쟁을 하고 있다. 8퍼센트가 연 8% 대출 금리와 연 5% 투자수익률을 앞세워 개인 간 투자와 대출을 중개해 주고 있는가 하면 또다른 P2P대출 업체인 ‘펀다’는 지역 상점의 매출 등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해 연 12% 이하 금리로 대출할 수 있게 중개해 주고 있다. 여기에 더해 8퍼센트는 최근 ‘끼리대출’ 등 신규 서비스를 시작했다. 끼리대출은 8퍼센트가 지인끼리 돈을 빌리고 상환할 경우 이에 대한 전 과정을 대행해 주는 서비스다. 이에 대한 대가로 원금의 1%를 수수료로 수취한다. 이용 절차는 지인 간 협의한 대출 내용을 8퍼센트에 등록·계약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후 예정된 상환일에 상환 안내를 하고 만약 정상적으로 상환하지 않았을 경우 연체 상환을 안내한다.

또 60일 이상 연체될 경우 대여자 동의하에 채권추심전문업체에 추심의뢰까지 할 수 있다. 끼리대출은 8퍼센트가 시도하는 첫 수익모델이기도 하다. 8퍼센트는 사용자 확산 추이에 따라 이후 정식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국내 P2P 대출 거래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P2P대출은 1500건, 80억 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P2P 대출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관련 대출의 가장 큰 위험은 건전성 관리다. P2P 대출업은 대부업과는 다르지만 현행 대부업법을 적용받고 있다. 따라서 P2P 대출업체와 개인투자자는 대부중개업 및 대부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

특히 현행 대부업법에서는 채무자가 대출금 상환을 거부할 경우, P2P 대출업체가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또 온라인 비대면 거래를 악용해 발생 가능한 ‘도덕적 해이’는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출자가 만기에 돈을 갚지 못하면 고스란히 투자자 손실로 이어진다. 8퍼센트의 경우 규정상 2개월까지 연체금리를 적용하고, 자체 채권추심을 하는데 연체가 6개월이 넘어갈 경우 채권추심기관에 넘겨 빚 독촉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가 사업모델로 삼은 미국 최대 P2P 대출업체 ‘렌딩클럽’의 부실률은 평균 6.7%다.

P2P 대출이 해외에서는 핀테크 산업으로 인식돼 성장을 구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대부업 정도로 치부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관련 법규 미비로 P2P 대출 서비스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관련 기업을 새로운 핀테크 기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신종 사금융 기업에 지나지 않는다는 상반된 평가가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8퍼센트의 경우 지난 2월 대부업 등록 없이 유사수신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한때 사이트가 폐쇄되기도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달 초 P2P 대출시장과 관련, “영국처럼 별도의 규율체계를 가져가는 게 나은지, 어떤 시스템으로 접근할 것인지는 굉장한 숙고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원회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내년 1월 크라우드펀딩과 관련한 시행령 개정을 완료할 방침인 가운데 현재 P2P대출에 대해선 연구용역과 함께 검토 중인 단계로 규제를 시행하는 등 방향성에 대해선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 상황이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