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高성능 경쟁… 현대車 ‘N’ 승부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15일 개막한 ‘2015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에서 선보인 ‘N 2025 비전 그란 투리스모’ 쇼카의 모습.

‘i20 WRC’ 랠리카 선봬
벤츠, 1967년부터 도전
751마력 양산차도 판매

막대한 R&D비용 비해
판매량은 많지 않지만
기술력 높이는데 도움

현대자동차는 15일 개막한 ‘2015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를 통해 고성능 브랜드 ‘N’을 공개했다. 품질·가격경쟁력으로 글로벌 5위 자동차회사로 부상했지만 주행성능 면에서 저평가 받아온 현대차는 N 브랜드를 앞세워 고성능차 시장에 뛰어든다는 각오다.

고성능차는 높은 동력성능을 내기 위해 개발된 차를 통칭한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은 기본적으로 고성능차를 생산하지만 일반 양산차업체들도 별도 브랜드를 두고 고성능차 개발에 시간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에 비해 판매량이 많지 않은 고성능차에 자동차업체들이 뛰어드는 것은 개발 과정에서 차체 설계를 비롯해 엔진과 변속기, 조향장치 등 핵심기술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각 업체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명성을 떨치는 브랜드들은 대부분 과거 고성능차 개발과 이어지는 모터스포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17년 첫 번째 N 브랜드 양산차를 내놓을 예정인 현대차는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짜릿한 운전의 재미를 주는 차’를 목표로 내걸었다. N은 현대차 R&D 센터가 위치한 남양과 주행성능 테스트센터가 있는 뉘르부르크링의 머리글자를 따 이름지어졌다. 차와 운전자가 혼연일체가 되는 순간이라는 의미로 슬로건 역시 ‘엔게이지드(Ngaged)’로 결정했다.

양산 단계에 이르지 못했지만 현대차는 이번 모터쇼에서 내년 월드랠리챔피언십대회(WRC)에 참가하는 차세대 i20 WRC 랠리카를 선보였다. 또 최고출력 300마력 이상,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 4.7초의 고성능을 자랑하는 콘셉트카 RM15를 전시해 가능성을 보였다.

N 브랜드에 앞서 성공한 고성능 브랜드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메르세데스-AMG’를 비롯해 BMW ‘M’, 폭스바겐 ‘R’, 아우디 ‘S·RS’ 등이 대표적이다.

메르세데스-AMG는 1967년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흐트와 에버하드 멜커가 독일 그로사스파흐에서 각각의 이름과 지명의 머리글자를 딴 튜닝 전문회사 AMG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4년 만인 1971년 300 SEL 6.8 AMG가 레이싱대회에서 우승해 이름을 알렸고 1993년 다임러가 AMG 지분 50%를 인수해 공동 개발 작품인 C36 AMG를 선보였다. 메르세데스-AMG는 정교하면서도 역동적인 성능과 스타일로 고성능 브랜드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설립 초기부터 엔지니어 한 명이 엔진 하나의 조립을 끝까지 전담하는 ‘1인 1엔진’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독자 개발한 메르세데스-AMG GT를 비롯해 최고출력 422∼751마력의 20개 이상 모델을 시판 중이다.

BMW M 역시 주행성능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브랜드다. BMW는 1972년 BMW M의 전신인 BMW 모터스포츠를 창설하고 3.0 CSL을 내놓는다. 이 모델은 출시 다음 해부터 유럽챔피언십에서 6차례 우승을 거듭했고 1980년대에는 포뮬러1(F1) 차량을 만들어 9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BMW M은 1979년 일반도로용 차량에 모터스포츠 기술을 결합한 M1을 발표하면서 고성능차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가장 성공적인 스포츠카로 꼽혔던 M3를 비롯해 M4 쿠페와 컨버터블, M5, M6 쿠페 및 그란쿠페 등 다양한 M시리즈 차량들이 개발됐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확장돼 X5 M과 X6 M 등에도 적용됐다.

폭스바겐은 R 모델 및 R-라인 시리즈가 대표 고성능 브랜드다. 2003년 2월 5세대 골프를 기반으로 탄생한 골프 R32를 비롯해 R 모델들이 호응을 얻자 폭스바겐은 2010년 별도 자회사로 폭스바겐 R를 설립했다. 독일 바르메나우에 위치한 폭스바겐 R에서는 350여 명의 직원들이 기존 모델의 주행성능을 높인 시로코 R와 골프 R 등 R 모델과 독립된 패키지인 시로코 R-라인과 골프 R-라인, CC R-라인, 폴로 R-라인 등의 차량을 생산한다.

아우디는 S 및 RS 모델을 고성능 브랜드로 보유하고 있다. S는 아우디의 기존 A, Q 모델에 더 강력한 성능과 역동성을 부여한 모델로 풀타임 4륜구동 방식인 콰트로가 기본 장착된다. RS는 레이싱카에 가까운 초고성능 모델이다. 1994년 RS 2 아반트를 시작으로 RS 4, RS 6 등의 모델이 뒤이어 출시됐으며 현재 국내에는 RS 5와 RS 7 등이 판매 중이다. 르노 역시 트윙고, 클리오, 메간, 산테로 등 4개 모델의 최상위 버전으로 고성능 브랜드 RS를 운용하고 있다.

김남석·이근평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