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록마(록히드마틴)軍과 ‘보라매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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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 정치부 부장대우

건국 이래 최대 국책사업인 18조 원대 한국형 전투기(KF-X), 이른바 보라매 사업 과정에서 보고 누락 및 졸속 계약, 기종 변경, 가격 책정 방식 등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전면 조사에 들어갔다. 사업 타당성을 둘러싸고 이미 7차례 조사보고서를 내면서 한국국방연구원(KIDA)과 ‘공군-항공학과 교수’ 간에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설 때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국감에서 ‘보라매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위기다.

F-35 40대를 구입하는 차기전투기(F-X) 사업 절충교역 과정에서 미국 정부는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4개 핵심기술을 제공할 생각이 사실 추호도 없었다. F-35 제작사인 록히드마틴(록마)은 최근 몇 년간 한국 방산시장을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어 방사청은 록마와 미국 정부에 통사정을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한국이 4가지 핵심 기술을 제공받아 2025년 자체 개발에 성공하면 목표가격 약 1100억 원이다. F-35의 목표가격 약 1850억 원(현재 2500억 원)에 비해 시장 경쟁력에서 앞서게 된다. 록마가 바보가 아니고서야 핵심기술을 수출승인(E/L) 조건 없이 줄 이유는 전혀 없었다.

방사청이 기술 이전을 위해 노력한 점은 인정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을 호도하는 결과가 됐다. F-35 대수가 애초 60대에서 40대로 줄어든 과정도 의혹을 산다. 수리부속 유지관리비까지 합치면 최소 30조 원 이상 투입될 사업은 곳곳이 지뢰밭이고, 개발 리스크 투성이다. 한국이 유럽 항공사로부터 비싼 기술협력 제공 대가를 치른 뒤 AESA 레이더 등 핵심기술을 도입하고, 미션(임무수행) 컴퓨터 자체 개발에 성공한다 해도, 전투기 고장이 발생할 때마다 매번 유럽과 미국의 기술협력·무장 제공업체 등에 미션컴퓨터 소스코드를 공개해야 한다. 소스코드가 알려지면 전투기 위치, 성능 등 비밀이 공개되는데 이런 식으로 전투기를 만드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4개 핵심기술의 체계통합 프로그램을 한 회사로부터 패키지로 제공받으려면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한다. 개발비용은 기하급수로 늘 수밖에 없다.

18조 원으로 10년 안에 시장경쟁력을 갖춘 국산 전투기 개발전략도 회의적이다. 유럽의 전투기 생산 선진국들은 150∼200대를 생산하는 데 20년 이상 걸리고, 80조 원 이상을 투자했다. 대만, 이스라엘이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려다 실패했고, 프랑스는 라팔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판매에는 실패했다. 한국 공군 주력 전투기 등 핵심 전력들이 록마 브랜드 일색으로 대체되는 것도 리스크를 키운다. F-X사업 비용이 7조3419억 원, 1조8000억 원의 KF-16 개량사업 역시 영국 BAE시스템에서 록마로 대체됐다. 18조 원대의 KF-X 사업 역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록마가 공동개발한다. 보라매 사업 실패는 단순히 회복 불가능한 공군 전력 공백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 재정 파탄의 발화점이 돼 정부 신뢰도가 곤두박질할 수 있다. ‘핵심부품 국산화 능력, 수출 전망 등 객관적·합리적 판단보다 과욕을 앞세운 밀어붙이기식 사업 방식으로 갈팡질팡하고 있다. 개발 리스크를 줄일 방안을 원점에서부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