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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10월 02일(金)
고대DNA와 30여년 ‘씨름’… 인류 기원을 탐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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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 스반테 페보 지음, 김명주 옮김 / 부키

세계 최초로 네안데르탈인의 DNA 염기서열을 해독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분자고고학자가 30여 년간의 연구 여정을 진지하고 진솔하게 기술한 책이다. 저자는 호기심에서 출발한 공상과학소설 같은 프로젝트가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시도를 통해 어떻게 중대한 발견에 이르게 됐는지 담담하게 보여 준다.

책은 친절하지 않다. 상식 수준의 과학 지식만으로는 설명을 쉽게 따라가기 어렵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들. “수백 개의 콜로니 각각에 있는 박테리아 일부를 셀룰로오스 필터에 옮긴다. 필터에 붙어있는 단일 가닥으로 분리된 DNA에서 상보적인 서열을 찾아 결합한다.”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뭔가 까다롭고 복잡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정도다. 하지만 그의 과학자적인 태도, 위대한 업적과 감동적인 열정을 들여다보는 데는 충분하다.

책은 2006년 독일 뮌헨대 동물학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저자가 대학원생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흥분한 대학원생은 네안데르탈인의 뼛조각 3.5g에서 추출해낸 DNA 염기서열이 ‘인간과 다르다’고 했다. 그 뼛조각은 인류가 멸종한 형태에서 추출돼 해독된 최초의 DNA 조각이었던 것이었다. 네안데르탈인은 누구인지, 왜 3만 년 전에 사라졌는지, 우리 조상이었는지 아니면 멸종한 사촌이었는지를 해독할 수 있는 세계적인 발견이었다.

4만여 년이란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을 거친 뒤에도 네안데르탈인의 DNA 정보조각이 훼손되지 않았던 것도 기적이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DNA가 진짜 네안데르탈인의 것인지를 증명하기 위한 반복적이고 정교한 검증 과정이다. 이 과정에는 앞서 예로 든 문장의 수십 배나 더 복잡하고 치밀한 방법이 동원됐다. 저자는 완성한 연구 보고서를 영국 학술지 ‘네이처’나 미국 학술지 ‘사이언스’에 보내지 않았다. 겉만 번지르르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긴 글을 싣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는 실험의 전 과정과 확신의 근거를 남김없이 제시할 수 있는 지면을 허락한 학술지 ‘셀’에 논문을 발표했다. ‘과학자로서의 태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흥미 위주의 거친 요약, 과장된 비유, 혹은 영웅담이 책에 등장하지 않는 이유가 짐작되고 남는다. 낯선 용어들이 등장하고 전문 분야를 다루고 있지만 책은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전 세계 14개 언어로 번역됐고, 그해 아마존 선정 ‘올해의 책’에 꼽혔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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