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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10월 02일(金)
행복·섹스·종교란? … 간디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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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레 옆의 간디. 포토저널리스트 마거릿 버크화이트가 1946년 찍은 이 사진은 간디의 ‘비폭력 저항운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간디와의 대화 어떻게 살 것인가 / 김진 지음 / 스타북스

2일은 세계 비폭력과 평화운동의 상징인 마하트마 간디(1869∼1948)의 탄신 146주년이자 유엔이 정한 ‘국제 비폭력의 날’이다. 또 올해는 남아프리카에서 비폭력저항의 사탸그라하(Satyagraha) 운동을 펼친 간디가 인도로 돌아와 영국의 지배로부터 독립운동을 시작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간디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인물이지만, 국내에서 그 사상적 깊이가 공유되진 못했다. 함석헌에 의해 계승되기도 했으나, 실천적 힘을 발휘하진 못한 것이다. 김진 목사가 지은 이 책은 변화운동의 ‘힘’으로서의 간디의 사상에 방점을 놓고 있다. 김진은 한국 개신교에서 맥이 약해진 ‘영성 수행’의 전통을 복원하고자 노력해온 인물이다. 그는 ‘비폭력’ 등 일부만 알려진 간디의 사상 중에서 ‘영성’을 찾아가는 구도자의 면모에 주목함으로써 간디의 사상을 더욱 풍성하고 실천적이자, 현세기가 필요로 하는 자양분으로 끌어올린다. 저자는 독일 유학(프랑크푸르트대·신학) 중 인도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것을 계기로 영성 공동체에 관심을 두고 아시람 건립 프로젝트를 10여 년간 진행해왔고, 여러 인도의 아시람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다.

책은 간디와의 가상 대화 형식을 빌려 전개된다. 인도에서 간디의 행적을 순례했던 저자는 델리의 라지카트에 있는 간디의 묘소(사마디)를 시작으로 간디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마다 간디와 만나 대화순례를 펼친다. 물론 간디가 살아있을 때 남긴 말을 기반으로 재구성한 대화지만, 간디에 ‘빙의’된 김진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대화를 통해 ‘행복’ ‘진리’ ‘음식’ ‘섹스’ ‘종교’ ‘붓다’ ‘예수’ ‘병’ ‘노동’ ‘비폭력 혁명’ 등에 대한 간디의 깨달음을 현재화한다.

도대체 이 옹색하고 소심했던 사람을 자신부터 변화해 이웃과 사회와 세계를 변화시킨 ‘마하트마’(위대한 혼) 간디로 이끈 것은 무엇일까? 영화를 통해서도 보았던 유명한 ‘기차 인종차별’ 사건은 간디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계기가 됐다. 남아프리카 피터마리츠버그 역에서 ‘인도인은 1등석에 앉을 수 없다’며 기차에서 내팽개쳐진 이 사건에 대해 간디는 “그런데 이상한 것은 수모와 멸시를 당하고 나니까 오히려 내 삶과 세상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밤에 잠 못 이루며 ‘나는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 표현으로 하면 나의 다르마, 즉 의무를 깊이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한다. 김진은 함석헌의 말을 빌려, 이를 ‘하느님의 발길에 차여 움직인 것’이며, 간디는 뜻하지 않았으나 이를 거부하지 않고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사건’이 된 것으로 해석한다.

죽음의 순간에 대한 대화도 길게 이어진다. 간디는 항상 죽음의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을 알았고, 자기 죽음의 형태까지도 예견했다. 삶과 죽음을 달리 보지 않는 간디의 생각은 두려움을 극복한 자기통제, 자기정화, 희생과 사랑으로 무장된 강한 ‘힘’이다.

“살아있을 때도 인간은 자신의 삶을 ‘0’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소유도 욕망도 없는 무(無)의 상태…. 사랑의 신과 한몸이 되기 위해 나와 내 것에 대한 이기심을 버린 ‘0’이 된 사람들은 영원히 자유롭습니다. 이것이 최고의 의식상태입니다. 이 상태에 도달하면 죽어도 영원히 살 수 있게 됩니다.”

기독교의 거듭남이며 불교의 깨달음이라 할 이 경지야말로 설사 육체가 죽는다 해도 그 영혼은 죽지 않으며 간디 자신을 비폭력의 힘으로 만든 의식상태다.

인도의 조혼 관습에 따라 열세 살에 결혼한 간디는 매춘부와의 경험을 고백하기도 했고, 아버지의 임종 때 욕정을 참지 못해 부인과 옆 방에서 섹스하다가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걸 자서전에 쓰기도 했다. 그는 이후 브라마챠라(금욕)를 선언해 섹스에 관해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간디는 “브라마챠라는 여자를 멀리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모든 욕망으로부터의 자유와 절제를 뜻합니다. 단순히 육체적 금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상과 언어, 행동에서 진정한 브라마챠라를 실행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행복에 대한 그의 깨달음은 무엇일까. “행복의 열쇠는 진리를 추구하는 삶 자체에 있습니다. 나는 인도의 종(servant)이 아니라 진리의 종으로 살았다고 자부합니다. 진리의 길이 바로 나와 이 세계를 위한 평화의 길입니다. 나는 삶에서 줄곧 마음의 아름다운 평화를 느껴 왔습니다. 이런 나의 삶을 누가 행복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엄주엽 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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