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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10월 02일(金)
늑대는 나쁘지 않다… ‘童心을 닮은’ 세 마리의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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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들이 사는 집 / 허가람 글, 윤정주 그림 / 비룡소

어떤 어린이에게 물어보아도 금방 대답이 나오는 질문이 있다. ‘늑대와 양 중에 누가 더 나쁜가?’ 같은 경우다. 대부분 어린이는 늑대가 양을 괴롭히게 될 것이라고 짐작한다. 이런 생각을 갖게 만든 데는 오랜 세월 전해져 온 우화의 힘이 컸다. 우화는 본래 어떤 집단을 풍자하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특정한 상징을 자주 사용하는데 ‘나쁜 것’으로 상징된 존재들은 그 누명을 벗기가 쉽지 않다. 물론 어른이 되면 늑대가 그렇게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게 되지만 한번 머리에 입력된 통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살면서 늑대나 양과 마주칠 일은 거의 없기에 그 통념이 우리 삶을 교란하거나 해악을 끼치지는 않겠지만 우화의 스테레오타입이 아이들의 자유로운 생각을 제한할 가능성은 있다.

통념은 모든 것을 집단의 이름 아래 묶어버리는 경직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위험하다. ‘모든 늑대는 이러하다’는 생각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늑대들에 대한 이해를 멈추게 만든다. 통념에 젖은 사람은 존재 하나하나를 공들여 바라보지 않고 집단 내부의 새로운 변화에도 둔감하다. 고전 우화는 어린이들도 읽기 쉽고 재미있어서 인기가 높지만 강한 통념에 따르는 사고방식을 남길 수 있어 조심스럽다.

‘늑대들이 사는 집’은 얼핏 흔한 반전 패러디 이야기처럼 보인다. 무섭지 않은 늑대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그 이상의 파장을 지닌 독창적인 우화다. 세 편의 단편에는 세 마리의 늑대가 등장하는데 뾰족 귀 늑대는 ‘흠’, 넓적 귀 늑대는 ‘픔’, 처진 귀 늑대는 ‘큼’이라는 소리를 습관처럼 내뱉는다.

카드놀이를 좋아하고 애정 표현에 서툰 이 세 마리 늑대들의 집에 길 잃은 오누이 양이 찾아오기도 하고 버섯나라의 몽글왕자가 나타나 모험을 벌이기도 한다. 생각 없이 물을 주었던 해묵은 나무뿌리가 거대하게 자라나 늑대들의 보금자리를 파고드는 신비한 사건도 겪는다. 작품 속 늑대들은 ‘나쁘다’거나 ‘착하다’라는 말로 통칭할 수 없는 서로 다른 매력을 자랑한다. 그들의 행동은 ‘악행’이나 ‘친절’로 나눌 수 없으며 무엇보다 어린이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신기한 단서가 나타나면 참지 못하고 건드려 보고 마음이 약해서 힘든 사정을 돕지 않고는 못 견딘다. 겁이 나면 엄마 먼저 찾는 것도 어린이와 똑같다.

그동안 어린이들은 늑대와 양의 구도가 바뀌는 수많은 패러디 동화를 읽었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자신이 직접 늑대가 되어보는 새로운 경험을 얻는다. 이 세상에는 늑대처럼 나쁜 사람들이 가득하다는 어른들의 협박 속에서 이것은 따뜻하고 신선한 사건이다. 어린이들은 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여전히 서로 사랑하고 있고 늑대가 나오는 이야기는 역시 재미있다는 변함없는 진리를 깨닫는다. 제4회 비룡소문학상 수상작이다.

김지은 어린이 청소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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