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명문대 합격할 지능이 필요… ‘AI 개발’ 美·中·日 불붙다

인간의 지적 능력을 컴퓨터로 재현하는 인공지능(AI)에 대한 개발 경쟁에 미국과 일본 등 기술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까지도 가세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최근 공통적으로 ‘명문대 입시 합격 수준’이라는 척도를 내세우며 AI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일본은 도쿄(東京)대 입시 합격을 목표로 한 AI 개발 계획을 진행 중이며 중국도 이와 같은 목표를 두고 일본 측에 협력을 요청했다. 또 미국의 한 연구진이 개발한 AI는 대학입학자격시험(SAT) 기하학 과목에서 평균적인 수험생 수준의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2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AI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국립정보학연구소(NII)는 현재 도쿄대 입시에 합격할 수 있는 AI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도로보군(도쿄대와 로봇, 어린 남자의 호칭 군의 합성어)’을 개발하고 있다.

도로보군 개발은 지난 2011년에 시작됐으며, 관련 연구자만 100명이 넘게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도쿄대 합격은 무리이지만, 일본 대입시험센터의 모의고사에서 일본의 사립대에 합격할 가능성이 80% 이상인 수준까지는 개발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관련 기술을 산업에 적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일본 정부는 ‘일본 부흥전략’의 일환으로 AI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릴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의 산업기술종합연구소도 지난 5월 인공지능연구센터를 신설하고 해외에서 활동하던 권위적인 연구자를 센터장으로 초빙하는 등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문부과학성은 2016년도 예산안 가운데 AI 연구에 100억 엔(약 990억 원)을 투자해 연구시설을 정비하겠다는 계획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중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스타트업 기업인 ‘마이플라이테크’는 5월 NII 측에 AI 개발 협력을 요청했다. 마이플라이테크 측은 “중국은 국가 프로젝트로서 대학 입시에 합격할 수 있는 AI 개발을 착수했다”며 “일본의 도로보군 개발에 주목해 온 만큼, 협력 관계를 구축해달라”고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는 이미 포털사이트 업체인 바이두(百度) 등이 AI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국가의 기술 수준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명문대 입시 합격’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제시됐다. 이에 마이플라이테크를 중심으로 유명 대학들이 협력해 중국의 상위 20개 대학 입시에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의 AI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국들이 출원한 AI 관련 특허 가운데 약 50%를 보유하고 있는 ‘AI 대국’ 미국에서는 이미 대입 합격이 가능한 AI 개발이 구체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앨런 인공지능 연구소와 워싱턴대 연구진이 제작한 AI 프로그램 ‘지오살버(GeoSolver)’는 SAT 기하학 과목에 도전해 미국의 11학년(한국의 고교 2학년) 평균에 가까운 성적을 받았다. 지오살버는 예전에 보지 않은 문제의 그림을 파악하고 완전한 문장을 읽어내고서 정답까지 도출해 내는 등 혁신적인 성과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능력도 인간의 지능과 비교하면 너무 단편적인 성취인 만큼 아직 AI의 개발이 큰 발전을 이룬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AI의 개발 수준이나 지적 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으로는 최근의 미·중·일과 같이 대입 시험 같은 표준 시험을 치르게 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가구 부속품을 조립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이케아 시험’, 상식이나 눈치를 통해 얼마나 상황을 잘 파악하는지 평가하는 ‘위노그래드 도식 시험’ 등이 있으며 각 시험별로 동일한 AI라도 성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한편 미국과 일본, 중국이 이처럼 AI 개발에 몰두하는 것은 그로부터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AI는 지능형 로봇이나 무인자율주행자동차(무인차) 개발에 있어 빠질 수 없는 기술이다. 또 AI가 적용된 로봇 등은 산업 전반이나 군사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경쟁국인 일본에까지 손을 뻗어 개발 협력을 요청하고 있으며,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중국이 기술 흡수에 탐욕을 부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고 전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