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안심공천은 개혁 역행·기득권 유지’ 인식… 미뤄진 격돌

‘김무성 협의과정 실종’ 비판
기존 정치·신인 조화 중요시
원론강조…‘진짜 전쟁’ 예고

“더 이상 내부서 공방말자”
靑-金 갈등 일단은 봉합돼
특별기구 논의 지켜볼 듯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싼 당·청 간 갈등이 표면적으로는 봉합 국면에 들어갔지만 안심번호 공천제를 추진한 김무성 대표의 행태에 문제가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은 더욱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본질적인 원인을 정치개혁이란 명분을 앞세운 계파적 이해와 여권 내부의 생산적인 협의 과정 실종으로 파악하고 있다.

2일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전일 오후 내부 회의에서 안심번호 공천제 여야 대표 합의로 불거진 현재의 당·청 갈등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사안의 본질은 정치개혁에 역행하는 안심번호 공천제의 도입에 있다는 취지의 의지를 강력하게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늬만 국민공천제일 뿐이고, 사실상 현역의원 기득권 유지제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국민들의 정치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낡은 정치를 청산하는 새로운 시도와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유엔총회 방미기간 중에 여야 대표가 안심번호 공천제에 합의하고 ‘쿠데타’처럼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서 불편한 심기를 거두지 않고 있다. 후보 선택권 문제가 달린 중대 사안에 대해 ‘친박’과 ‘비박’을 모두 포함한 당내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중대한 절차적 하자라는 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대표는 ‘9·28 안심번호 공천제’ 합의 직후 발표문을 청와대에 보냈다고 하는데, 발표문을 일방적으로 보낸 것은 통보에 불과하다”면서 “청와대는 통보받는 기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당 내부에서는 안심번호 공천제가 문제점이 많은 제도라면 과연 박 대통령이 공천권에 대해서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의 공천권 행사와 관련, 박 대통령은 경험이 풍부한 노련한 정치인과 신진 엘리트 정치인에게 골고루 기회가 돌아가는 ‘신구(新舊) 조화’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당·청 대립이 표면화된 지난 9월 30일 이후 ‘공천 개입’ 논란을 우려해 공개적으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안심번호 공천제 논란을 계기로 공천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향후 본격화될 공천 주도권 잡기의 포석을 깔아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천개혁의 방향을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김 대표 논리에서 정치권의 인적 개혁으로 돌림으로써 공천 개입의 공간을 확대해나간다는 것이다. 결국 박 대통령의 승부사적 기질을 감안하면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청와대의 공천 개입을 막으려는 김 대표의 프레임 자체를 부인하고 박 대통령의 프레임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제교 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