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이상엽의 인문학 건강론>바깥일-집안일 사이 균형·조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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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일과 집안일 사이의 균형과 조화는 모든 인간이 가장 희망하는 삶의 모습일 것이다. 어느 쪽으로든 크게 치우치게 되면, 업무활동과 가정생활의 리듬은 쉽게 어긋나고 충돌한다.

도달할 목표가 있고, 달성할 성과가 있는 바깥일은 몸을 더욱 바깥으로 열어가는 행위다. 바깥일은 무언가에 통달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다. 동의생리학에서는 이를 폐달사무(肺達事務)라고 한다. 인체는 마치 녹색식물이 광합성운동을 하듯, ‘호흡활동(肺)’을 통해 외부와의 ‘표면적을 극대화(達)’하여 더 많은 ‘산소(事)와 포도당(務)’을 확보하고자 한다. 충분한 산소는 차분함과 집중력을 갖게 하고, 충분한 유기물은 부지런함과 추진력을 만들어낸다. 사무(事務)라는 바깥일을 통해 인간은 보람과 긍지를 배우고 익힌다. 다른 한편으로, 집안일은 지켜낼 혈육이 있고 건립할 가문이 있는, 몸을 더욱 안쪽으로 다져가는 행위다. 집안일이란 무언가를 확립하여 입지를 다지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다. 동의생리학에서는 이를 간립당여(肝立黨與)라고 한다. 인체는 마치 야생동물이 생존과 번식을 하듯, ‘근육활동(肝)’을 통해 내부 혈맥의 ‘연결망을 촘촘히(立)’하여 더 많은 ‘혈액(黨)과 순환력(與)’을 확보하고자 한다. 충분한 혈액은 안락함과 사교성을 갖게 하고, 강한 순환력은 너그러움과 통찰력을 만들어낸다. 당여(黨與)라는 집안일을 통해 인간은 공유와 책임을 배우고 익힌다.

바깥일을 순조롭게 운행하는 원리는 호기심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뭐든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것이다. 일단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인간이라야 일을 야무지게 잘한다. 이를 애성(哀性)이 원산(遠散)하다고 한다. 스스로 과제 설정을 하지 못하고 주어진 일에만 관심과 열정을 쏟는 인간은, 설령 업무상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더라도 근본적인 업무능력이 향상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일머리가 늘지 않는다고 하는 경우인데, 이는 업무와 일상이 특별한 인지적 연관성 없이 따로 놀기 때문이다.

평소 ‘자신이 마주한 모순들(哀性)’이 일 속에서 자연스레 해소(遠)되고 이를 통해 더 큰 문제의식으로 나아가지(散) 못하면, 인간은 갈수록 눈앞의 성과에만 집착하게 된다. 소위 ‘무조건 해결’식의 결과주의와 ‘닥치고 성공’식의 성과주의가 자리 잡게 되는데, 이러한 신체 상태를 노정(怒情)이 촉급(促急)하다고 한다. 여기서부터는 바깥에서 잘못 만들어진 신체에너지가 집안일을 억압하고 훼절시키기 시작한다.

오늘 한국사회의 집안일은 무조건 ‘잘살아야 한다’는 성과주의 속에 파묻혀 있다. 자식의 성공지수, 가정의 행복지수, 가문의 부귀지수 정도가 한국의 당여관계 속에서 측정되고 계량되는 성과지표일 것이다. 사무관계 속에서 어긋난 노정(怒情·무조건 잘 해내야 한다는 초조함과 조급함)이 가족(당여)관계로까지 삐져나온 것을 벌심(伐心)이라고 한다. 이 벌심(伐心) 속에서 당여관계를 학습한 아이들은 오로지 사회적 성공을 최우선의 가치로 품고 자라나,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파벌(派閥)을 만들고 무엇이든 탐나는 것이면 훔치고자 하는 마음(절심·竊心)을 야망이라 착각하며 살아간다. 지금 우리에게 ‘집안일’이 오롯하게 살아있는지 한 번쯤 자세히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카페방하 디렉터 lee_sy@egone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