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보다 연구비 따내는게 일… 장기 육성 시스템 절실”

“지원때 경제효과부터 따져
한우물 파는 연구자 못 나와
근대과학역사 日보다 짧아
정부 투자·민간 기부 필요”

일본과 중국이 올해 기초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과학 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만 동북아 3국 중 유독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 원인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유행’을 타지 않는 장기적인 투자와 연구, 그리고 이를 평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양 과학을 일찍 받아들인 일본 등에 비해 짧은 기초 과학 연구 역사에서 원인을 찾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창영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는 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적은 연구비라도 꾸준히 지원해줘서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특히 대학이나 연구소에 처음 들어와서 연구자들이 연구비를 따내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기초 과학에 투자한다고 하지만 경제적인 효과를 묻는다”면서 “지난해 노벨상을 받은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같은 경우 10년 동안 성과 없이 연구만 해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정부의 지원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기초 과학을 육성하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의 경우 기부 등을 통해 대학으로 자금이 들어가고 이 자금이 기초과학 연구 등에 투자되지만, 국내의 경우 이 같은 풍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평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준호 카이스트 로봇연구센터 소장은 “지표평가(객관적 평가)를 하다 보면 수준 높은 연구결과를 기대하기 힘들어진다”면서 “연구자 자신이 연구 목표를 아예 처음부터 낮춰 놓고 시작할 수 있기 때문으로 좀 더 ‘주관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기초과학 연구가 아직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노벨상 수상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현식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는 “일본은 사실 근대과학의 역사가 18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면 한국은 빨라 봐야 해방 이후에야 과학을 공부하기 시작해 양국 간 수십 년의 시차가 있다”면서 “본격적으로 연구할만한 자금이 지원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부터”라고 말했다.

특히 물리 분야의 경우 장비 구축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연구비가 중요한 분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장비 구축에 지원되는 자금은 일본 등 과학기술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