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매년 100억 이상 더 내라” ‘반올림’ 무리한 기부 요구

‘순이익 0.05%’ 등 요구안
8월 조정위에 제출 드러나
조정위, 이달 2일에야 통보

삼성전자 사업장 직업병 문제의 소수 피해자 단체인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측이 삼성전자에 1000억 원의 기부금 외에도 매년 순이익의 0.05%를 외부 사단법인에 추가 기부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과도한 책임’을 지우려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8일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와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반올림은 지난 8월 3일 삼성전자가 1000억 원의 기부금 외에 매년 순이익의 0.05%를 사단법인에 기부할 것을 요구하는 등 총 15가지 항목의 수정제안을 조정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의 순이익 0.05%는 약 100억~150억 원 규모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순이익(23조4000억 원)으로 계산하면 117억 원이다.

문제는 조정위가 이 같은 반올림 측의 수정제안을 받고도 교섭 주체인 가대위와 삼성전자 측에 지난 2일에서야 통보했다는 점이다. 두 달 동안 반올림의 수정제안 내용을 상대방 교섭주체에 알리지 않은 것이다. 가대위와 삼성전자 측은 “조정위의 조정 의지가 있는지 의심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조정위는 지난 7월 보상 등을 수행할 외부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삼성전자에 1000억 원을 기부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 권고안에 따르면 1000억 원 가운데 300억 원을 운영비용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반올림의 수정제안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법인이 존속하는 한 매년 100억~150억 원의 비용을 더 기부하도록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기금 1000억 원 출연 등 조정위 권고안을 수용했지만, 사단법인을 설립해 그 운영 등에 300억 원을 쓰도록 한 권고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당초 반올림은 조정위의 권고안에 찬성하고, 삼성전자가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는 데 대해 비난했지만 오히려 15개에 달하는 항목에서 수정을 요구한 것이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