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나는 골프중독자”… 술·담배 끊고 독학 6개월만에 79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장흥수 ㈜관악도서유통 대표가 지난 1일 경기 고양시 소재 사무실 한편에 만들어 놓은 그린 위에서 과거 한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했을 당시 사용했던 드라이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장흥수 ㈜관악도서유통 대표

“일뿐 아니라 골프 역시 우연히 얻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장흥수(56) ㈜관악도서유통 대표는 클럽챔피언만 11차례를 차지했다. 그 밖에도 여러 차례 전국규모 아마추어대회 우승컵을 안았던 아마추어 고수다. 이런 장 대표 역시 시작은 평범한 주말골퍼로 출발했다. 외환위기가 몰아닥친 1998년 친구들의 꾐에 빠져 골프를 시작했다. 장 대표는 “처음엔 친구들과 재미삼아 내기를 했다”면서 “몇 번은 돈을 잃고도 ‘그린피는 내가 쏜다’ ‘오늘 밥값은 내가 낸다’며 호기를 부렸지만, 번번이 ‘열린 지갑’ 노릇에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았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지고는 잠도 못 잤던 성격에 자존심마저 상했던 것. 장 대표는 그때부터 죽기 살기로 골프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잠자는 시간을 줄여 새벽부터 연습장을 찾았고 ‘청조회’라는 새벽 연습 모임에도 가입했다.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연습을 마친 뒤에야 출근했고, 퇴근하면 집보다 연습장에 먼저 들렀다. 좋아하던 술 담배도 끊었다.

하루 5∼6시간을 ‘이 악물고’ 연습장에서 보냈더니 몇 달도 안 돼 실력이 부쩍 늘었다. 처음엔 프로에게 레슨을 받았지만, 곧 독학으로 전향했다. 그리고 6개월도 안 돼 79타를 쳐 ‘싱글 패’를 받았고, 골프입문 5년 만에 전국규모의 아마 대회에서 첫 우승까지 안았다.

장 대표가 단기간에 골프를 깨달은 비결은 ‘승부욕’ 덕분. 물론 연습과 집중력도 한몫했다. 라운드를 가는 날에도 사전에 골프장에 연습장이 있는지 확인했고, 동반자 몰래 반드시 2시간 전 몸을 풀고 나갔다. 승률이 높아질 수밖에.

장 대표는 “옆에서 어떤 농담을 하더라도 볼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보낼 정도가 돼야 하고, 끝까지 긴장을 풀지 말아야 하며, 집중력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개 주말골퍼들은 초반에 더블보기나 그 이상의 스코어가 나오면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망하지 않고 집중하면 충분히 목표 타수를 이룰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 대표는 드라마 같은 명승부도 경험했다. 2011년 동부산골프장에서 열린 부산 MBC 대회 때 4개 홀을 남겨 두고 4타나 뒤졌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파5인 15번 홀에서 200m를 남겨두고 2온시킨 뒤 4m 거리의 이글을 집어넣어 2타 차로 좁혔다. 파3인 17번 홀에서 10m 내리막 버디를 넣었더니 앞서가던 상대가 짧은 파 퍼트를 놓쳤다. 그리고 동타가 돼 연장 4홀 만에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장 대표는 “넣겠다는 생각보다는 3퍼트만 하지 말고 잘 붙여 파만 하자는 생각이 좋은 결과를 얻었던 것 같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장 대표는 스스로를 ‘골프중독자’로 칭한다. 그에겐 회사 일과 골프밖에 없다. 몇 해 전 위암 수술을 받았을 때였다. 이틀도 안 돼 병실에서 연습스윙을 하다 배에 힘을 주는 바람에 실밥이 터져 다시 수술을 한 적도 있다. 재수술 후 한 달도 안 돼 복대를 차고 인천 스카이72골프장 블루티에서 83타를 치기도 했다. 아무리 바빠도 매일 한 번은 꼭 클럽을 잡는다. 차 트렁크에 늘 골프 백을 싣고 다니며 시간만 나면 연습을 하고, 회사 사무실에도 퍼팅 연습장을 만들어 놓았을 정도다.

1985년부터 도서출판일을 하다가 1991년부터 지금의 회사를 차렸다. 처음엔 잡지와 출판사로 시작해 지금은 도서유통만 하고 있다. 월 10만 부 정도를 판매하고, 500㎡ 규모의 서점 6개와 대형 할인마트 내 서점 120여 곳을 운영 중이다. 도서정가제 실시 이후 개인기업으로는 업계 1위이지만 이익률은 갈수록 낮아져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록 또한 화려하다. 9홀 베스트는 보광휘닉스파크 골프장에서 작성했다. 이글 1개에 버디 4개로 6언더파 27타. 18홀은 블랙티에서 7언더파 65타까지 친 적이 있다. 공식 대회에서는 4언더파 68타를 친 게 최고.

홀인원은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KB국민은행 프로암대회를 시작으로 모두 4차례 경험했다. 한 라운드 버디를 6개까지 잡아봤다. 골프장에서 가장 긴 블랙티에서 치기에 어지간한 파5 홀에서 2온이 힘들어지는 대신 파4 홀에서 세컨드 샷이나, 파5 홀에서 세 번째 샷으로 잡은 이글이 많다.

대개 주말골퍼들은 싫증이 나 클럽을 바꾸지만 장 대표의 웨지는 엄청난 연습량을 입증하듯 프로처럼 닳았다. 장 대표는 1년에 한 번 정도 바꾸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아마추어지만 클럽 메이커로부터 용품을 후원받기도 한다.

장 대표는 스코어를 까먹는 것보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게 더 큰 문제라면서 자신도 긴장이 풀리면 바로 보기가 나올 때가 많다며 웃었다. 그 때문에 라운드 중에는 늘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란다. 장 대표는 “주말골퍼가 스코어를 줄이려면 장갑을 벗을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조언한다.

첫 홀에서 낭패를 봤다고 좌절할 이유도 없고, 초반에 잘 쳤다 해서 우쭐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잘 쳐야겠다는 집중력이 필요하단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