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과 만남, 우연 아니다”… 비뚤어진 ‘婚테크 마케팅’

가을 결혼 시즌을 맞아 일부 결혼 정보 회사가 상대의 조건만 과도하게 내세운 광고를 하고 나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8일 문화일보 취재진이 일부 결혼정보회사에 문의한 결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P결혼정보회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씨의 재혼을 주선했다”며 “명문가와의 명품 결혼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홍보했다. 이 회사 상담사는 “재벌가들이 서로 사돈을 맺는 데 역할을 했고, 국회의원 자녀와 재벌 3세 등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재산과 집안에 따라 일반프로그램과 블랙클럽 프로그램으로 나뉘지만, 상담을 통해 정·재계 유명인사들과 만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심층 상담을 권유했다.

강남의 또 다른 D결혼정보회사도 마찬가지였다. 회사 홈페이지에 회원들의 학력·직업·가정환경 등을 통계로 정리해 제시하며 상류층 회원이 다수임을 강조했다. 또 자산까지 100억 원대, 300억 원대, 500억 원대, 1000억 원대로 분류해 게시했다. 가입을 위해 필요한 회원등급 테스트에는 개인의 학력과 직업 등은 물론 부모의 자산과 직업, 학력 등을 자세히 적도록 돼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은 결혼정보회사 난립 탓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2014년 6월 기준 여성가족부에 등록된 국내 결혼정보업체는 무려 943곳에 달했다.

이윤석 서울시립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결혼할 때 조건을 따지지 않았다고 할 수 없지만, 요즘은 과거보다 불확실한 삶을 살게 되면서 결혼을 할 때 더 구체적이고 정교하게 조건을 따지는 것 같다”며 “일부 결혼정보업체들이 이 같은 청년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