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大 첫 ‘명예군사학박사’ 받는 95세 백선엽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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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에 거동도 불편하지만
65년전 평양 입성 기억 생생

‘도전’많지만 두려워 말아야”

“북한 공산군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 발발 당시 저는 1사단장이었습니다. 그때 이 국방대 자리에 바로 1사단 사령부가 있었지요. 부족한 노병에게 특별한 상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자리 잡은 국방대 창설 60주년을 맞아 이 대학 사상 처음으로 명예군사학박사 학위 수상자로 선정된 백선엽(95·예비역 대장·사진) 장군은 1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백 장군은 “제가 받게 된 이 명예는 제 개인의 것이 아니다”라며 “수많은 국군과 유엔군 장병들의 희생을 대신해 지금까지 살아남은 제가 대표로 받는 것일 뿐, 먼저 가신 전우들의 영전에 명예로운 상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6·25전쟁의 살아 있는 영웅으로 불리는 백 장군은 노환으로 귀가 어두워지고 거동이 불편해 비서 등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통화가 이뤄졌다.

백 장군은 “초전에 북한군에 밀려 낙동강까지 내려갔다가 미군과 함께 경북 칠곡군 다부동에서 북한군의 공세를 저지했다”며 “다시 반격작전에 나서 평양에 입성하던 그때의 기억이 65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백 장군은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묻자 “준비하는 지휘관은 놀라지 않는다(Never commmander surprise!)”라고 답했다. 6·25전쟁 뒤 미8군사령관이었던 맥스웰 테일러 대장의 모토였다.

“테일러 대장은 저와 협력해 오늘날 60만 국군의 기틀을 세우고 동양 최초로 제1 야전군을 만들어놓았습니다. 지금 이 시대에도 많은 도전이 우리에게 있지만 그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하나로 뭉쳐 미리 준비해 나간다면 결코 놀라지 않고 발전하는 국방대와 우리 국군, 나아가 더욱 강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될 것입니다.”

백 장군은 32세에 최연소 육군참모총장에 오른 데 이어, 한국군 최초로 육군 대장에 임명됐다. 전쟁 중 방한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 당선자에게 요청해 한국군을 20개 사단으로 증강하는 등 군 현대화에도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승호(육사 38기·육군 중장) 국방대 총장은 이날 “국가 위기 상황에서 국가를 위한 백 장군의 공적은 참 군인의 표상이 되기에 충분하다”며 “전 생애를 통해 국가 발전과 군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후학들의 귀감이 되기에 국방대 대학원위원회가 학위를 수여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백 장군의 13일 학위 수여식에는 버나드 샴포(육군 중장) 미 8군사령관과 역대 국방대 총장, 교류협력대학 총장 등 5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