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70%는 B형간염이 원인…등·배 아프면 이미 末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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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사망률 30년간 계속 늘어나
조기에 진단하면 5년 생존율 70%
B형 간염 유병률 8% 선진국 2배
항체 없는 40~50대 꼭 예방접종

오른쪽 배 통증을 호소하던 37세 남성 A 씨가 병원을 찾았다. 곁에는 두 살배기 딸을 업고 있는 아내가 서 있었다. 검사결과는 간암 3기. 전문의 판단으로는 앞으로 수명이 10개월 남짓이었다. 전문의는 A 씨의 젊은 아내와 어린 딸 앞에서 진단결과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막막했다. 오른쪽 배와 등 통증을 호소하던 51세 남성. 간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돼 4기 판정을 받았다. 길어야 8개월 남짓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그의 곁에 있던 아내는 계속 눈물을 흘렸다.

위의 두 가지 사례 모두 이달 초 서울아산병원에서 진단받은 사례다. 흔한 사례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드문 사례도 아니다. 공통점은 이들은 모두 B형 간염 보균자였고,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한 번도 간 초음파 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대한간암학회에 따르면 간암 원인의 70% 이상은 B형 간염이다. 정부에서도 40세 이상 B형 또는 C형 간염 보균자를 간암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매년 간초음파 등의 국가 암검진을 제공할 정도다. 이들이 정기적으로 간 초음파 검사나 혈액검사만 제대로 받았더라면,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간의 날(10월 20일)을 앞두고 간암에 대해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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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40∼50대 생산활동 연령대서 많아 = 우리나라 사망률 1위는 암이다. 암 중에서는 폐암이 인구 10만 명당 50.4명(남성 기준)으로 가장 많고, 그 뒤가 간암(34.0명)이다. 특히 간암은 폐암이 주로 65세 이상 고령군에서 많이 나타나는 것과 달리 30대부터 50대까지 한창 생산활동을 많이 하는 연령대에서 흔하다. 또 사망률에서도 간암 외에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도 40대에서 3위, 50대에서 4위에 오를 정도로 높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준 간암과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30·40·50대에서 압도적으로 높고, 60대에서도 가장 많다. 임영석(서울아산병원 교수) 간암학회 간암등록사업위원장은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최근 30년 동안 줄어들었지만, 간암 사망률은 30년 동안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30%대에 불과하고 한창 경제활동을 많이 하는 40∼50대에서 많아 사회적 손실이 크다”고 지적했다. 간암학회에 따르면 간암이 우리 사회에 주는 총 경제적 부담은 2010년 기준 약 3조7000억 원으로 모든 암 중 1위다. 여기에 간 경화 등 간질환으로 인한 손상비용까지 합하면 연간 7조 원을 넘는다.

◇B형 간염 관리로 예방 = 간암은 증상이 거의 없다. 황달이 나타나거나, 오른쪽 배나 등에 통증이 나타나는 등 스스로 인지할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예방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간암학회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간암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72%가 B형간염에서부터 시작됐다. 11%는 C형 간염, 10%는 알코올(과도한 음주) 등이 원인이었다.

B형 간염은 1983년에 예방백신이 도입됐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B형간염 유병률은 8% 정도로, 선진국(약 4% 수준)보다 높은 수준이다. 영유아시절 예방백신 국가 예방접종 혜택을 받지 못한 40∼50대의 경우 몸 안에 항체가 형성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B형간염 검사를 받아보고 항체가 없다면 예방백신을 접종하면 된다. C형 간염은 아직 예방백신은 개발되지 않았지만,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에 노출됐다고 해도 무조건 간암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고 주기적인 검사와 적절한 항바이러스 치료로 간경변증과 그로 인한 합병증 발생을 줄일 수 있다. 혹 간암으로 연결돼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된다.

◇자신의 간 상태 제대로 알기 = 간암을 조기에 진단하면 의학적 완치를 의미하는 5년 생존율이 70%에 달하지만, 전이됐을 때 확인되면 5년 생존율은 2.8%로 떨어진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간 상태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간암 고위험군도 마찬가지다. 간암은 2003년부터 국가 암검진 사업 대상에 포함돼 만 40세 이상의 고위험군 (간경변증, B형 간염항원 양성, C형간염 항체 양성, B형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간질환자 )을 대상으로 1년마다 간 초음파 검사 및 혈청 알파태아단백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간암 조기검진 수검률은 33.6%(2013년 기준)에 불과하다. 이는 위암의 73.6%, 대장암의 55.6%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다. 또 대부분의 성인들이 간염 등 간 상태에 대한 검사를 하지 않아, 스스로 간암 고위험군인지도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임 교수는 “간암은 4개월 만에 2배로 커지는 등 전파속도가 빠르다”며 “국가 암검진에서 시행하는 간암의 감시검사 주기도 현행 1년에서 6개월 주기로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