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신고에서 이순진(왼쪽 두 번째) 신임 합참의장에게 삼정도를 주면서 수치(綬幟·끈으로 된 깃발)를 달아주고 있다. 이 합참의장은 창군 이래 처음 육군 3사관학교(3사 14기) 출신으로 합참의장이 됐다. 연합뉴스
‘장관급’ 대장 예포數 총리와 같아… 100여가지 파격대우
군의 가을은 ‘초조주(焦燥酒)의 계절’로 불린다. 9∼11월에 진급심사는 줄줄이 이어지고 대상에 오른 장교는 동료들과 후배들과 초조함을 술로 달랜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9월 중순 대장 인사에 이어 이달 하순 중장 인사, 11월 소장·준장 등 장성 인사가 예정돼 있다. 군 관계자는 14일 “인맥이 승진에 끼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군 조직의 특성상 부하들도 믿고 모시던 상사의 영전을 기원하며 술잔을 기울인다”고 전했다. 올해는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각종 음해성 투서와 마타도어가 기승을 부리는 것도 이 무렵이다. ‘최소한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나야 딸 수 있다’는 별들의 세계, 그 속살을 들여다본다.
◇별은 장교의 로망 = 42년 8개월 군 생활을 마치고 지난 7일 이임식을 한 최윤희 전 합참의장에게 ‘복무 기간 중 군인으로서 가장 기뻤던 순간’을 물었다. “대령에서 별을 단 순간”이라는 게 최 전 의장의 답변이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기자들에게는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해군 전체 인사권을 쥔 참모총장도, 해군 최초로 현역군인 서열 1위 합참의장에 발탁된 때를 꼽지 않았다는 점에서였다. 사실 별 하나, 준장을 단 순간이 가장 감격스러웠다는 대답은 비단 최 전 의장뿐이 아니다. 대다수 장성에게 준장 진급은 하늘의 별 하나를 두 손에 움켜쥔 것에 비유될 정도로 감격스럽다. 별은 군문에 들어선 모든 장교의 꿈과 목표, 로망이기 때문이다. 별을 달면 대우가 100가지 이상 달라진다는 얘기까지 나오다 보니 별을 따기 위한 승진 경쟁은 과열될 수밖에 없다. 아내까지 동원된 치맛바람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례도 적지 않다.
◇100여 가지 장성 특별대우, 신군부의 유산 = 장성이 되면 호국·통일·번영을 상징하는 삼정도(三精刀)라는 장검을 받는다. 긴 칼끝에는 수치(綬幟·끈으로 된 깃발)가 달려있다. 수치에는 장성의 이름과 지위, 임명 날짜,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다. 중장·대장 진급자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는다. 준장·소장 진급자는 대통령 위임을 받은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받는다. 삼정도는 조선 시대 왕이 무공을 세운 장수에게 하사하던 검이다. 전두환 대통령이 집권한 5공화국 신군부의 유산이기도 하다. 장성에게 일반 공무원보다 높은 호봉 등 특혜가 제공된 것도 이때부터다. 1980년 7월 신군부 계엄령 시절 제정된 국무총리령 ‘군인에 대한 의전예우 기준지침’ 때문이다. 별을 달면, 무궁화 봉우리 금테가 둘린 정모·단화·가죽 허리띠·지퍼 달린 전투화를 지급 받는다. 개인화기도 45구경 권총에서 38구경 리볼버로 바뀐다. 전속 운전병과 성판(星板·숫자 대신 별이 새겨진 자동차번호판)을 단 차량도 배치된다. 준장은 배기량 2000㏄ K5급, 소장은 2400㏄ 그랜저급, 중장은 2800㏄ 체어맨급 차량으로 계급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 중앙부처 고위 공직자에 비해 특별대우다. 정부 고위공직자는 대통령령에 따라 차관급부터 전용차와 운전기사가 배치된다. 군인은 중장이 차관급에 해당한다. 사단장 등 지휘관에게는 대위급 전속부관, 집무실에는 당번병, 공관에는 공관병이 배치된다. 참모총장 공관은 서울과 계룡대 2곳에 있고, 관리인력만 9∼21명에 이른다. 최차규 전 공군참모총장은 1년에 몇 번 쓰지도 않는 서울공관에 수백만 원대 고가의 비품을 새로 비치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준장은 1급 공무원 이상의 대우를 받는다. 부대행사 군악대 연주에서 ‘장성행진곡’이 들어가는데 연주 횟수도 1회에서 4회까지 늘어난다. 예포도 별 숫자에 따라 14·15·17·19발로 늘려 발사된다. 대장 행사에 울려 퍼지는 예포 19발은 총리나 국회의장 의전 시 발사되는 수와 같다.
◇낙타 바늘 귀 들어가기, 첫 3사 출신 합참의장 = 육군 3사관학교 출신으로 처음 합참의장에 오른 이순진 대장은 육사 위주의 한국군 현실에서 ‘낙타가 바늘 귀로 들어가기’ 만큼이나 어려운 관문을 뚫어 화제가 됐다. 3사나 학군 출신 장성 진급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진급에는 중령의 경우 10대 1, 대령은 20대 1, 준장은 53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육사 출신 대령들의 경쟁률은 평균 11대 1. 육사 한 기수는 약 250명인데 장군 진급자는 35명이다. 이 중에서 1차 진급자는 30%(10명) 정도다. 나머지 70%(25명)는 재수(2차), 삼수(3차)로 진급한다. 보통 육사 한 기수에서 대장 2명 이상을 배출하기는 힘들다. 지난 9월 대장 8명 중 7명이 교체된 대장 인사에서 박지만 EG 회장 동기인 육사 37기 3명이 한꺼번에 진급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만큼 육사 37기의 인적 풀이 넓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군은 장성 현황을 2급 군사비밀로 분류해 정확한 숫자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국군 장성 보직 정원 수는 2006년 442명에서 2015년 9월 기준 441명. 총 병력 63만 명에 비하면 장성수가 많은 편이다. 미군은 총 병력 143만 명에 장성수가 650명에 불과하다. 국방부는 2020년까지 장성 수를 15%(약 60명)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목표연도를 2030년으로 연기한 상태다. 병력 감소에도 장성 수를 유지하기 위해 한시적 조직인 태스크포스(TF)를 양산해 장성을 팀장으로 발령, 장군 자리보전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육군 장성은 2006년 319명에서 316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전체의 71.7%를 차지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육군 병력을 줄여 전체 장성수 대비 육군 장성 비율을 30%대로 낮추고, 일본 육상 자위대 장성이 50%대로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군 주요보직을 차지하는 장성 비율 면에서 대한민국 군대는 여전히 ‘육방군’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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