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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10월 16일(金)
세계 최고층 빈민가…‘지속가능한 삶’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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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가 중단된 45층 고층 빌딩 토레 다비드를 점유한 가구들이 각각의 필요와 취향에 따라 붉고 흰 벽돌 등으로 발코니에 담을 쌓은 모습. 미메시스 제공
토레 다비드 / 알프레도 브릴렘버그 외 지음, 김마림 옮김 / 미메시스

남미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시 중심부에 우뚝 선 45층짜리 고층 빌딩 토레 다비드(Torre David·다비드의 탑). 베네수엘라에서 세 번째로 높은 이 건물은 1990년 착공 당시 베네수엘라 경제 부흥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공사 비용만 8200만 달러(약 920억 원). 개발업자 다비드 브릴렘버그는 사무실과 호텔 용도의 45층 빌딩을 중심으로 16층 아파트, 10층 주차장 등 5개 건축물이 어우러진 초호화 복합단지를 꿈꿨다.

하지만 1993년 다비드가 사망하고, 이듬해 베네수엘라에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토레 다비드 사업을 진행하던 콘피난사스 그룹은 파산했다. 공사는 90%가 진행된 상황에서 중단됐다. 2001년에는 헐값 1000만 달러(약 110억 원)에 경매시장에 나왔으나 주인을 찾지 못했다. 토레 다비드는 그렇게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골조와 마감 안 된 콘크리트 계단을 그대로 드러낸 채 거대한 ‘도시 흉물’로 남겨졌다.

그 사이 우고 차베스가 베네수엘라 정권을 잡았다. 수많은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던 차베스는 2002년 어떤 토지든 10년 이상 점유하면 그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법을 발동했다. 갈 곳을 잃은 빈민촌 사람들에게 ‘무주공산’과도 같은 토레 다비드는 매력적인 거주 공간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2007년 두 명의 경비를 무장해제 시키고 토레 다비드를 ‘장악’했다. 2011년 4월 이런 방식으로 무단 점유된 카라카스시의 건물이 155여 개에 달했다.

책은 빈민층의 건물 무단 점유에 대해 지지도, 비난도 하지 않는다. 건축가들이 저자인 만큼, 정치적 판단보다 사람들의 거주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책이 현지 발간된 2013년 토레 다비드는 750여 가구, 3000여 명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세계 최고층 ‘수직형 빈민가’로 자리 잡았다. 베네수엘라의 경제 붕괴, 빈부 격차, 정부 정책 등이 뒤섞여 만든 독특한 현상이다. 비록 불법 점유라고는 하나, 이미 ‘그러함’에 토레 다비드 거주자들의 삶을 살피고 이를 통해 도시 빈민가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거주환경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것이 책의 취지다.

토레 다비드의 사람들은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 조직적인 공동체를 구성했다. 내부 분란, 사건·사고, 요금 체납 등은 강제 퇴거의 빌미를 줄 수 있다. 각 가정은 매달 노조회비로 15달러를 내고 수도나 전기, 공용 공간 청소, 경비, 보안을 위한 비용을 부담한다. 가정 내 폭행, 시끄러운 파티, 쓰레기 투기 등 규정을 세 번 위반하면 건물에서 추방당한다. 전반적인 의사결정은 지휘부, 협동조합 등을 통해 민주적으로 이뤄진다.

건물은 거주자들의 필요에 맞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중이다. 빌딩 건물은 28층까지 거주가 가능하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다. 거주자들은 빌딩 옆 주차장의 벽을 뚫어 임시 다리를 놓았다. 주차장에는 저렴한 운임의 차나 오토바이, 택시 등이 준비돼 있다. 10층부터 지상까지 운영하며 엘리베이터 역할을 한다. 거주민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에반겔리칼 펜테코스탈교회(복음 성령 강림 교회), 농구장, 체육실을 세웠고 상점, 미용실, 세탁소 등도 주요 층에 만들었다. 내부에서 관리자를 뽑아 상수도 시설과 하수·쓰레기 시설, 전기시설 또한 자체 운영한다.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진들은 이런 토레 다비드 공동체의 삶을 한 편의 이야기처럼 담아낸다.

저자들은 풍력 발전, 5층마다 운영하는 ‘엘리베이터’ 버스, 개선된 안전장치 등을 통해 이들의 거주와 생활이 지속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저자들이 속한 건축가 그룹 어번 싱크탱크는 토레 다비드의 주민들이 만든 삶의 공간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2012년 베네치아 건축비엔날레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토레 다비드의 ‘꿈’은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베네수엘라 정부는 토레 다비드 거주민의 강제 퇴거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미 77가구를 내보냈고, 나머지 주민들도 모두 이주시킬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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