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고교시절 몰래 영화보다 들켰는데 감독이 꿈이라 하니 봐주더군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윤증현 전 장관이 인터뷰 중에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 그는 “바쁠 땐 샌드위치로 식사를 대신한다”고 했다.

‘영화 마니아’ 윤증현

윤증현 전 장관이 영화에 관해 평론가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꽤 알려져 있다. 우리 사회 현상을 고전 영화 장면으로 설명할 정도였다.

“직장 여성들이 결혼을 하면 친정 근처에 살면서 부모에게 자녀 양육을 맡기잖아요. 부모는 자식 시집 보내고 의무를 끝냈다고 생각하는 시점에서 다시 일이 시작되는 거죠. 잉그리드 버그만, 앤서니 퀸이 나오는 영화 ‘워크 인 더 스프링 레인(Walk In The Spring Rain)’이란 게 있어요. 자기 일에만 바쁜 남편에게 실망한 중년여성이 한 남성을 만나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뜹니다. 그런데 멀리 시집간 딸이 아이를 낳은 후 직장 일을 해야 하니 돌봐달라고 부탁합니다. 딸에게 가려면 애인과 헤어져야 하는 상황인데, 고민 끝에 결국 딸을 위해 손자를 키워주기로 하지요.”

그는 고교 시절에 서울 경남극장, 명동극장, 서대문극장에 자주 갔다고 했다.

“값싸게 볼 수 있는 2차 상영관에 주로 갔지요. 선생님들 몰래 영화를 보다가 두세 번 들켜서 혼날 뻔했는데, 나중에 영화감독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봐주더군요.”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기도 했던 그는 마거릿 미첼이 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이틀에 걸쳐 읽느라 학교에 결석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 작품을 영화로 만들 때 비비언 리 상대역으로 클라크 게이블이 아니라 게리 쿠퍼를 캐스팅하려고 했던 거 알아요?” 고전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줄줄 이어졌다. 그는 험프리 보가트가 나온 ‘카사블랑카’처럼 휴머니즘이 넘치는 영화가 요즘엔 나오지 않는 듯해서 아쉽다고 했다. “비록 나이가 들었지만,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꿈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어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