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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10월 23일(金)
도시는 창의성의 원천… 시대상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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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이 443m, 110층의 초고층 빌딩 윌리스타워(예전의 시어스타워)에서 바라본 미국 시카고의 모습. 고층 빌딩이 만들어 내는 스카이라인은 현대적 대도시의 상징이다. 옥당 제공

도시의 탄생 / P.D. 스미스 지음, 엄성수 옮김 / 옥당

해외를 방문해 처음 맞닥트린 대도시의 전경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는다. 이탈리아 로마나 미국 뉴욕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면 떠올려 보자. 도시 외곽에 떨어진 레오나르도다빈치 공항,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도심지로 진입할 때 펼쳐지는 고대도시의 웅장함, 신기루 같은 마천루는 도시의 이미지 자체로 각인된다. 그것은 새로운 문명 혹은 문화와의 만남이다. 이국적인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는 과거도 다르지 않다. 1519년 식민지 개척을 위해 남미대륙에 상륙한 스페인의 병사 베르날 카스티요는 아스텍 제국의 수도 테노치티틀란을 본 때를 이렇게 회상한다. ‘굉장히 놀라운 광경 앞에서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꿈이 아닌가 생각했다.’ 현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 인근 고지대에 건설된 테노치티틀란은 아스텍 문명의 중심지였다. 호수 위에 떠 있는 기이한 모습에, 면적이 13㎢(여의도의 4.5배)에 달했다. 런던 인구가 8만 명 수준이었던 당시 20만 명이 거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페인이 꽤 발달된 문화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카스티요의 눈에는 모든 것이 새로웠을 터다. 하지만 아스텍 제국은 스페인 군대가 온 지 3년도 채 안 돼 천연두로 인구의 3분의 1을 잃고 전쟁에 패배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인류 최초의 도시는 7000년 전 메스포타미아 남쪽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인근에 수메르인이 세운 에리두였다. 이라크 남부 도시 바스라에서 북서쪽으로 약 200㎞ 떨어진 위치로, 현재 ‘텔 아부 샤흐라인’으로 불린다. 아랍어에서 텔은 ‘폐허더미’란 뜻. 그러나 돌과 흙으로 이뤄진 7개의 언덕뿐인 이곳엔 과거 신전을 중심으로 광장과 길, 가옥, 물탱크 등이 펼쳐졌다. 진흙 벽돌로 만들어져 집이 허물어지면 그 위에 다시 집을 지었고 도시 지대는 점차 높아졌다. 이 때문에 1940년대 말 에리두의 유적을 발굴할 때는 건물 18층 높이만큼 파고 들어갔다고 한다. 이후 터키 차탈회위크, 중국 난징(南京), 파키스탄 모헨조다로 등을 거쳐 이탈리아 로마, 그리스 아테네 등에 대도시가 형성됐다.

본격적으로 도시가 발달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불과 200년 전 도시 인구의 비중은 전 세계 인구의 3%에 불과했다. 근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폭발적 도시인구가 늘어 현재 세계의 인구의 절반 이상인 33억 명이 도시 거주민이다. 세계 최초로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거대 도시가 탄생한 것은 20세기 중엽. 유럽과 아프리카 등지를 중심으로 이민 인구가 미국으로 들이닥치면서 연방출입국관리소가 있던 뉴욕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1880∼1920년 유럽인의 약 2000만 명이 미국에 왔고, 이들 5명 중 4명이 뉴욕항을 거쳤다. 거의 절반 가까이 그대로 인근에 정착하면서 뉴욕은 단순에 1000만 도시가 됐다. 2007년 기준으로 이런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거대도시가 전 세계 19개에 이르고, 2025년 그 수가 26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도시 인구의 증가는 도시 형태를 꾸준히 변화시킨다. 초창기 도시인구의 대부분은 도심지에 살았고, 살기를 원했지만 현재는 업무를 보는 도심지와 거주하는 근교로 나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유한 사람들이 좁고 더럽고 복잡한 도심지를 탈출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오히려 도심지는 가난한 사람들의 거주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해외 대도시를 여행할 때 가끔씩 만나게 되는 슬럼가가 그것이다. 사실 도시 거주민의 3분의 1은 이 슬럼가에 살고 있다고 한다.

도시의 번영을 위해서는 국경을 넘어 도시를 찾는 이민자들의 존재가 꼭 필요하다. 독특한 역동성과 창의성은 이민자의 문화적, 인종적 다양성에서 발현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차이나타운, 리틀 이탈리아, 클라인도이칠란드 등이다.

책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도시 발달사를 중심으로 도시의 생활과 문화, 형태 그리고 미래의 모습까지 다룬다. 560쪽의 두툼한 분량이지만, 사진 자료가 많고 학술적이지 않기 때문에 ‘도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책이 미래의 도시에 대해 논하며,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사례를 언급하는데 이렇다. “도시의 모든 부분이 컴퓨터화돼 서로 소통하게 되듯이 주민들 역시 도시와 통하게 될 것이다. 각 가정에는 일명 ‘텔레프레젠스’ 스크린이 설치되고 주민들은 도시 운영시스템과 통신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레스토랑 예약부터 의사 면담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글쎄…그게 분명, 지금은 아닌 듯하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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