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부친·아들·장인·장모·사위 모두 의사… “몸 이전 마음 고쳐줘야”

3代가 심장 전공 ‘의사 가족’

오병희 서울대병원장 집안엔 의사 천지다. 2007년 작고한 오상진 경북대 의대 순환기내과 교수가 부친이며, 아들 규철 씨 역시 서울대 의대에서 순환기내과 전공의 수련 후 군의관으로 복무 중이다. 며느리 차명진 씨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순환기내과 교수다. 사위 이원재 씨도 의사 출신인데,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치고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근무하고 있다. 오 병원장의 장인과 장모, 처남도 의사다. 장인은 2012년 작고한 김집 전 체육부 장관이다. 11·12대 국회의원을 지냈는데,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과 교수로 재직했다. 장모 김인덕 씨는 우석대 의대를 졸업한 소아과 개원의다. 처남 김영근 씨는 경북대 의대를 졸업한 소아과 개원의다.

―어떻게 의사를 선택하게 됐나.

“물론 아버님이 의사셨으니까, 그런 환경에 원인이 있었던 것 같다. 저는 원래 서울대 공대 전자공학과에 가고 싶었다. 그런데 형님이 서울대 공대에 먼저 갔다. 자식중에서 의사를 1명은 해야 하니, 저보고 가라고 하셨다. 특히 모친께서 굉장히 그러셨다. 그래서 그때 ‘집이 대구에 있고 경북대도 유명하지만, 의사를 하더라도 서울대 의대에 가겠다’고 했다.”

―집안에 의사가 많다.

“하다 보니까 의사가 주변에 많다.”

―3대가 다 심장을 전공했나.

“그렇다. 제가 아버님이 하시던 것을 봐서 좋아 보여서 그런 것 같다. 큰애도 그래서 한 것 같다. 사위도 서울대 내과를 마치고 전문의를 땄는데 미국에서 MBA 과정을 마치고 와서 지금은 컨설팅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런데 곧 의사를 할 것 같다. 딸은 소비자학과를 나와서 회사에 다니고 있다.”

―존경하는 인물이 있나.

“저희 아버님을 존경했다. 제가 어릴 때는 토요일도 근무하던 시절이었는데, 아버님은 일요일에도 항상 병원에 가셨다. 저는 따라다니면서 교수실, 심전도실에서 책도 보곤 했다. 그런 것이 버릇이 돼서 지금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병원에 한 번씩 나와봐야 마음이 놓인달까, 그런 면이 있다. 그리고 제일 존경하는 분은 스승님인 이영우(79) 원장님이다. 전임(1995~1998) 서울대병원장님이신데, 심장내과를 하셨다. 지금까지도 제자나 후배들을 신경 쓰고 챙겨주신다.”

―의사를 선택하신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

“없다. 다시 태어나도 의사를 하고 싶다. 그 대신 태어나면 보직을 맡지 않고, 순수히 연구하고 환자를 보는 의사로서 생활해보고 싶다.”

―병원장 이전에 의사이신데, 의사를 정의한다면.

“의사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한 질문으로 이해하고 말씀드리고자 한다. 먼저 바른 사람이 돼야 한다. 환자를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고통받고 있는 인간으로 먼저 대해야 한다. 그래야 고통을 공감하고 배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 따뜻하게 해드리고, 그분들의 호소를 잘 들어드리는 것이 중요하다. 지인으로부터 ‘결국은 환자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고, 사람으로 존중해준 의사를 선택했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저는 지난 30년간 내 환자가 불편하다고 연락하면 언제라도 상담하고 진료해드리고 있다. 진료시간이 짧아 궁금한 점을 충분히 묻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 환자는 언제라도 무조건 돌본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