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주민 정책결정 참여기회 확대

중학생 제안한 음악회 채택
직접 민주주의 체험 기회로

“청소년 입장에서 주체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며 구 정책 반영에도 참여해 볼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는 행사였습니다.”

지난 24일 서울 은평구 녹번동 은평문화예술회관 숲속극장. 이날 지역 청소년들이 직접 2016년 구 예산에 반영할 주민정책을 제안·결정해 보는 ‘참여예산 한마당’이 열렸다.

청소년 정책제안 심사 1위로 뽑힌 ‘찾아가는 은평구 청소년 음악회’에 표를 던진 중학생 김모(15) 군은 “직접 결정한 정책을 통해 내년부터 지역 청소년들이 재즈부터 인디음악, 국악, 클래식 등 다양한 공연을 직접 펼치며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예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구는 내년에 배정된 청소년 정책 관련 예산 1억5000만 원 가운데 이 사업에 3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 은평구가 지역 주민이 직접 주요 정책을 제안해 결정하는 한국판 ‘란트슈게마인데’를 선도적으로 선보여 주민 삶의 질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7일 구에 따르면 전국 최초로 지역 청소년에게 정책제안과 예산결정권을 부여한 이른바 ‘은평형 직접민주제’인 이번 총회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호응을 톡톡히 받고 있다. 스위스 글라루스에서 매년 열리는 주민 총회 란트슈게마인데는 주민들이 모두 광장에 모여 찬반 토론 등을 진행한 뒤 지역 주요 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구 관계자는 “지역 청소년들이 직접민주주의를 체험하면서 주권을 가진 존재로서 자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해 해외 제도를 벤치마킹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구는 지난 8월 제안된 청소년 정책 중 참여예산위원회 심의를 거친 5개 청소년 정책을 선별, 청소년들만 사전투표(모바일·현장투표)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 결과와 총회 참가자 300여 명의 현장투표 결과를 50대 50으로 합산해 최종 수상작을 선정했다.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주민들이 제안하고 선정한 사업인 만큼 내년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