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아이디어가 곧 新산업… ‘1人기업 르네상스’ 열린다”

짐 뉴턴 美 테크숍 회장

디지털 시대의 가장 특징적인 유형은 바로 ‘개인화’다. 디지털화는 개인이 사회의 주류가 될 수 있도록 사회 환경을 바꿔놓았다. 개인의 역할과 영향력이 커지면서 생산의 주체가 되거나 여론과 정치문화·경제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1인 미디어’, ‘1인 기업가’, ‘1인 제조업’이란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된 것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제조업이라 하면 대규모 자본과 인력, 생산설비를 갖춰야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직접 시제품을 만들어 창업할 수 있게 됐다. 아직 직장을 얻지 못했거나, 직장을 다니더라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언제 나오게 될지 ‘불안한 미래’를 보내는 회사원들에게 ‘1인 창업’이란 귀를 솔깃하게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1인 창업’은 어떻게 가능할까. 해답은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같은 미국 실리콘밸리 출신 기업가의 성공 스토리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의 얘기에서 항상 등장하는 게 ‘차고(Garage)’다. 이들 기업가는 차고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창업해 세계적인 기업가로 성장했다. ‘차고’라는 작은 공간은 미래의 성공을 꿈꾸는 젊은 창업가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꿈의 공간’인 셈이다. 이러한 차고 개념에다 하드웨어 창업에 필요한 생산요소를 갖춰놓은 게 바로 ‘테크숍(TechShop)’이다. 미국 전역의 테크숍에는 고가의 3D 프린터부터 각종 제조설비와 기기, 하드웨어 생산을 위한 소프트웨어가 갖춰져 있다. 누구나 월 일정액만 내면 이들 도구를 창업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구체적인 아이디어만 갖고 있다면 그 누구라도 시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매력적이다.

이 테크숍의 공동창업자이자 회장인 ‘혁신의 전도사’인 짐 뉴턴(53)이 지난 21일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열린 ‘2015 세계과학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지난 2006년 설립된 테크숍은 공장 설비가 있어야만 제품 생산이 가능했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저렴한 비용으로 상품화할 수 있도록 해 ‘꿈의 공장’으로 불린다. 뉴턴 회장은 1인 제조업 시대를 열며,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제조업 2.0 시대’를 연 창시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이전에도 네댓 차례 한국을 방문해 ‘창업과 혁신’에 대해 설파한 바 있다. 짧은 방문시간을 쪼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서 어렵게 인터뷰 허락을 얻어냈다. 도중에 기자간담회를 하고 나온 그를 식당으로 인도해 점심으로 샌드위치 한쪽과 커피 한잔을 들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뉴턴 회장은 “사람들이 창업의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아이디어를 실현할 도구와 혁신을 제공하는 것이 테크숍의 역할”이라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붐이 일고 있는 한국에도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크숍은 현재 미국에 8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고, 내년 프랑스 파리에 첫 해외지점을 낼 예정이다. 그는 한국에서도 엔피프틴(N15)과 손잡고 서울 용산에 테크숍을 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중동과 일본 등지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어떤 동기로 테크숍을 설립하게 됐나요.

“사실 제 사업의 필요성에서 시작됐습니다. 뭔가를 만들고 싶은데 미국에선 그게 쉽지 않아요. 절단부터 용접, 목공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설비가 워낙 많지만 그게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기계가 아닙니다. 처음 시제품을 만들 때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게 됩니다. 만약 제가 장비를 갖추고 있다면 누군가가 필요로 할 때 제가 빌려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헬스클럽처럼 회원권을 사서 필요할 때마다 기계를 쓸 수 있도록 하자는 발상에서 시작된 게 테크숍인 셈이지요. 누구나 회비를 내면 레이저 절단기, 용접용 도구 등 제조 장비를 사용할 수 있어요.”

―2006년 창업해 10년이 되지 않았는데 테크숍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비결이 무엇인가요.

“지난 2013년 미국에선 하드웨어 분야 창업이 전년 대비 55% 증가했습니다. 같은 해 미국 벤처캐피털의 하드웨어 투자 규모도 2배 이상 증가했고요. 벤처캐피털이 하드웨어 분야로의 투자를 확대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변화예요. 지난 2000년 정보기술(IT) 거품 시대를 전후로 벤처캐피털 투자 비중이 가장 높았던 네트워킹 장비가 10여 년 만에 다시 각광 받고 있는 것이지요. 이는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활발하게 일고 있는 소규모 하드웨어 창업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제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실천 계획만 있다면 누구나 토지와 공장, 생산설비 없이도 시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필요한 자본도 온라인을 통해 확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굳이 창업이 아니더라도 뭔가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돕지요. 그저 자기 아이디어를 실제로 만들어보고 싶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선물할 물건을 직접 만드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창업을 꿈꾸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요. 이전에는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실현할 공간이 없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테크숍에서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더 많은 사람이 테크숍을 찾고 이런 선순환구조가 어느 정도 정착단계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테크숍에서 여러 사람이 오가며 설비를 이용하다 보면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사례도 있을 텐데요.

“남의 아이디어를 가로채는 사례가 있다면 그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1960년대 영화를 보면 자동차 회사가 개인의 와이퍼 아이디어를 훔쳐 가는 경우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식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현대 사회에선 그런 일이 용납되지 않습니다. 물론 한국의 혁신센터나 테크숍 등에 오지 않고 집에서 혼자 일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요. 테크숍에선 아직 한 번도 아이디어가 도용된 사례가 없었어요. 자신이 발명가라고 생각하고 아이디어 공개를 꺼렸던 사람들도 테크숍의 열린 문화를 접하고 개방적인 자세로 바뀌곤 합니다. ‘키(key)’ 아이디어만 있던 사람들이 옆에 있던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아이디어에 살이 더 붙어 시너지 효과를 얻는 경우도 많고요. 테크숍에 모인 사람들은 자기 아이디어가 남보다 더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남의 생각을 훔치기보다는 자기 아이디어를 더 좋게 만들려고 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한국의 경우 창조혁신센터에서 대기업들이 지원하고 있어서 장차 그들이 중소기업으로 성장할 창업자들의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중소기업들이 제너럴일렉트릭(GE) 등과 같은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대기업이 중소기업 아이디어를 훔쳐가면 소비자들이 등 돌리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따라서 그럴 일은 결코 없어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지식공유 문제에 대해선 오랜 기간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그런 일이 없을 테니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1990년대 최초로 3D 프린터가 발명되는 등 기술 발전으로 제조업 분야에도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3D 프린터는 제조업 전반에 혁신을 몰고 왔어요. 이를 사용하면 어려운 금형을 직접 제작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3D 프린터 덕분에 제품의 소량 생산이 가능해졌으며, 언제든 손쉽게 제품의 프로토타입(Prototype)을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우리는 2006년 회사를 설립할 당시부터 3D 프린터를 사용해왔습니다. 최근 3D 프린터가 대중화됐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그대로 하던 일을 계속 하고 있지요.”

―1인 기업이 10여 년 만에 전성기를 맞은 것 같은데요. 반면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접어들면서 대기업들이 그만큼 힘들어진 것 아닌가요.

“맞습니다. 1인 기업가의 등장은 이미 대세로 자리 잡고 있어요. 경제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고요. 아이디어를 갖고 3년 이상 걸려 상품을 만들고 소비자 반응을 보던 ‘대기업 모델’은 이제 더 이상 변화된 시장 상황에 맞지 않는 낡은 방식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GE가 도입한 ‘퍼스트빌드(FirstBuild)’ 플랫폼 방식은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의 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GE는 이를 통해 에로스 스마트 에어컨을 출시한 적이 있는데, 3개월 만에 고객이 원하는 콘셉트를 제품에 반영해 출시하고, 피드백을 다시 반영하는 방식을 도입해 좋은 평가를 받았지요.”

뉴턴 회장은 “이제는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자금 마련 플랫폼을 통해 모금을 받아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며 “대기업도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데 ‘한국형 모델’ 구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요.

“정식 계약 단계가 아니고, 아직 초창기라 많은 기대를 갖지는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성공한 모델이라 한국에도 플랫폼을 그대로 들여올 것입니다. 각종 제조설비부터 팝콘 기계까지 모두 그대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예컨대 이제는 보편화된 기계라서 필요성이 적어진 용접 기계라 하더라도 품목에서 빼게 되면 최상의 상품을 만들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2011년 개최된 클라우드쇼에 다녀가기 위해 처음 한국을 방문한 이후 수차례 왔는데, 그동안 한국에 대한 인상이 달라진 게 있나요.

“4년 동안 아주 큰 변화가 있었어요. 처음 왔을 때만 하더라도 원하는 가구의 제작·수리·장식을 직접 하는 ‘DIY(Do it yourself)’에 참여하면 마치 사회적 위신과 체면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문화적 성향이 강했어요. DIY를 하는 이유가 돈이 없거나 지위가 낮아서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4년 만에 와서 보니 사람들이 열린 마음을 갖게 되면서 그런 생각을 버린 것 같아요. DIY도 창의력이 있어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지요. 이제는 DIY도 하나의 기업가 정신으로 받아들인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창업가로서 한국인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아직 한국에 대한 경험이 적어 좁은 생각일 수도 있는데 제한된 경험을 놓고 볼 때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부지런합니다. 배우려는 의지도 강하고요. 한국을 처음 방문하기 전까지 미국에서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실제로 그렇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기업가 정신은 게을러선 안 됩니다. 미국에는 게으르고 자질 없는 사람들이 많아요. 반면 한국엔 스타트업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반대로 단점을 지적하신다면.

“이것 또한 문화적 현상일 수 있겠는데,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데 대한 긴장도가 너무 높아요. 자신감 부족 때문일 수도 있는데 그것을 극복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한국에선 하드웨어 분야의 창업이 어려운 편인데 미국은 어떻습니까.

“미국에서도 소프트웨어 창업이 상대적으로 더 지원받기 쉬운 구조지요. 소프트웨어는 한번 만들어두면 제품을 복사하는 데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반면 하드웨어는 하나를 만들 때마다 돈이 들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 등 상대적으로 부담이 더 큰 편입니다. 그래도 정부와 기업을 통해 지원받을 기회가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한국 정부도 창조경제를 추구하면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저도 혁신센터를 가봤는데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와 같은 비전을 갖고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진 않습니다. 혁신센터가 한국 정부의 창조경제를 실현시켜 줄 훌륭한 자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혁신센터에도 테크숍과 비슷한 창작공간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다소 차이가 있더군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과정을 거친 뒤 성공 여부를 판가름해 시설이용이 가능한데 이런 개념은 테크숍과 달라요. 테크숍은 계획서 제출과 같은 필터링 과정이 없고, 머릿속에 있는 것을 누구나 목적도 계획도 없이 실행해볼 수 있어요. 그 덕분에 아이디어들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더 많아요. 중간 필터링 과정을 거치면 아이디어가 묻힐 가능성이 높아요.”

―내년 세계 경제상황을 어떻게 예측하시는지요.

“제가 경제분야를 전공하지 않아서 정확하게 진단하진 못하겠지만 낙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처럼 미국도 일자리를 얻지 못해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1인 기업을 통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지요. 어떤 직장도 평생고용을 보장하진 못합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1인 기업, 또는 1인 제조업이 대세가 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앞으로 어떤 형태의 기업들이 탄생할지는 예측하기 힘듭니다.”

―한국의 경우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많습니다.

“물론 현 상황에서 제조업만 놓고 보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물경제를 제한하는 요인들 때문에 성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석유 등 원자재 가격, 수출 정체 현상 등등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IT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신종산업에는 그러한 제한이 없습니다. 기존 서비스 산업의 변모와 더불어 독신자 서비스 산업, 노인서비스 산업, DIY 산업 등 새로운 서비스 산업도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예컨대 페이스북이 처음 탄생했을 때 아무도 자동차회사인 포드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어요. 모든 사람은 훌륭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봅니다. 사람들한테서 그런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해주면 더 큰 성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게 만들고자 하는 게 테크숍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 1인 기업의 등장으로 고용형태도 많이 달라졌지요.

“기업구조와 고용형태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95%가 회사에 고용돼 있는 사람들이고 5%는 스스로 창업한 기업가들입니다. 의도하든 아니든 간에 이 비율이 변화해서 더 많은 하드웨어 창업가들이 등장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어느 정도 갖춘 40대들도 적극적인 선택을 통해 1인 기업가가 되는 경우도 많을 것이고요.”

뉴턴 회장은 ‘스타트업 버블(거품)’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버블은 더 큰 수확물을 얻기 위한 준비 단계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은 실패하면 평판을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실패한 기업인에 대한 편견이 매우 큰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패는 더 나은 기회를 모색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인터뷰 = 박양수 부장대우 (경제산업부)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