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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게재 일자 : 2015년 10월 30일(金)
금융혁신과 핀테크산업 육성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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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승 /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이른바 핀테크로 상징되는 미래 금융의 특성은 단순히 IT 기술을 활용해 기존 금융 시스템을 효율화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스마트 기술 기반의 새로운 금융 서비스 창출과 이를 통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경제 생태계’ 장악이야말로 핀테크가 지향하는 본질적인 목표일 것이다. 미래 먹거리 시장의 판을 새로 짜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미 오래전부터 파급력이 큰 핀테크 산업 육성에 집중하며 기존 금융의 패턴과 관행을 깨트려 온 영국은 이제 전 세계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활동 중심지로 부상했다. 금융 경쟁력에서 뒤처진다던 중국은 은행·보험 등 금융 전 분야를 IT 기업들에 과감하게 개방함으로써 세계 최대의 핀테크 국가로 성장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 금융권도 핀테크 산업 육성을 서두르고 있다. 그간 핀테크 산업에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온 금융 제도 개선, 금융 공동 오픈 플랫폼 구축, 핀테크 기업 해외 진출 지원 등 일련의 지원 계획들도 마련됐다. 여기에 닫혔던 금융권의 빗장이 열리는 제1호 인터넷 전문은행을 놓고 벌어진 사업자들 간의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 경쟁은 비금융 사업자에 의한 창조적 금융 혁신이 어디까지 가능할지 기대를 키운다.

하지만 변화의 고통을 감내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변화의 과정에서 종종 내려놓지 못한 어깨의 힘과 더딘 움직임이 드러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낮아진 정부의 규제와 달리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는 금융권의 ‘민민규제(民民規制)’는 핀테크 기업에 또 다른 장벽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이용자 개개인에게 보안을 책임 지우고, 금융권 자체의 편익만을 바라보던 과거의 틀을 완전히 깨트리는 파격 없이 혁신이 핵심인 핀테크 산업 육성은 과연 가능할까?

ICT 발전은 단순히 기술과 편의 증진이라는 즐거움만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에 맞는 사고와 행동의 혁신이라는 고통도 함께 요구한다. 세계시장을 겨냥한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기존 금융 관행을 뛰어넘을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 경쟁력 있는 글로벌 핀테크 서비스를 통해 범지구적으로 이용자들을 모으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하고 견고한 ICT 경제 플랫폼을 확보해야 한다. 금융 정보나 시스템의 단순 개방이나 현재의 금융에 ICT를 기술적으로 입히는 수준의 자기중심적 핀테크 전략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IT 기업들과 수많은 서드파티 사업자들이 참여하고 주도할 수 있도록 금융권의 벽을 더욱 낮춰야 한다.

관련 기관들의 전향적이고 총체적인 협력도 절실하다. 융합 산업은 그 특성상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업이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최근 미국·일본·유럽연합(EU)의 22개 대형 금융기관이 핀테크 연합을 결성하며 시장 우위를 점해가는 사이, 우리 금융권은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소극적인 플레이를 해 왔다. 게다가 첫발도 온전히 내디디지 못한 인터넷 전문은행을 견제부터 한다면 글로벌은 고사하고 내수용에 머무르는 반쪽짜리 핀테크조차 만들기 어려울 것이다.

ICT 강국의 명성을 무색하게 하는 ActiveX, NPAPI 등 비표준 환경 개선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묻는 국민에게 ‘핀테크도 가망이 없다’는 질책을 듣지 않으려면 기존 관행을 바꾸려는 일대 결단이 필요하다. 창조적 파괴에 대한 두려움과 작은 리스크에 집착하는 소극적 변화로는 이미 뒤처진 핀테크 시장에서 선도국들이 장악한 생태계 주도권을 되찾아 올 수 없다. 안팎에서 불어오는 핀테크 열풍을 과연 우리 ICT와 금융의 도약 기회로 삼을지 위기로 만들지는 결국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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