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주요내용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참여연대,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국회 앞에서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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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백지신탁 해도 안 팔리면 관련 직무에 참여 못해
非금전적 접대 징계도 구체화… 100만원 넘으면‘퇴출’

출범 1년을 맞은 인사혁신처가 공직자 윤리 기준 강화에 나서는 등 공직사회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공직기강 확립 및 공직사회 혁신을 위해 안전행정부에서 인사부문을 분리해 인사혁신처를 신설했다. 인사혁신처는 그동안 공무원연금 개혁을 단행하고, 민간과의 인적 교류를 강화하는 등 공직사회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월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인사제도의 개혁을 통해 공직사회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더욱 높여 나가겠다”고 지속적인 공직사회 개혁을 약속했다. 이에 맞춰 인사혁신처는 주식백지신탁제도 개선, 퇴직공무원 취업 제한 강화, 부정부패 근절 등을 골자로 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1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의 핵심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국회의원, 고위공무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고위공직자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과 관련한 업무를 볼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에도 고위공직자들이 주식백지신탁제도를 통해 주식을 금융기관에 위임해 부당한 이득을 얻는 것을 방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백지신탁을 하고서도 매각이 지연되면 관련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득을 얻어도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 같은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 개정안에서는 백지신탁한 주식이 매각될 때까지 공직자가 조세부과, 공사·물품 계약 등 해당 주식과 관련이 있는 업무에 관여할 수 없도록 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고 1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이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본인이 주식을 보유한 기업에 유리한 입법을 추진하는 등 관련 활동을 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이다. 또 개정안에 ‘직위변경’ 항목이 신설돼 공직자가 만약 본인 소유 주식과 관련된 직위에 있다면 직무 관련성이 없는 직위로 변경해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2 실효성 대폭 강화에 방점

공직자들이 백지신탁한 주식 대부분이 매각이 어려운 비상장 주식인 경우가 많아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올해 초 경남의 한 기초단체장은 본인이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의 부동산을 개발 사업 대상지로 선정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퇴직공직자들의 ‘전관예우’, ‘관피아’ 관행이 심각했다. 취업심사를 제대로 받지 않아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013년 조달청장을 그만둔 후 공직취업제한 기간(2년) 내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승인 절차도 없이 회계법인에 취업해 법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경협(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강 후보자는 해당 회계법인에서 운영자문을 하면서 4개월 동안 2000만 원을 받았다.

3 '관피아' 철저 방지

이번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퇴직공무원들이 퇴직전 관련 기업 등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취업 제한 제도를 대폭 강화했다. 기존에는 공직자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지 않고 취업 제한 기관에 재취업한 것으로 의심이 가는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확인했다. 앞으로는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에 자료를 요청해 취업 여부를 이중으로 확인할 수 있어 보다 철저한 검증이 가능하게 된다.

또 공무원징계령 개정안도 입법 예고해 술·골프 등을 접대받거나 한 장의 영화표만 받아도 징계를 받도록 했다. 그동안 ‘금전’이 아닌 경우 관련 규정이 애매해 처벌하기 어려웠는데, 개정안에서는 비위 대상을 기존의 금전 외에 ‘각종 경제적 이득 요소’로 확대했다.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으면 무조건 퇴출하는 내용의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도 예정돼있다.

4 민간 교류 강화로 대기업 취업 가능

인사혁신처는 공직자윤리법 준수는 강화하는 대신 공무원이 일반 기업에 교류근무 파견을 나가는 ‘공무원 민간근무휴직제’는 확대 시행해 올해부터 대기업도 참여시키기로 했다. 민간근무휴직제는 공무원이 기업의 경영기법을 벤치마킹해 공직사회에 도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02년 도입됐는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에 대기업을 포함시키기로 한 것이다. 현재 삼성, 현대차 등 65개 기업이 참가 희망 의사를 밝혔다.

인사혁신처는 민간 전문가에 대해 공모 제도를 생략하고 임용하는 ‘민간 스카우트’도 시행하고 있다. 지난 9월 제1호 민간 스카우트 대상으로 강병구 고려대 교수가 선정돼 국가기술표준원 표준정책국장으로 발탁됐다.

5 지방자치단체 확산은 어떻게

5일 현재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근무하는 지방 공무원 수는 28만9000명이다. 지방 공무원을 제쳐놓고 국가 공무원 대상으로만 인사 혁신을 한다고 하면 반쪽짜리 인사 혁신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인사혁신처는 지방 공무원 인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행정자치부와 함께 이 작업을 했다. 국가 공무원 대상으로 인사 혁신 방안을 수립한 뒤 이를 지방 공무원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의 징계 양정 기준 역시 중앙 공무원법에 맞춰 조정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방 공무원이 업무상 지위를 남용해 부하 직원이나 민원인 등을 상대로 성폭력(추행, 성폭행) 범죄를 저질러 3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즉시 파면하고 2년간 임용도 제한한다. 현재는 성범죄로 금고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아야 공직에서 퇴출당한다. 급여 불이익 조항도 강화한다. 정직 또는 강등 처분을 받는 동안 3분의 1을 받은 보수를 앞으로는 전액 삭감당하게 된다.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국무회의 의결 직후 국회에 제출했다.

6 지방 공무원 징계규칙 제정 배경

지금까지 자치단체들은 지방 공무원 비위에 대한 각각의 징계 양정 기준을 갖고 있었다. 행자부에선 지방 공무원 비위에 대한 징계 기준 관련 표준안을 제시하고 자치단체들은 이러한 행자부 표준안에 따라 자체적으로 징계 양정 기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표준안은 말 그대로 법규성이 없다 보니 자치단체별로 징계 양정 기준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는 바로 형평성 문제로 연결됐다.

가령 A라는 공무원이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다고 할 때 B시에선 중징계를 받게 되지만 다른 자치단체에선 이보다 덜한 징계를 받거나 징계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도 아예 없지 않았다. 서울에서만 이른바 박원순법이 등장하게 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더욱이 일부 자치단체는 이러한 사정을 악용해 제 식구 감싸기식 처벌을 하기도 해 정부 차원에서 지방 공무원 비위에 대한 징계 기준을 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행자부는 이러한 점을 감안해 ‘지방 공무원 징계에 관한 시행규칙’을 제정했다. 오는 19일부터 시행되는 지방 공무원 징계에 관한 시행규칙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규칙에 따라 징계 양정 기준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앞으로 지방 공무원들은 소속 자치단체와 관계없이 이를 지켜야 한다.

7 지방 공무원 주요 비위 징계 강화

오는 19일부터 시행되는 지방 공무원 징계에 관한 시행규칙의 또 하나의 특징은 성폭력, 금품·향응수준, 음주운전 등 주요 비위에 대한 징계가 대폭 강화된 것이다. 이는 이전 행자부 표준안에 비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신설 규칙을 보면 성폭력 중징계 사유의 피해 대상을 확대했다. 기존 ‘미성년자’에서 업무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경우와 장애인을 추가한 것이다. 뇌물 징계도 대폭 강화했다. 직무와 관련한 100만 원 이상 금품·향응을 파면이나 해임 사유로 규정했다. 수뢰 액수가 100만 원 이하라도 금품을 먼저 요구했다면 같은 수준의 중징계를 받는다. 동료의 부패행위를 은폐한 공무원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을 신설했다.

공직사회에 만연한 음주운전에도 가혹한 조처가 내려진다. 운전면허 취소 수준(혈중알코올농도 0.1% 이상)으로 취해 차를 몰다가 적발되거나 음주측정을 거부하면 처음이라도 중징계를 받는다. 단순 음주운전이라도 두 번째라면 해임될 수 있다. 성·금품 비위행위와 음주운전에는 일반적인 징계 감경이 적용되지 않도록 했다.

이와 함께 공무원들의 무사안일 관행 등을 개선하려고 도입한 성과상여금 제도를 훼손해도 엄한 징계가 따른다. 성과상여금을 나눠 먹기 하다가 적발되면 최고 파면까지 징계할 수 있는 근거를 징계 규칙에 담았다.

8 공직자 사기 진작

인사혁신처는 민간 분야의 ‘안식월’ 개념을 도입, 공무원들의 사기를 진작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지난 10월 공무원들이 4년마다 최대 43일까지 휴가를 한 번에 몰아 사용할 수 있는 ‘연가저축제’가 시행됐다. 10일 이상의 장기휴가 사용도 활성화되고, 업무 성과가 좋은 공무원에게는 인센티브로 10일 이내의 포상휴가가 주어진다. S-A-B-C급으로 나뉘어 성과금을 차등 지급했던 성과상여금제도 개편해 SS 등급을 신설한다. 내년부터 SS 등급은 S 등급의 50%를 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9 정치권 취지엔 공감, 처리는 미지수

국회로 넘어온 공직자윤리법은 우선 해당 상임위원회인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심사를 거치게 된다. 안행위 심사 후 의결되면 본회의에서 처리된 뒤 다시 정부로 이송돼 공포된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고위공무원 등이 자신이 보유한 주식과 관련한 업무를 볼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공직자윤리법은 지난 10월 30일 안행위에 회부됐다. 현재 여야는 공직자 윤리 기준 강화, 공직사회 개혁에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별다른 이견 없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의 경우 여야가 취지에는 공감했으나 방법론에서 이견을 보여 논란이 일었던 것처럼 의외의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범죄시 벌금형까지 당연퇴직 및 임용결격 요건으로 규정하고, 강등·정직 처분 시 현행 3분의 2에서 전액으로 보수 감액을 높이는 내용 등이 담긴 국가공무원법 역시 지난 9월 17일 안행위에 회부돼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10 공직기강 확립은 세계적 추세

해외 국가 중 공직사회 기강을 강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국력이 급격히 성장한 중국이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지난 10월 약 9000명에 달하는 당원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중국 공산당 기율처분 조례’를 개정해 발표했다.

새 조례에는 당내 조직을 결성해 사리사욕을 꾀하거나 사조직을 통해 이익을 얻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과 함께 당원들의 ‘청렴’을 요구하는 내용도 대거 포함됐다.

당원의 청렴을 요구하는 조항에는 수준 이상의 접대 금지, 인센티브 남발 금지, 공무차량 무단 사용 금지, 규정 외 선물·상품권 등 수뢰 금지, 골프장 회원권 보유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도 공직사회 부패 척결 및 순혈주의를 깨기 위해 과감한 개혁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다.

유현진·유회경·박준희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