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아름다운 회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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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15-11-1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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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 논설위원

6·25 참전용사 합동 회혼례식이 10일 전쟁기념관에서 열렸다. 군 예복을 차려입은 신랑과 웨딩드레스로 단장한 신부 12쌍이 국방부 의장대의 예도를 받으며 입장했고, 평균 65세인 ‘청춘합창단’이 ‘그리운 금강산’을 부르며 60년 해로를 축하했다. 김창도(92) 씨가 부인 우숙자(80) 씨에게 “6·25전쟁 속에 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낮에는 대한민국 영토가, 밤에는 북한 영토가 되는 치열한 전투 속에서 살아남은 것은 당신을 만나기 위한 것이었나 보오”란 내용의 ‘60년의 행복한 동행’이란 편지를 읽어 내려가자 곳곳에서 훌쩍이며 눈물을 훔쳤다. 집안 사정 등으로 결혼식을 하지 못하고 살아왔기에, 이날이 회혼식이자 결혼식이 된 쌍도 여럿 있었다.

서양의 결혼기념식은 다채롭다. 1주년인 지혼식(紙婚式)을 필두로 5주년 목혼식(木婚式), 10주년 석혼식(錫婚式), 15주년 동혼식(銅婚式), 20주년 도혼식(陶婚式), 25주년 은혼식(銀婚式), 30주년 진주혼식(眞珠婚式), 35주년 산호혼식(珊瑚婚式), 40주년 녹옥혼식(綠玉婚式), 45주년 홍옥혼식(紅玉婚式), 50주년 금혼식(金婚式)으로 이어진다. 이 전통은 19세기 영국에서 체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혼식 이후의 금강혼식(金剛婚式), 즉 다이아몬드 결혼식은 유럽에서는 결혼 60주년을, 미국에서는 75주년을 기념하는 말이다.

우리나라도 조선 시대에 결혼 60주년 기념행사인 회혼례(回婚禮)를 성대히 치렀다. 자손과 친지가 모인 가운데 노부부는 혼례 복장을 갖추고 혼례의식을 다시 하며, 자손들이 장수를 비는 뜻의 술잔을 올리는 헌수를 하면 친지들이 축하를 했다. 단, 회혼을 맞은 부부보다 먼저 죽은 자식이 있으면 행사를 피했다. 과거 회갑·회방(回榜·과거 급제 60주년)과 더불어 회혼을 3대 수연이라 했다.

과거엔 수명이 짧아서 회혼식이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높은 이혼율이 문제다. 황혼이혼까지 급증하고 있다. 사실 모든 것이 급변하며, ‘새것이 좋은 것’이고 ‘젊음이 미(美)’라는 진보주의 사회인식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그 무엇이든 60년 이상을 보존·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변할 수 없는 진리가 있으며, 친구와 포도주처럼 오래될수록 좋은 것도 많다. 이날 회혼식 부부들은 그 어느 청춘 남녀보다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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