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13월의 월급 챙기기’… 바뀐 연말정산의 모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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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계산해주고… 9월까지 카드 사용액 제공… 예상세액 확인
절세팁 제공하고… ‘맞벌이’ 부양가족 선택 따른 절세금액 비교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도입 후에도 공제액 계산이나 신고서 작성 시 여전히 번거롭고 헷갈린다는 평가를 받아온 연말정산 신고 방식이 크게 바뀐다. 정부 3.0 추진위원회와 국세청이 지난 3일 발표한 내용을 보면, 내년 연말정산 결과를 예상할 수 있고 공제 및 한도액을 계산해 신고서에 채워줘 출력물 없이 온라인으로 신고할 수 있게끔 개편했다. 연말정산 시기가 되면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했던 작성 방법의 편의성 측면에서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 3년간의 공제 내용과 공제 한도를 함께 볼 수 있어 어떤 부분의 공제가 부족한지 사전 예측해 보완할 수 있는 점 역시 눈에 띈다. 하지만 더 낸 세금을 돌려받다가 환급액이 줄거나 토해 내야 했던 올 초의 연말정산 파동을 의식해 만든 것으로, 세법의 근본적 변화는 없어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 연말정산 바꾼 배경은

1300만 명에 달하는 근로자 입장에서 연말정산은 1975년 첫 시행 이후 목돈이 절실할 때 가계에 보탬이 되는 ‘13월의 보너스’로도 불려왔다. 정부는 근로소득 자체가 특성상 매월 발생하기 때문에 매월 소득세를 근로소득 간이세액표에 따라 원천징수하고 다음 해 2월에 실제 부담할 세액을 정산해 준다. 최종적으로 정확한 세액을 계산해 이미 낸 세액과 정산하는 것이다. 하지만 업무가 분주한 가운데 자료를 항목별로 일일이 찾아 출력하고 공제액을 계산해서 공제신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특히 세법이 매년 바뀌고 용어 역시 생소해 헷갈리기 마련이다. 신고서를 쓴 후에도 잘못 한 것이 아닌지 불안했다. 일각에서는 ‘난수표 연말정산’으로까지 부르며 고개를 흔들었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미리 알려주고 채워주는 편리한 연말정산’을 취지로 더 편한 방식으로 개편을 추진했다.

2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내년 연말정산 결과를 예상해 미리 알려주고 공제와 한도액 등을 계산해 소득·세액공제신고서에 채워준다는 것이다. 또 출력물이 필요없이 온라인으로 신고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 공제 자료가 빠지지 않도록 미리 증명자료를 준비하고 달라진 세법 내용도 확인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변화가 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발표된 ‘2014 귀속 근로소득 연말정산 종합안내’ 때만 해도 주택자금 공제의 경우 은행 등에서 제공한 저축납부금액과 원리금 상환액을 단순히 보여주기만 하기 때문에 구체적 공제 요건은 근로자 스스로 살피고 신청해야만 가산세 등 불이익이 따르지 않는다고 안내했던 것을 떠올리면 차이를 알 수 있다.

3 어떻게 이용할 수 있나

이번 개편에 따라 앞으로는 매년 10월에 그해 9월까지의 신용카드 사용금액과 전년도 연말정산 내용을 이용해 연말정산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된다. ‘연말정산 미리 보기’다. 과거에는 매년 1월 15일 간소화 서비스 공개 이후 공제 사항을 볼 수 있었다.

올해는 서비스 도입 첫해인 관계로 자료 수집 등 준비기간이 필요해 지난 4일부터 제공했다. 국세청 홈택스를 찾아 인터넷 환경설정, 회원 가입, 공인인증서 로그인 절차를 거쳐 들어가면 ‘연말정산 미리 보기’ 메뉴가 나온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액 계산과 연말정산 예상세액 계산하기, 3개년 추세·항목별 절세 팁 보기 순으로 진행된다. 올해 예상되는 총급여액을 입력하면 된다. 공제는 신용카드 사용액이 총급여액의 25%를 넘길 때 가능하므로 소득공제 금액을 계산하려면 올 한 해의 총급여액을 확인해 입력해야 정확한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4 신용카드 공제액 제공은

신용카드 자료 불러오기를 하면 올해 1∼9월 기간의 신용카드, 직불(체크)카드, 현금영수증, 전통시장 및 대중교통 이용액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연말까지의 사용 예상액을 추가하면 소득공제 예상액과 절감세액을 계산할 수 있다. 국세청은 “연말정산 미리 보기 서비스와 연계해 근로자가 미리 절세 계획을 짤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9월까지의 사용금액을 미리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 총급여액의 25%를 넘는 지출부터는 신용카드보다 공제율이 2배 높은 현금영수증과 직불카드, 전통시장 사용액을 늘리는 게 절세에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변동된 급여 및 부양가족 등 각종 공제항목을 수정하면 연말정산 예상세액을 알 수 있다.

올해는 서비스 시행 첫해인 만큼 시스템 개발 및 자료 수집, 검증 등으로 인해 11월에 제공하지만, 내년부터는 10월 중순에 제공할 계획이다. 제공하는 자료는 지난 9월 30일 기준의 사용금액이기 때문에 10월 1일 이후 결제 취소 등으로 다소 바뀔 수는 있고 전체 연간 자료는 의료비 등 다른 공제 항목 자료와 함께 내년 1월 15일에 최종 제공하게 된다.

5 절세 위한 팁은

신용카드 소득공제액 계산, 연말정산 예상세액을 계산했다면 이 결과를 토대로 인적공제, 신용카드, 교육비, 의료비, 주택자금, 연금저축, 보장성 보험료, 기부금 등의 항목별로 얼마씩을 더 공제받을 수 있는지 절세 팁과 유의사항을 접할 수 있다. 이를 최근 3년간의 공제 항목과 비교한 그래프, 표 등 시각자료와 공제 항목별로 절세 방법을 알려준다. 맞벌이 부부의 절세를 위해 부양가족을 선택하는 방법에 따라 세액을 계산해 비교할 수도 있다.

예컨대 ‘총급여액의 3%인 195만 원을 초과하는 의료비 63만7430원에 대해 9만5614원의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부양가족의 경우 나이나 소득의 제한을 받지 않고 해당 부양가족을 위해 근로자가 지출한 의료비는 공제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 등 사용으로 공제받을 수 있는 최대한도 500만 원을 모두 공제받았다. 10∼12월에 예상액을 넘겨 사용해도 더는 공제받을 수 있는 혜택이 없으니 앞으로는 포인트 적립이 가능한 신용카드를 쓰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식이다.

6 미리 채워주는 서비스란

연말정산 간소화 자료나 지급명세서를 이용해 국세청이 신고서와 경정(更正)청구서를 자동 작성해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근로자가 홈택스에서 공제 항목을 고르면 공제신고서와 부속명세서에 자동으로 반영해 작성된다. 간소화 자료가 없는 월세액 공제 명세서를 빼고 연금·저축, 의료비, 기부금, 신용카드 등 4종의 서류가 대상이다. 자녀의 교복이나 본인과 가족의 안경을 산 영수증, 기부금 등이 있다면 스스로 입력할 수 있고 공제할 수 있으므로 챙겨두는 게 좋다. 작성이 쉽도록 근로자 기본 사항과 부양가족 명세는 전년도 연말정산을 기준으로 제공되고 변경 사항은 수정할 수 있다.

아울러 연말정산에서 빠뜨려 추가 공제가 필요한 경우에는 경정청구서를 간편하게 자동 작성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과거에는 전체 항목을 수동으로 다시 작성해야 했지만, 기존에 신고한 내용 중 추가할 항목만 수정해 간편하게 완성할 수 있도록 했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경정청구 이후 진행 상황은 홈택스 쪽지와 이메일로 안내해 준다.

7 종이 없는 연말정산?

과거보다 불편함은 상당히 해소될 전망이다. 근로자가 작성한 공제신고서와 부속명세서, 증명서류는 클릭 한 번으로 홈택스를 통해 온라인으로 원천징수의무자(회사)에 제출할 수 있게 된다. 종이로 번거롭게 출력해 빠뜨린 게 없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했던 번거로움은 덜게 됐다. 회사 측은 근로자가 온라인으로 낸 공제신고서를 이용해 연말정산을 하고 국세청에 낼 지급명세서를 작성하면 된다.

이 서비스도 내년 1월 중순에 시작된다. 송희준 정부 3.0 추진위원장은 “이번 서비스 개편으로 인해 세금을 신고하고 내기까지 세금 자체를 제외하고 납세자가 부담하는 경제적·시간적 제반 비용인 납세협력비용의 절감 효과가 매년 2100억 원가량으로 추산됐다”고 말했다.

8 근로자 차원의 기대효과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A 씨의 경우 바쁜 시간을 쪼개 연말정산을 했지만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환급은커녕 많지 않은 월급에서 추가 납부를 해야 한다는 정산 결과를 받았기 때문이다. 미리 알 수도 없어서 대비할 수도 없었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통해 공제내역을 본 후 신고서 항목을 일일이 작성하느라 2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하지만 연말정산 미리 보기를 통해 200만 원가량을 추가 납부해야 한다는 점을 예상하게 된 후 절세 팁을 활용해 남은 2개월 동안 신용카드 대신 직불카드를 쓰고 연금저축 납입액을 늘려 추가 납부세액을 상당히 줄일 수 있게 됐다. 신고도 간편해졌고 빠뜨린 공제 항목도 경정청구서로 해당 부분만 수정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을 훨씬 아낄 수 있었다.

A 씨를 포함한 회사 근로자의 연말정산을 담당하는 이 회사의 급여담당자는 바뀐 연말정산 서비스 이후 온라인으로 받은 공제신고서를 회사 연말정산시스템에 업로드하니 쉽게 일이 끝났다. 온라인으로 서류를 받으니 편철작업도 필요 없고 보관 공간 역시 따로 확보하지 않아도 됐다.

9 절세 위한 금융상품은

A 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세액공제와 함께 노후준비도 할 수 있는 게 연금저축상품이다. 최소 5년 이상 유지하고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는 장기저축상품인데 연간 납입액 400만 원 한도 내에서 13.2%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중도해지 시에는 기타소득세가 부과된다. 개인형 퇴직연금(IRP) 상품도 올해 연말정산부터 최대 700만 원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다는 이점 때문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주택청약저축 역시 소득공제 효과가 크고 주택 구입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까지만 가입이 가능한 소득공제 장기펀드도 고려할 만하다.

10 학계 반응은

시스템을 좀 더 편하게 접근하고 예상세액을 사전에 알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세액 자체가 변동이 없기 때문에 신고기간의 편의성이 제고됐을 뿐이지, 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홍기용 한국세무학회 회장은 “고소득자에 대한 환급액을 줄이고 저소득자는 늘리겠다는 취지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세법 개정의 기조가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세 부담 논란은 내년에도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며 “전체적인 근로소득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고 방식이 바뀌었다고 근로자들이 큰 변화라고 체감할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