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소년兵 끝내 외면… 2만9000명 희생 강요 당한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憲裁 ‘피해보상 요구’ 각하… 윤한수 전우회 사무총장 ‘한숨’

“어린 나이에 6·25전쟁에 징집된 소년병들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했지만 헌법재판소마저 각하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제 소년병들은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 20년 전 만든 단체도 존폐위기에 처했습니다.”

지난 17일 오후 대구 중구 6·25참전소년소녀병전우회 사무실에서 만난 윤한수(81·사진) 사무총장은 “다른 국가유공자처럼 소년병들의 처지를 제대로 알고 보상 등 예우를 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어린 나이에 희생만 강요당한 꼴이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문화일보 6월 3일자 36면 참조)

6·25전쟁 당시 참전 소년병은 2만9600여 명으로 병역의 의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징집됐다. 이들은 만 18세 미만의 어린 나이였으며 전쟁터에서 2573명이 산화했다. 그는 “지난해 6월, 6·25전쟁 당시 국방부 장관이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소년병들을 징집해 입대시킨 행위로 인한 피해보상 입법을 위해 전쟁 후 하지 않은 부작위(不作爲)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으나 지난 10월 말 헌재가 이들이 기본권을 침해받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하했다”며 “이 때문에 생존 소년병들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생존 소년병들은 국가의 최소한 예우를 바라며 지난 1996년 964명이 모여 친목단체를 만들고 대구 중구에 45㎡ 규모의 사무실을 마련했다. 이후 한 달 100만 원을 모아 사무실 임차료(20만 원), 교통비, 사무용품 구입비 등에 사용하면서 단체를 운영했다. 비용은 생존 소년병 일부가 매달 1만∼5만 원씩 낸 것이다. 또 이들은 매년 산화한 동료 소년병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제도 지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생존 소년병들은 사실상 희망을 잃어 사무실을 폐쇄하고 단체 해체를 검토 중이다. 윤 총장은 “헌재가 각하결정을 하면서 ‘입법자가 특별법을 제정해 소년병들에 대한 보상을 해도 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고 ‘정부 재정여건이 허락된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여 사실상 고령인 노병(老兵)들은 예우를 받고 눈을 감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젠 지치고 기력이 없어서 사무실 운영이나 위령제 지내기도 벅차다”며 “나라를 위해 희생한 노병들의 심정을 국가가 조금이나마 이해해 줬으면 했지만 결국 뼈에 사무치는 한이 돼 산화한 동료들 곁으로 가는 일만 남았다”고 말을 흐렸다.

대구=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