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은신처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 많은 신도가 참배 중인 가운데 뒤쪽으로 보이는 관음전 건물의 4층 맨 왼쪽 방(노란색 원 안)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은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관음전 내부 복도로, 왼쪽 벽으로 난 문이 한 위원장의 은신처 입구로 추정된다. 신창섭 기자blusky@
“계속 숨겨주면 불교 버릴것”
신변보호 비판 글 잇따라
신도들 “사찰 정치화 우려”
외부 항의전화도 쏟아져
“어려운 자 돕는것이 종교”
일부 ‘포용해야’ 목소리도
지난 주말(14일) 민중총궐기 대회를 주도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몸을 숨기면서 한 위원장 검거 작전이 장기전으로 흐르고 있는 가운데, 조계사가 또다시 수배자의 은신처가 되는 것에 대해 신도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19일 오전 조계사 주변 곳곳에는 여전히 경찰들의 삼엄한 검문검색이 이어졌고 예불을 드리기 위해 절을 찾은 신도들은 얼굴을 찌푸렸다. 신도 양모(37) 씨는 “시민운동의 목적성을 상실하고 정치화된 집단을 조계사가 받아들였다”면서 “사태가 길어지면 우리 불자들도 정치적으로 비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 40대 여성 신도도 “조용하던 경내가 한 위원장이 오고 나서부터 시끄러워졌다”면서 “평소보다 절을 찾는 신도들도 크게 줄었다”고 우려했다. 신도 A(55) 씨는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 스님이 정치적으로 행동하시는 경향이 있다”면서 “한 위원장이 너무 강성이라 더욱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조계사로 피신한 지난 16일 직후부터 조계사에는 한 위원장의 신변보호를 반대하는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조계사 관계자는 “18일 한 위원장을 왜 숨겨주느냐는 항의전화를 수십 통 받았다”면서 “신도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조계종 홈페이지에도 한 위원장의 신변보호를 비판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김모 씨는 “사찰은 더 이상 범죄자들의 은신처가 아니다”면서 “한상균(위원장)을 숨겨주면 나는 불교를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박모 씨도 “정치적 발언과 폭력을 일삼고, 겉으로는 당당한 척하면서 뒤로 숨어 있는 자를 조계사는 속히 내보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달라”면서 “우리 불교계는 범법자들의 도피처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의 한 신도는 2000년대 이후 신도들의 비난 여론에 범법 행위자 은신을 배격하고 있는 명동성당을 언급하며 “법을 조롱하고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자를 보호하면 불자들을 점점 잃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일 한 위원장이 한 불교 관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조계종에 감사 표시를 하며 향후 중재를 부탁한 것에 대해서도 비난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한 위원장은 노동자가 아닌 정치인”이라면서 “조계종은 한 위원장을 절대 두둔해선 안 된다”고 썼다.
한편 일부에선 조계사로 은신한 한 위원장을 불교가 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는 17일 “어려움을 당해 도움을 요청한 이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은 종교단체 본연의 역할”이라면서 “종단은 의지할 곳이 없어 몸을 의탁한 그를 소중히 품어 안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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