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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11월 20일(金)
능력·노력만으론 출세 못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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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는 허구다 / 스티븐 J 맥나미·로버트 K 밀러 주니어 지음, 김현정 옮김 / 사이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 / 파울 페르하에허 지음, 장혜경 옮김 / 반비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비례해 보상이 주어진다는 능력주의(meritocracy)를 믿는지. 동등한 기회, 가장 노력하는 사람이 가장 큰 보상을 받는 능력주의에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는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능력주의 신봉자들이다. 우리들, 아이들에게 일단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노력해, 그러면 성공한다”고. 사람들은 노력한 만큼 되돌려 받는다는 능력주의 원리를 믿고, 공정하고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능력주의 약속에 열광한다. 능력주의는 현대인들에겐 일상적 윤리이자 이상적 사회 원리이며 유토피아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가.

여기 두 권의 책이 있다. 미국 사회학자 스티븐 J 맥나미·로버트 K 밀러 주니어는 현대인의 이데올로기인 능력주의는 허구라고 주장하고, 벨기에 정신분석학자 파울 페르하에허는 극단적 능력주의 때문에 우리는 괴물이 되어간다고 한다. 지나친 경쟁과 승자독식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맥을 같이하는 주제로 두 책은 이 문제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게 한다. 두 책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작품을 보자. 영국 사회학자 마이클 영(1915∼2002)의 풍자 소설 ‘능력주의의 출현(The Rise of Meritocracy·1951)’. ‘능력주의’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작품이다. 소설의 배경은 개인의 능력만을 토대로 운영되는 미래사회. 능력주의는 처음에 매우 공정하게 운영되지만 일단 위계질서가 정해지자 엘리트들은 자기 아랫사람들을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억압하고 경멸한다. 결국 사회는 점점 승자 독식과 약육강식 논리가 지배하는 무자비한 세상으로 변한다. 암울한 디스토피아다. 하지만 영의 예견과 달리 능력주의는 현대사회 전 분야에 이상적 시스템으로 도입된다. 모두에게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고 타고난 배경과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상관없이 개인의 능력에 따라 보상이 주어진다는 논리는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능력주의는 허구다’는 능력주의의 오작동을 파고든다. 현대사회가 개인의 능력적 요인이 삶에 미치는 영향은 과대평가한 반면, 비 능력적 요인의 영향은 과소평가해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개인의 타고난 재능, 능력, 성실함, 올바른 태도, 높은 도덕성, 이상적 자질 등으로 대변되는 ‘능력’보다 계층에 따른 교육 불평등, 사회적·문화적 자본, 부의 세습과 무형의 상속자산인 특권과 특혜의 대물림, 불가항력적 사회 구조적 요인 등 ‘비능력’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도 말이다. 특히 능력주의 핵심 동력으로 여겨지는 학교와 교육이야말로 불평등한 삶을 자녀 세대에게 대물림하는 데 일조하는 잔인한 매체라고 진단한다.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의 문제의식은 왕따, 묻지마 살인, 총기 난사 등 이전과 질적으로 다른 심리적 증상의 근본 원인을 신자유주의적 시스템에서 찾는 것이다. 지나친 경쟁, 과도한 성과주의로 달려가는 신자유주의 시스템이 개인에게 그대로 적용돼 개개인의 정체성·인성 형성 과정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고 한다. 저자는 적자생존 논리와 진화 심리학을 토대로 초기에 긍정적 결과를 초래한 능력주의가 어떻게 사람들을 괴물로 몰아가는지 분석한다. 신자유주의 능력주의는 결국 최고에게 상을 주고 나머지는 추려내는 적자생존 시스템을 고도화시켜, 정상에 도달한 집단이 자신의 자리와 권력을 지키기 위해 아래에서 절대 올라오지 못하게 봉쇄하는 폐쇄적 사회로 만들어 간다고 한다. 저자는 이를 ‘엔론 사회’로 부른다. 미국 대기업 엔론이 20세기 말 도입해, 이제는 전 기업에 확산된 ‘등수 매겨 내쫓기(Rank and Yank appraisal system)’ 모델에서 따왔다. 성과를 평가해 연말에 최상위층엔 상을 주고, 하위 몇 퍼센트는 해고하는 시스템이다. 능력주의는 전 영역의 ‘엔론화’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벨기에 정신분석학자는 개인 차원의 대안을 제시한다. 이기심과 구분되는 자리 배려, 결핍을 의미로 바꾸는 창의적이고 끈질긴 노력, 이를 통한 인간성 회복이다. 반면 미국의 사회학자들은 개인 차원으로 사회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없다며 사회를 좀 더 공정하게 만들기 위해선 사회 차원의 대책,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힌다. 누진세를 포함한 다양한 조세 정책, 다양한 재정 정책, 차별 철폐 조치 그리고 시민차원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들었다. 이 모든 것을 실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권력자의 의지’를 꼽은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우리 권력자들에겐 의지가 있을까. 물론 이들이 내놓은 대책들이 그리 새롭지는 않다. 누진세만 해도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80%에 달하는 누진세를 주장했다. 하지만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이 세상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희망적이라고, 그 희망을 향해 헤엄쳐가는 일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이 책들도 그런 희망을 향해 헤엄쳐가는 작업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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