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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11월 20일(金)
“올해만 11권 출간 … 나는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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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모 관장은 전 세계 과학계의 최첨단 동향을 전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우리 시대 대표적 교양과학 필자인 이정모(52) 서대문자연사 박물관장의 생산력은 놀랍다. 올해 내놓은 책이 11권. 신간 4권, 재간 4권에 번역서 3권이다. 물론 재출간 책도 있고 이번 주에 나온 재미있는 과학책 안내서 ‘판타스틱 과학 책장’(북바이북)과 미래 과학의 윤리적 쟁점을 다룬 ‘호모 사피엔스씨의 위험한 고민’(메디치)은 다른 필자와 함께 쓴 공저이긴 하지만 여하튼 한 달에 한 권씩 출간한 셈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그는 올 한 해 교양과학서 30여 권의 추천사를 썼고, 10편 가까운 책에 해제나 해설을 썼다. 좀 과장하자면 과학과 관련된 책, 특히 그의 전공인 생화학이나 오랜 관심 분야이자 자연사박물관장으로 일하며 확보한 전문영역인 ‘진화론’과 관련된 책의 경우 거의 전부 그의 추천사가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과학책 추천사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그의 이름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다. “이분은 책을 다 읽고 쓰시나?”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출판사에서 부탁하는 책을 모두 보고,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책만 추천사를 쓴다고 했다. 지난 18일 박물관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역할을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라고 했다.

“독일 유학할 때 지도 교수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물었어요. 그때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가 떠올랐어요. 과학자와 대중들을 연결하는 매개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책도 쓰고, 좋은 책은 독자들에게 알려져야 하니까 추천사도 쓰고. 박물관에서는 과학 강의 프로그램도 만듭니다.”

예를 들어 ‘판타스틱 과학 책장’은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라는 그의 역할이 잘 드러낸다. 책은 과학저술가인 이명현, 이한음·조진호 작가와 함께 과학책을 읽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 독자들을 위한 과학책 읽기 지도서다. 그는 책에서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과학책을 고르라면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꼽겠다”고 시작한 뒤 1983년 대학교 1학년 때 ‘종의 기원’ 읽기에 도전했다가 포기하고, 무려 24년 뒤인 2007년에야 완독한 사연을 들려준다. 그 사이에 진화론에 대한 인식 변화, 이를 알기 위해 탐독한 여러 책들 이야기를 전하며 자연스럽게 진화론 전체 그림과 이를 알기 위해 어떤 책을 어떤 순서로 읽으면 좋은지 조언해 준다.

그는 영화 ‘그래비티’ ‘인터스텔라’등의 흥행 성공과 함께 일기 시작한 과학과 과학책 출간 붐이 반갑다면서도 ‘한국의 대중 과학은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어린이들은 공룡과 하늘의 별이라는 두 가지 문을 통해 과학을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18세쯤 되면 과학을 좋아하던 꼬마들은 다 사라진다. 이유는 무작정 쉬운, 에피소드 위주의 과학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흥미를 끌기 위해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친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정작 부력은 정확하게 가르치지 않고, 별자리 이야기에서 천문학적 지식으로 나아가지 못하며, 공룡과 관련해 확장된 과학적 질문 없이 공룡 이름만 외우다 끝난다는 것이다. 그는 과학의 대중화는 나이나 관심의 정도에 맞게 다양한 수준의 프로그램, 어려운 과학적 내용을 다 몰라도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첨단 과학 이슈를 알려주는 프로그램까지 있어야 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처럼 과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 관장은 ‘합리적 사고’를 들며 이렇게 말했다.

“과학적 사실은 계속 바뀐다. 갈릴레오 시대에 목성의 위성은 4개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60개가 넘는다.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언제든 틀릴 수 있다고 회의하는 것이다. 나는 진화를 믿지 않는다. 받아들일 뿐이다. 만약 진화론에 맞지 않는 새로운 과학적 사실이 발견되면 나는 진화론을 버릴 것이다. 그 합리성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삶이 바뀐다. 그것이 바로 과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이정모 관장 추천 책>

★판타스틱 과학 책장(북바이북) = 과학책을 내고 싶은 편집자를 위해 기획됐지만 결국 일반인을 위한 과학책 가이드가 됐다. 과학책을 읽으며 교양과학을 쌓아 나가고 싶은 이들을 위한 길잡이다. 어려운 과학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필자들의 필력에 끌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특정 분야에 얽매이기보다는 관심이 생기는 주제 위주로 찾아보거나 과학자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등 다양하게 과학책 읽기를 시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공생 멸종 진화(나무나무) = 38억 년에 이르는 생명의 역사를 공생·멸종·진화라는 3가지 키워드, 24개 결정적 장면으로 풀어냈다. ‘자연사는 멸종의 역사다. 공생하지 않으면 멸종한다. 공생한 생명만이 진화로 이어진다’는 것이 3가지 키워드의 핵심이다. 멸종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위한 것이며, 공생은 인류 생존을 위한 것이라는 저자의 설명이 흥미롭다. 독자의 댓글 중 이런 것이 있다. “그러니까 같이 삽시다!” 책의 골자이다.

★과학하고 앉아있네(동아시아) = 원종우 씨가 진행하는 인기 과학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에 출연해 풀어낸 이야기를 그대로 옮겼다. 공룡은 무엇이고 자연사는 무엇인지, 육식공룡과 초식공룡의 차이 등 ‘공룡과 자연사’가 주제이다. 공룡 및 인류와 관련된 재미있는 질의응답을 통해 대중들의 궁금증과 답들을 수 있다. 이정모 관장은 과학에 대한 완전 초보자, 과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깔깔대며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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