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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11월 24일(火)
금희 “난 ‘조선어 소설’ 마지막 세대… 절필 생각 들 때마다 버틴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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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금희는 “한국과 북한 사람들은 한 민족이지만 특성이 판이하게 다르다”며 “정치·경제체제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특히 관심이 많다”고 했다. 창비 제공
두번째 소설집 펴낸 ‘조선족 작가’

조선어 가르치는 학교 줄면서 中語를 모국어 삼는 동포 늘어

조선족에 초점 맞춘 글 많지만 똑같이 사람 사는 이야기일 뿐


“이제 조선어(조선족이 쓰는 한국어)로 소설을 쓰는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예요. ‘우리가 조선어 작품을 쓰는 마지막 세대일 수 있다.’ 수없이 그만두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이 생각을 떠올렸어요.”

소설가 금희(본명 김금희·36)는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 머물면서 작품활동을 하는 조선족 작가다. 2013년 첫 소설집 ‘슈뢰딩거의 상자’를 현지 출간했고, 올해 11월 두 번째 소설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창비)을 한국에 내놓았다. 최근 책 출간을 기념해 방한한 그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조선어를 배우는 학교가 감소하면서 중국어를 모국어로 삼는 조선족이 늘고 있다”며 “누군가는 남아서 조선어로 작품을 써야 한다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중국 현지에서는 조선어 작품을 싣는 문예지가 3∼4개 정도로 줄어드는 등 소설을 발표할 무대가 사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책이 한국에서 출간된다는 소식은 단비와 같았다. 그는 “중국 조선족이 200만 명 정도인데, 내 작품을 읽어줄 독자가 한국에 더 생긴다는 사실에 무척 기뻤다”고 했다. 시작은 지난해 계간 ‘창작과비평’ 봄호에 실린 단편 ‘옥화’였다. 탈북여성에 대한 조선족의 부정적인 시선이 담긴 소설은 논란을 우려한 현지 출판사의 만류로 발표되지 못했다. 그는 아쉬운 마음에 한국 출판사에 작품을 보냈고 덜컥 문이 열렸다. 그의 문학적 독창성을 눈여겨본 창비 편집위원들은 소설집 출간까지 결정했다.

1999년 옌지(延吉)사범학교를 졸업한 금희는 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포기하고 남편과 함께 한국에 온 적이 있다. 2년 넘게 충남 청양, 대전, 대구 등을 떠돌며 모텔 청소, 식당 서빙 등 궂은일을 했다. 그는 “중국은 다민족 국가라 소수민족에 대한 편견이 별로 없지만, 한국은 당시 조선족에 대한 차별이 심했다”며 “일이 힘든 것보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흘러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 오히려 한국이 중국보다 어우러지는 면이 있다”며 “한국에서의 경험이 소설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소설집에는 표제작을 비롯해 ‘옥화’ ‘봉인된 노래’ ‘노마드’ 등 7편의 단편이 실렸다. 중국 소수민족으로 체감하는 정체성 갈등, 조선족 사회의 탈북자 문제, 한국사회로의 이주 체험 등이 그려진다. 한국인, 조선족, 탈북민 사이의 복잡미묘한 감정선을 잡아내는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인다. 특히 ‘옥화’는 염치없이 돈을 빌리다 한국으로 떠나버리는 탈북여성들을 바라보는, 얄미움과 온정 사이에 존재하는 조선족의 시선을 긴장감 넘치게 담아냈다는 평이다.

금희의 소설은 소수민족의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디아스포라 문학에 대해 얘기하던 중 그는 “아무래도 주변 소재를 이용하다 보니 조선족에 많이 초점이 맞춰지지만, 사실 내 소설은 똑같은 사람 사는 이야기”라고 했다. 등장인물이 조선족일 뿐, 보편적인 인간과 사회상을 다룬다는 설명이다. 실제 그의 소설은 세계적 관심사인 공동체와 농촌 사회의 해체, 독재가 낳은 폐해, 자본주의 체제 속 ‘노마드’적 인구 이동 등 문제를 꿰뚫는다. ‘경계인’의 위치는 오히려 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부여한다. 그는 “진실을 말해 주는 용감한 작가가 되고 싶다”며 “앞으로 더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소설을 쓰겠다”고 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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