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트존>샐러리캡, NFL 1656억 내에서 배분… 국내 男농구는 23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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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캡이라는 게 있다. 팀별 선수단의 총연봉 상한선을 의미한다. 프로스포츠에서 선수 몸값의 지나친 상승, 구단의 적자 운영, 특정 구단의 우수 자원 싹쓸이 등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구단의 재정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팀 간 전력 불균형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샐러리캡은 미국프로농구(NBA)에서 1946∼1947시즌에 처음 도입됐고 미국프로풋볼(NFL),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미국프로축구(MLS) 등으로 확대됐다. 유럽의 럭비, 하키리그와 호주프로축구 등에서도 샐러리캡이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선 프로농구, 프로배구가 샐러리캡을 도입했다. 유럽축구연맹이 2013년부터 시행한 재정적 페어플레이(선수 임금이 구단 수익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 제도)도 샐러리캡의 일종으로 간주한다.

샐러리캡은 선수에겐 달갑지 않은 존재다. 연봉 인상에 원천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샐러리캡은 꾸준하게 인상돼왔다. 1946∼1947시즌 NBA의 샐러리캡은 5만5000달러(약 6450만 원)였다. 1984∼1985시즌엔 360만 달러(42억1960만 원)로 약 65배로 뛰었다. 다시 30년 뒤인 2014∼2015시즌 샐러리캡은 6300만 달러(738억 원)로 1984∼1985시즌에 비해 17.5배로 뛰었다. 1946∼1947시즌에 비해 약 1145배로 뛴 셈이다. 샐러리캡은 올 시즌 NBA가 6350만 달러(732억 원), NFL이 1억4320만 달러(1656억 원), NHL이 7140만 달러(826억 원), MLS가 349만 달러(40억3618만 원)에 이른다. 국내 남자 프로농구는 1997년 출범 당시 샐러리캡이 10억 원이었으며, 2014∼2015시즌 23억 원으로 17년간 2.3배로 올랐다. 여자프로농구는 샐러리캡 시행 첫해인 1999년 4억5000만 원에서 2015년 12억 원으로 2.7배 정도로 증가했다.

국내 프로배구 샐러리캡은 남자부가 출범 당시인 2005시즌 10억3500만 원에서 2015∼2016시즌 22억 원으로 2.1배로 증가했고, 여자부는 6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2배로 인상됐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선 단장 회의 등에서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샐러리캡 인상분을 정한다.

반면 해외에선 수익의 일정 지분으로 샐러리캡을 책정한다. 예를 들어 NBA는 전체 리그 수익의 약 48.5%를 구단 수로 나눈 금액이 샐러리캡이 된다. NBA는 최근 ESPN 및 TNT와 9년간 24억 달러(2조8087억 원)의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고, 이에 따라 샐러리캡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 ESPN은 다음 시즌 샐러리캡이 최대 8000만 달러(936억 원)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NBA의 팀별 엔트리는 15명이며 따라서 1인당 최대 533만 달러(61억 원)가 돌아가는 셈이다. NFL은 리그 수익의 65%를 구단 수로 나눈 금액을 팀의 샐러리캡으로 보장하고 있다.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둬 큰 폭의 연봉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샐러리캡으로 인해 연봉 인상이 제한되는 탓에 프랜차이즈 스타를 보유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이렇게 해서 NBA에 ‘래리 버드 예외 조항’이 탄생했다. 3년 이상 한 팀에 소속됐던 선수가 자유계약(FA) 신분으로 원 구단에 남는다면 그 선수의 연봉은 샐러리캡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1984년 보스턴 셀틱스의 간판스타였던 래리 버드가 처음 혜택을 받았다.

1997년 시카고 불스 소속이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연봉은 3300만 달러(387억 원)로 당시 샐러리캡인 2690만 달러(315억 원)를 혼자 넘어섰다.

NBA 외에 다른 스포츠에선 초과 지출을 할 때마다 일정 금액의 벌금을 내고 심한 경우 차기 신인 드래프트 권리까지 박탈하는 ‘하드캡’을 도입했다. NFL에선 샐러리캡을 1달러 초과할 때마다 1∼3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국내에선 샐러리캡이란 제한을 피하기 위해 실제 연봉보다 적은 금액에 계약했다고 속이는 ‘이면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례도 있었다. 또 프로구단을 운영하는 모기업의 광고 출연을 명목으로 연봉 외의 가욋돈을 주기도 했다. 프로농구에선 샐러리캡을 초과하면 구단에 1000만∼5000만 원, 선수에겐 초과 수령액 반납 및 300만∼1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광고비 등의 명목으로 보수를 주고받는 경우에도 구단은 1000만∼5000만 원, 선수는 광고비 등의 소득을 반납하는 건 물론 100만∼500만 원의 벌금을 물도록 돼 있다.

선수단 총연봉 상한선이 있기에 고액 연봉자를 보유하기 위해선 ‘출혈’을 각오해야 한다. 남자프로농구의 경우 지난 시즌이 끝나고 문태영(삼성)이 FA 자격을 얻자, 삼성은 6명을 내보내 샐러리캡 여유분을 10억 원 넘게 남겨 놓았다. 지난해 연봉 6억8000만 원을 받은 문태영 영입을 위해서다. 삼성은 8억3000만 원으로 문태영을 붙잡았다.

그런데 고액 연봉자로 인해 다른 선수에게 돌아갈 연봉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균형 있는’ 선수단 구성이 어려워져 팀 성적이 바닥을 맴돌기도 한다. 연봉 랭킹 1위 문태영의 소속팀 삼성은 10개 구단 중 5위다. 남자프로농구는 19차례 시즌을 치렀으며, 이 중 연봉 1위의 소속팀이 우승한 건 2번뿐이다. 1997년 원년 시즌의 허재(당시 1억2000만 원)가 기아, 2007∼2008시즌의 김주성(당시 6억8000만 원)이 동부를 정상에 올려놓았다.

NBA 1위인 코비 브라이언트(2500만 달러·288억 원) 소속팀 LA 레이커스는 서부 콘퍼런스 15개 팀 중 꼴찌다. NHL 1위인 시어 웨버(1400만 달러·162억 원)의 내슈빌 프레데터스는 서부 콘퍼런스 중부지구 7개 팀 중 4위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